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상이몽’, 취지 벗어나면 순식간에 막장으로 변질된다

[엔터미디어=이만수의 누가 뭐래도] 과거 KBS <사랑과 전쟁>이라는 프로그램은 가끔씩 막장에 가까운 소재들을 가져오곤 했다. 부부 간의 이혼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화해를 지향하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취지인 건 분명하다. 신구가 방송 말미에 해서 유행어가 된 “4주 후에 뵙겠습니다”라는 말은 그 취지를 정확히 드러내준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프로그램이 가끔 근친상간에 가까운 자극적인 소재들을 끌어오는 경우가 있다. 그 이유는 하나다. 시청률.

SBS <동상이몽>은 그 프로그램의 소재만 두고 보면 <사랑과 전쟁>의 부모 자식편 같은 느낌을 준다. 청소년기의 자녀와 부모 사이에 생겨나는 갈등들을 양측의 입장에서 관찰카메라로 보여주고, 그래서 이를 통해 어떤 소통에 이르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좋은 취지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이것이 소통에 이르기보다는 어느 한쪽의 자극적인 행태들만 드러내는 경우도 있다. 이번 논란이 되었던 ‘현대판 콩쥐’ 이야기가 그렇다.

다섯 자매 중 넷째인 최다롬은 팥쥐 언니들 때문에 모든 집안일을 거의 도맡아 하다시피하고 심지어 구박에 왕따를 당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빨래를 개고, 집안 청소를 하고, 언니들 밥을 챙기고 심지어 물심부름에 양말 벗기기까지 시시콜콜한 심부름까지 그녀의 몫이다. 쇼핑 중에 ‘투명인간’ 취급을 하고 가족외식에 아무도 그녀를 챙기지 않는다. 심지어 그녀의 엄마는 “깜박 잊었다”고 말한다.

집안일이야 그럴 수 있다고 하지만, 그녀를 대하는 태도나 말들은 거의 폭력수준이다. “웃으면서 하면 좋은데 반항을 한다.” “맞고 할래 그냥 할래?” “멍청하게 다 해준다” “한다고 생색내냐?” “얘는 절대 화 못낸다.” “다롬이 없으니까 많이 먹자.” 등등. 외식하고 들어와서는 혼자 쓸쓸히 순대를 먹고 있는 그녀에게 언니들은 미안해하기는커녕 “순대녀”라고 낄낄대고 불을 꺼버린다.

가장 심각한 건 승무원이 꿈인데 취업해서 돈 벌라는 가족들의 이야기다. 이미 서울에 있는 대학교에 합격했지만 굳이 거기 갈 필요 있냐며 전주에도 좋은 대학 많다고 거길 가라는 가족이다. 엄마는 자기주장을 하는 다롬에게 말대꾸 꼬박꼬박 한다며 변했다고 말한다. 그녀는 딸을 전혀 시집보낼 생각이 없다고 말하며 엄마와 함께 살자고 한다.



사실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가족의 이야기다. 그것도 <동상이몽>이 해왔던 양측의 입장을 대비시키는 것이 아닌, 다롬의 입장만을 고려한 영상은 그저 웃고 넘길 수 없는 자극적인 방송으로만 남게 됐다. 그것이 실제 상황인지 아니면 편집을 일방적으로 해서 그렇게 보이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방송된 분량만을 보면 해도 너무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같이 프로그램을 하고 있는 것이지만 이 걸 바라보는 유재석은 적이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는 처음에는 장난인 줄 알았는데 너무 심각하다는 속내를 슬쩍 드러냈고, 김구라 역시 이 상황을 막장드라마에 비교할 정도였다. 이것은 제작진도 알았을 것이다. 자막에 대놓고 ‘막장 공연팀’으로 팥쥐 언니들을 지칭하기도 했으니 말이다. 심지어 둘째가 자신이 과거에 당했던 걸 동생에게 한다며 “내리 갈굼”이라는 말을 한 부분을 굳이 제작진은 편집하지 않았다. 이 정도면 마지막에 급 화해 모드를 보여준다고 해서 모든 문제들이 봉합될 수 없다는 걸 제작진도 알지 않았을까.

<동상이몽>의 이 아슬아슬함은 때론 거기 MC로 서 있는 유재석을 당혹스럽게 만든다. 사실 이 프로그램에서 유재석이 하는 역할은 다른 프로그램에 비해 그다지 많지 않다. 하지만 그런 진행의 역할 이외에 유재석은 그 좋은 이미지로 이 프로그램의 자극성을 전면에서 막아내는 일종의 방패막이 역할이 더 크다고 생각될 때가 있다. 하지만 이 정도의 아슬아슬함이라면 유재석도 위태롭지 않을까.

칼럼니스트 이만수 leems@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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