‘프로듀스101’의 롱런을 위해 고민해야할 숙제들

[엔터미디어=정덕현] Mnet <프로듀스101>은 대국민 오디션 과정을 거쳐 프로젝트 걸 그룹 아이오아이(I.O.I)를 탄생시켰다. 오디션 과정에서는 이런 저런 잡음들이 많이 쏟아져 나왔지만, 막상 탄생된 걸 그룹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과 애정은 높았다. 당연히 많은 논란들은 가라앉았고 I.O.I는 지상파와 케이블, 종편을 오가며 종횡무진 맹활약하는 모습을 보였다.

I.O.I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높다는 건 음원차트 순위는 물론이고 이들이 출연한 프로그램의 성취로도 드러났다. 이들의 데뷔곡인 ‘드림걸즈’는 발표 직후 음원차트 10위권에 진입했고, 이들이 출연한 tvN [SNL코리아 시즌7]과 JTBC <아는 형님>은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항간에는 그래서 I.O.I가 예능 프로그램의 효자 걸 그룹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대중들의 관심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발생했다. I.O.I의 멤버로 발탁되어 활동 중인 정채연이 자신의 걸 그룹인 다이아에 재합류해 컴백을 준비 중이라고 밝힌 것. 그녀는 다이아 신곡의 뮤직비디오 촬영을 하기도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물론 정채연은 I.O.I의 활동에 누가 되지 않겠다고 거듭 밝혔지만, 대중들 입장에서는 기껏 뽑아놨더니 원대 복귀해 자신의 활동을 하고 있는 상황이 못내 불편하게 여겨졌을 것이다.

이것은 어쩌면 1년 간 활동하기로 한 ‘프로젝트 걸 그룹’의 태생적 한계에서 비롯된 일일 수 있다. I.O.I는 하나의 걸 그룹으로 묶여져 있지만 소속사도 다 다르고 심지어 각자 다른 걸 그룹의 멤버인 인물들도 있다. 그러니 하나의 걸 그룹이라고 해도 그 소속감이 크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 이렇게 I.O.I를 이탈해 원 소속사의 연예활동을 하는 것이 애초 <프로듀스101>의 출연 당시부터 합의된 사항이라고 한다. 즉 I.O.I의 비활동 기간에는 원 소속사에서 활동할 수 있다는 것이 계약 조건이라는 것이다.

소속사 입장을 보면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다. <프로듀스101>으로 주목을 받기는 했어도 결국 자사의 가수들은 1년 후 원대복귀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니 본래 자신의 걸 그룹 활동이 어떤 면에서는 더 중요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건 소속사와 방송사의 입장이지 대중들의 입장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프로듀스101>이 I.O.I를 탄생시키는 과정에서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한 장본인이 결국은 대중들의 선택이었다는 점이다. 바로 그 선택의 과정이 있었기 때문에 I.O.I에 대한 관심 또한 남다를 수 있는 것.

그러니 이 원대복귀의 정당성은 대중들의 입장에서 보면 탐탁찮을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마치 <프로듀스101>이 각자 소속사를 가진 걸 그룹들의 홍보 수단이 된 것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일이고, 나아가 여기에 대중들이 동원된 인상까지 주기 때문이다.

어쨌든 프로젝트 걸 그룹이 갖게 되는 태생적 한계일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프로젝트 걸 그룹은 1년 후 해체되어 각자의 소속사로 원대 복귀한다고 해도, 형성된 팬덤은 어찌할 것인가라는 문제가 남는다.

<프로듀스101>은 프로그램만으로 보면 성공적인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남아있는 이러한 태생적 문제들을 고민하고 어떤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두지 않는다면 팬덤 문제가 향후에는 의외의 복병으로 등장할 수 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K엔터테인먼트,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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