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삼분지계]가 뽑은 요즘 주목할 만한 뉴페이스 여배우 3인

[엔터미디어=TV삼분지계] ◾편집자 주◾ 하나의 이슈, 세 개의 시선. 각자의 영역을 가지고 대중문화와 관련된 글을 쓰고 있는 정석희·김교석·이승한 세 명의 TV 평론가가 뭉쳐 매주 한 가지 주제로 각자의 시선을 선보인다. 엔터미디어가 선보이는 새 코너 [TV삼분지계]를 통해, 세 명의 서로 다른 견해가 엇갈리고 교차하고 때론 맞부딪히는 광경 속에서 오늘날의 TV 지형도를 그려볼 수 있는 단초를 찾으실 수 있기를.

정치 정도를 제외하면, 연예계만큼 끊임없이 새로운 피가 수혈되면서도 “참신한 사람이 없다”는 불평이 끊이지 않는 분야도 드물 것이다. 얼핏 무심코 지나가기 쉬운 뉴페이스들 사이에서, [TV삼분지계]의 세 사람이 각자 주목할 만한 여배우들을 꼽아 추천해본다. 김교석과 정석희는 아역시절부터 차근차근 올라와 잔뼈가 굵은 정다빈과 정인선을, 이승한은 카라의 새 멤버로 연예계에 데뷔해 연기자의 길을 걸은 지 고작 반년 남짓 된 허영지를 추천한다.



◆ 기회를 만난 소녀, 꽃길을 걸을까 - MBC <옥중화>의 ‘어린 옥녀’ 정다빈

배우업계에 남녀노소 불문하고 새로운 인물이 눈에 띄지 않는 건 꽤 오래 지속되고 있는 현상이다. 십대 배우 쪽도 마찬가지인데 김유정, 김새론 등 몇몇 거물급 청소년 배우들의 뒤를 이을만한 새로운 얼굴이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그런데 혜성과 같이 등장해 이병훈 PD의 사극을 장악한 이가 있으니 바로 <옥중화>의 초반을 책임진 정다빈이다. 사실 혜성은 아니다. 미취학아동이던 4살 때 아이스크림 광고로 데뷔해 고1이 된 지금까지 13년간 쌓은 필모그래피가 20여 편이나 된다. 작년에만 해도 히트 드라마 <그녀는 예뻤다>에서 황정음의 아역으로 출연했다. 그러다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싶을 만큼 대견하고 사랑스런 옥녀 역을 맡으면서 자신의 이름을 대중에 각인시킬 기회를 잡았다.



지금 <옥중화>를 보는 시청자들은 잘 모를 수도 있지만 어린 옥녀는 학문 이해도, 지혜, 그리고 인성과 매력 모든 걸 갖춘 천재 소녀였다. 총기어린 또렷한 눈에, 똑 부러지는 말투, 그냥 ‘총명’이라 쓰여 있는 듯한 반듯한 이마와 자신감 넘치는 표정. 정다빈은 옥녀의 캐릭터를 외모에서부터 구현했다. 비록 자신의 임무를 다하고 내려왔지만 많은 시청자들이 여전히 씩씩함과 총기어린 어린 옥녀를 그리워하는 이유다. 기회를 잘 살린 덕분에 물꼬가 트였다. MBC <섹션TV 연예통신>의 집중 조명을 받고, SBS <인기가요> 스페셜 MC를 맡는 등 아역 배우의 엘리트 코스를 밟는 중이다. 그 나이 때의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어서일까. 앞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싶은 또 한 명의 청소년 배우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 더할 나위 없는 첫 회의 일등공신 - JTBC <마녀보감>의 ‘해란’ 정인선

드라마든 예능 프로그램이든 첫 회가 성패를 가르기 마련이다. 잘 나가다가 용두사미가 되는 예야 흔해도, 시작은 별로였으나 회가 거듭되는 사이 볼만해지는 경우가 어디 쉽던가. 그래서 해외 로케다, 화려한 CG다, 카메오다, 시청자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해 온갖 장치들이 동원되곤 하는데 JTBC판타지 사극 <마녀보감> 첫 회는 그런 의미에서 더 없는 성공이었다. 특히나 맑고 밝고 천진난만했던 성수청 무녀 해란(정인선)이 절망과 분노로 몸을 떨며 대무녀 홍주(염정아)와 대적하던 장면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지 싶다. 거기에 자신의 아이들인 줄 까맣게 모르는 채 중전 심씨(장희진)에게 악에 받쳐 쏟아내던 애끓는 저주는 또 어땠나. “마마의 어여쁜 아이들은 열 일곱 번째 탄신일을 맞는 날 전부 죽을 것입니다. 만약 죽음을 피한다면 죽음보다 더 고통스러운 삶을 살게 될 것입니다.”



주인공 연희(김새론)의 기구한 운명이 정해지던 그 순간, 혹여 연기력 부실로 몰입도가 떨어졌다면? 홍주와 해란의 팽팽한 대결 구도에서 한 치라도 허술함이 느껴졌다면? 순탄치 않은 출발이 되었을 것은 자명한 일. 그러니 해란 역할을 완벽히 소화해낸 배우 정인선에게 어찌 뜨거운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있으리오. 해란의 이른 죽음으로 그의 감칠맛 나는 연기를 이제 <마녀보감>에서는 다시 볼 수 없다니, 너무나 아쉽다.

칼럼니스트 정석희 soyow59@daum.net



◆ 비현실적인 발랄함, 이 배우 뻔뻔하다 – tvN <또 오해영>의 ‘안나’ 허영지

드라마 자체에 대한 평가와 별개로, tvN <또 오해영>의 배우들이 보는 이들을 사로잡는 열연을 펼치고 있다는 점에는 이견이 있기 어렵다. 배우 인생에서 가장 절절한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 주연 서현진을 비롯 모든 배우들이 제 몫을 제대로 해내고 있는 가운데에서도, 제 감정에 솔직하고 연애에 저돌적인 편의점 직원 윤안나 역할을 맡은 허영지의 고군분투는 눈길을 끄는 구석이 있다. 극 중 훈(허정민)과 함께 해영(서현진)과 도경(에릭), 수경(예지원)과 진상(김지석) 모두의 연애세포를 자극하는 달달한 커플의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특성 상, 안나는 끊임없이 발랄하고 통통 튀며 솔직해야 하는 배역이다.



대단한 연기력을 요하지도 않고, 까다로운 감정선을 탈 필요도 없는 배역이지만, 동시에 제대로 소화해내지 못하면 자칫 비현실적으로 보일 수도 있는 캐릭터인 것이다. 허영지는 아이돌 출신 배우가 소화하기엔 농도 짙은 키스신에서부터 손발이 오그라드는 애교, “여자는 열여섯을 넘으면 상대 못할 남자가 없다”는 아찔한 대사까지 죄다 소화해 낸다. 이 배우, 뻔뻔하다.

물론 엄청난 연기라고 하기엔 민망한 수준이고, 아직까진 잘해야 감초 역할이다. 그러나 작년 10월 공개된 MBC에브리원 웹드라마 <연금술사>에서 보여줬던 연기를 생각하면, 1년이 채 안 되는 사이에 연기가 느는 속도가 제법 빠르다. 게다가 아직 만 스물 하나, 배우로서 커리어를 시작한지 고작 7개월째란 걸 감안하면 눈 여겨 볼 만하다. 어쩐지 이 뻔뻔한 배우를 드라마에서 볼 일이 앞으로 더 늘어날 것 같은 예감이다.

칼럼니스트 이승한 tintin@iamtintin.net

[사진= MBC, JTBC,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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