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욱 집밥에 가까워진 백종원 선생 요리교실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백종원은 쿡방이 끝물이라는 요즘도 여전히 출연 자체가 콘텐츠가 되는 유일한 방송인이다. 요리의 번거로움과 두려움을 단칼에 잘라낸 획기적인 요리법과 개념으로 요리를 살림에서 일상으로, 또 도전해봄직한 재밌는 놀이로 다가오게 했고, 유용성은 아직까지 유효하다. 밥 한 공기, 물컵과 소주컵, 숟가락으로 계량하는 그의 ‘야매’ 요리법은 메뉴를 고민하는 주부는 물론 요리에 관심이 없던 수많은 남자들까지 도마 앞으로 불러들였다.

tvN의 <집밥 백선생2>은 이런 그의 정체성과 방송인으로 가진 콘텐츠를 가장 명확하게 드러내는 쇼다. 물론 7%대를 육박하던 전 시즌에 비해 시청률은 최대 시청률조차 4%대를 넘지 못하고 있고, 화제성 면에서도 화력이 대포에서 단발의 칼빈 소총 수준으로 떨어졌다. 외적으로는 쿡방이 이제는 신선하지 않기 때문이고, 내적으론 대세에서 롱런하기 위한 태세로 전환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잠시 휴방을 갖고 돌아온 시즌2가 달라진 건 ‘제자’ 명단만이 아니다. 가장 큰 변화는 떠들썩한 쿡방에서 요리 정보 프로그램으로의 회귀다. 백종원을 제작발표회에서 “요리를 잘 하시는 분들은 우리 프로를 안 봤으면 좋겠다. 난 요리 못하는 이들이 볼 수 있는 걸 한다. 요리 입문자, 가이드 정도라고 생각해달라”고 말했다. 쿡방이 끝물인 건 맞다. 적어도 지금까지 방식으로는. 이에 따라 백종원은 대성공 이후의 전략으로 더욱더 명확한 타게팅을 꺼내들었다. 대형 예능과 요리정보 프로그램(레시피 쇼)의 경계에 서 있던 쿡방의 노선을 확실히 정한 것이다. 이는 JTBC의 선택과는 정반대다.



그래서 레시피쇼라기보다 요리 생초보들을 위한 기초 및 응용 수업이다. 조리법도 이전 시즌에 비해 더욱 간단해졌다. 요리에 대한 두려움을 타파하고 현실적으로 쉽게 접근 가능한 재료로 만드는 레시피와 유용한 정보들을 특유의 푸근함으로 전달한다. 이것을 그들은 ‘야매’라 부른다. 요리정보 프로그램의 꼴에 보다 가까워지면서 대세의 거품은 빠졌지만 함께 밥을 짓는 따스함은 더욱 훈훈해졌다.

새로 들어온 제자인 김국진, 이종혁, 장동민, 정준영 등은 이런 취지에 맞는 정말로 계란 익히는 정도도 제대로 모르는 요리 초보다. 이 방송 때문에 처음 요리해봤다는 요리 불모지 김국진부터 평소 요리를 좀 해봤다는 장동민까지 모두 엉망이다. 그렇게 자신만만하던 장동민은 오므라이스를 만들라니까 계란 보자기를 싸듯이 기상천외한 ‘푸딩 오므라이스’를 내놓는다. 시즌1의 제자들은 티격태격하던 예능에 가까웠다면 지금 제자들은 방송이라기보다 ‘정말로’ 요리를 배운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백 선생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혀끝에 온몸의 감각을 모으고 머리를 굴린다. 그 덕에 시즌2는 방송이 기본적으로 편해졌다. 요리 못하던 사람들이 어떻게든 해내가는 모습이 성장 스토리도 만들고, 그렇게 요리에 흥미와 도전 의식을 갖게 된 시청자들이 자신을 투영하고 몰입할 수 있는 거울이 된다. 바로 그 단계에서 배움을 얻을 수 있는 거다. 무엇보다 하나라도 배우려고 집중하고, 스스로의 성과에 진심으로 뿌듯해하니까 가르치는 백종원도 더욱 열의를 갖고 가르친다.

이번 주 오므라이스 편에서도 백종원은 초보자용 야매 TIP을 대방출했다. 오므라이스 소스를 활용해 파스타를 만들고, 럭비공 모양으로 밥을 싸는 오므라이스의 모양을 쉽게 잡는 TIP을 알려준다. 소스 계량에서 계란 익히는 정도까지 TIP의 연속이다. 방송이 끝날 때 김국진은 계량법의 분량에 대해 다시 한 번 물으며 환기한다. 그리고 제자들은 남은 오므라이스 소스를 열심히 싸간다. 친절한 정보와 따뜻한 집밥의 코드는 이 마지막 장면만으로 다 들어난다. 예능적 장치와 웃음은 줄었지만, 밥 짓는 따스함은 더욱 더 집밥다워졌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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