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톱밴드’, ‘슈스케3’에게 배울 점은?

[서병기의 트렌드] 아마추어 밴드 서바이벌 KBS 2TV ‘톱밴드’는 시청률은 낮지만 이뤄낸 성과는 적지 않다. ‘톱밴드’는 16강중 12강이 가려졌고 패자부활전을 통해 4장의 티켓을 구제할 예정이다. 아직 16강전도 펼쳐지지 않은 상황이지만 비주얼과 스타일도 돋보이고 실력까지 겸비한 2인조 꽃미남 록밴드 ‘톡식’이 큐브 엔터테인먼트와 DSP엔터 등 대형연예기획사의 관심을 받고 있다. 게이트 플라워즈는 ‘톱밴드’ 출연 이후 지금까지 팔린 음반보다 더 많은 음반이 팔리고 있다.

톡식은 일본 연예관계자의 일본 진출 제의도 받고 있다. 이 관계자는 조용필의 일본 무도관(武道館) 공연을 기획했던 인물이다. 최근에는 스웨덴에서 인디밴드를 운영하는 한 PD로부터 ‘톱밴드’의 포맷에 대한 문의가 오는 등 유럽에서까지 ‘톱밴드’의 관심이 나오고 있다. 국내에서는 방송 기회도 잡기 어려워 잘 알려지지 않았던 재야의 밴드가 해외 연예관계자들의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무엇보다 ‘톱밴드’가 이뤄낸 가치있는 성과는 첫걸음에 불과하지만 음악 편식증을 바로잡고 밴드음악을 대중화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이다. 유명 기획사에 소속되면 신인이라도 금세 방송 출연 기회를 잡을 수 있었지만 인디밴드는 실력이 있어도 웬만해선 방송에서 불러주지 않아 대중이 알 길이 없다.
 
그러니 구성원들의 팀워크와 열정이 느껴지는 밴드음악을 소개한 것만으로도 댄스음악과 발라드 위주에서 벗어나 다양한 음악으로 가는 방향을 제시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톱밴드’는 시즌2, 시즌3를 만들어 음악적 다양성이 달성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재야의 고수들, 숨은 인재를 발굴하는 ‘톱밴드’는 방송출연 후 팬클럽 수가 조금씩 늘고 있다. 톡식 외에도 시크, 2STAY, 이븐더스트, 하비누아주, 번아웃하우스, 리카밴드, 블루니어마더의 경연 모습은 시청자에게 모처럼 밴드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했다. 경연이 거듭될수록 기량도 조금씩 향상되어갔다.

서바이벌 형식의 오디션 프로그램이지만 지나친 경쟁논리를 자극하기보다는 밴드 본연의 자유로움과 즐거움, 화합, 앙상블의 원리가 강조되고 있어 분위기는 삭막하지 않고 훈훈하다. 팬클럽 숫자가 하루에 10명씩 늘어나는 게 별게 아닐지도 모르지만, 이들에게는 또다른 즐거움이다.

이렇게 좋은 프로그램의 시청률이 기대한 만큼 나오지 않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쟁쟁한 주말 드라마와 같은 시간대에 편성돼 있기 때문이다. KBS1 ‘광개토태왕’ SBS ‘여인의 향기’ MBC ‘애정만만세’와 같은 시간대에 편성돼 있다. 드라마는 한번 몰입되면 시청률은 더욱 늘어난다. 게다가 비교적 높은 시청률을 보이는 남성사극 ‘광개토대왕’을 제외하면 시청권을 가진 30~50대 여성이 리모콘을 쥐고 좀처럼 놓아주지 않는 로맨틱 코미디물들이다. 이들 드라마가 시작하고 10분쯤 지난 후에야 ‘톱밴드’가 시작하기 때문에 ‘톱밴드’는 시청률에서 절대 불리하다.

편성 환경 외에도 제작 스타일에서 원인을 찾을 수도 있다. ‘톱밴드’는 음악과 예능이 결합한 예능 프로그램이다. 음악예능 프로그램이지 예능 음악프로그램이 아니다. 하지만 제작진은 오디션 프로그램 본연의 모습만을 보여주는 경향이 있어 재미가 떨어지는 편이다. 예능PD가 아닌 교양PD가 제작한다는 점에서 다큐적 순수성과 진정성이 느껴지는 장점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재미를 뽑아내는 장치는 아쉬울 때가 있다.


 
가령, 늘상 따뜻한 표정과 흐뭇한 미소로 바라보던 신대철 코치가 조별 경연 미션에서 하비누아주가 블루스곡을 제대로 준비해 소화하지 못하자 “지금 장난합니까? 저를 무시합니까”라고 노골적으로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며 화를 내는 장면을 그냥 보여주고 넘어갔는데, 이럴 때는 제작진이 조금 더 긴장감을 불어넣을 수 있는 묘미를 발휘할만하다.
 
같은 상황도 보여주기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제작진이 없는 것을 만들어 시청자를 낚시(?)로 유혹하라는 말이 아니라 있는 것을 조금 더 재미있게 보여줄 수 있도록 묘안을 짜보라는 말이다.
 
12일 첫 방송된 ‘슈퍼스타K3’의 지역예선에서 손예림양(11)이 조용필의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를 감성적으로 부르자 특별심사위원 싸이가 “초등학생 노래 듣고 소주가 생각난 건 처음”이라고 말하자 심사위원인 이승철이 “술 먹을 때는 승훈이가 있어야돼”라고 말했다. 오디션과는 별 상관없는 말이지만 자연스럽게 나온 상황을 여과 없이 보여줘 재미를 주었다.
 
또 김아란양(20)이 귀엽게 노래하자 이하늘은 매니저에게 “빨리 전화번호를 따라”라고 말했고, 이정아씨(25)가 노래를 부른 후 심사위원석에 와 이승철을 뒤에서 껴안는 시늉을 하자 이승철은 “우리 같은 소속사예요”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톱밴드’에도 가벼움과 재미가 조금 더 필요하다.


칼럼니스트 서병기 < 헤럴드경제 기자 > wp@heraldm.com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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