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 게 없어 가라앉는 지상파, 침수가 침몰 될라

[엔터미디어=정덕현]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지금껏 지상파드라마들은 확고한 헤게모니를 쥐고 있었다. 흔히 월화드라마라고 하면 지상파의 사극 같은 장편드라마들을 떠올렸고, 수목드라마라고 하면 지상파의 미니시리즈들을 떠올리곤 했으니까. 하지만 이게 점점 옛말이 되어가는 것 같다. 작금의 월화수목에 편성된 지상파드라마들의 면면을 보면 초라하기 이를 데 없다.

먼저 월화드라마. SBS <대박>은 사극에도 불구하고 10% 시청률을 넘기는데도 힘겨워할 정도로 초라한 성적을 보이고 있고, 무려 50부작으로 기획된 MBC <몬스터> 역시 사정은 다르지 않다. 이런 대작드라마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4부작 KBS <백희가 돌아왔다>가 오히려 선전하고 호평 받는 건 단지 이 드라마가 특별히 잘 만들어졌기 때문만은 아니다. 딱히 볼게 없기 때문에 차라리 새롭게 느껴지는 <백희가 돌아왔다>가 주목받고 있는 것.

수목드라마는 참담한 수준이다. 지상파 3사가 모두 한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반응도 영 좋지 않다. 애초에 기대를 모았던 KBS <국수의 신>은 자극적인 전개에도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았고, SBS <딴따라>는 착하다는 것 빼고는 그다지 의미를 찾기 어려운 밋밋한 드라마가 되어버렸다. 새로 시작하며 기대가 모아졌던 MBC <운빨로맨스>는 비현실적인 설정으로 그다지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월화수목 지상파 드라마들을 떠난 시청자들의 시선이 모아지고 있는 건 tvN이다. 월화에 자리한 tvN <또 오해영>은 케이블 채널이 무색할 정도로 두 자릿수 시청률을 넘보고 있고 반응 또한 뜨겁다. tvN의 금토드라마는 <시그널>, <기억> 등을 거치고 현재 <디어 마이 프렌즈>로 이어지면서 확고한 드라마 편성 시간으로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시청률보다는 완성도를 추구하며 지상파 드라마들과 차별화에 성공하면서 시청자들의 눈높이도 한층 높여놓았다. 이 tvN의 완성도 높은 드라마들은 지상파 드라마들을 소소하게 보이게 만드는 이유가 되고 있다는 점에서 시청률 이상의 효과를 내고 있다.

드라마만이 아니다. 예능 프로그램들도 지상파들의 힘이 빠진 지 오래다. 어떤 성공한 소재나 형식이 생기면 자존심도 없이 비슷한 프로그램을 경쟁적으로 내놓는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들에 시청자들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음악 예능 하나만 놓고 봐도 비슷비슷한 프로그램들이 너무 많다. SBS는 <신의 목소리>, <판타스틱 듀오> 같은 차별화되었다고는 하나 그 출연진들이 너무 겹치고 일반인과 가수가 함께 하는 무대라는 점에서 변별력이 떨어진다. MBC <복면가왕>은 그나마 독자성을 갖고 있는 프로그램이지만 최근 우리동네 음악대장의 장기집권을 통해 드러나듯이 그 피로도도 함께 올라가고 있다. 시즌제에 대한 제안이 나오는 건 그래서다.



지상파가 확고한 편성 우위를 갖고 있던 주말예능은 너무 오랫동안 같은 프로그램이 반복되면서 식상해져가고 있는 게 사실이다. KBS <1박2일>과 SBS <런닝맨>은 물론 시청률이 어느 정도 나오고 화제성도 유지되지만 그건 프로그램이 매회 시청자들을 집중시켜서라기보다는 관성적인 시청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MBC <진짜사나이>는 출연진의 조합을 달리해가며 변화를 모색하고 있지만 역시 과거만큼의 화제성을 가져가지는 못하고 있다.

지상파들이 모두 총체적인 위기를 맞고 있다는 건 시청률 같은 성적표 때문만은 아니다. 더 중요한 건 콘텐츠다. 현재 지상파에는 이렇다 할 킬러콘텐츠가 눈에 잘 띄지 않는 상황이다. 미디어가 다원화되면서 TV의 광고 물량은 전체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결국 남은 건 콘텐츠를 통한 수익사업이다. 그런데 참신한 콘텐츠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건 그 어떤 지표보다 지상파의 위기상황을 잘 드러내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 PD들이 이탈하는 건 심각한 상황이다. 콘텐츠 사업에 있어서 인적 자원은 거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PD들이 마음껏 역량을 펼칠 수 없는 환경 때문에 지상파를 빠져나가 경쟁사로 들어간다는 건 이중의 위기상황을 만들어낸다. tvN과 JTBC가 어떻게 지상파를 압도하는 경쟁력있는 콘텐츠들을 만들 수 있었는가. 결국은 지상파에서 빠져나간 유능한 PD들에 의해서다.

지상파에 더 이상 볼게 없다는 이야기들은 이제 지상파 3사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하는 현실이다. 이것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간단하다. 콘텐츠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적 자원의 효율적인 관리가 필요하고 그러려면 지금까지의 지상파 시스템에 대한 전면적인 재고가 불가피하다. 플랫폼 우위의 시절의 시스템을 가지고 콘텐츠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현재에도 그대로 운용한다는 건 그다지 효과가 없는 일이다. 결국은 변해야 한다. 지상파라는 배에는 이미 조금씩 물이 차고 있다. 이 침수현상이 침몰로 가지 않으려면 지금 당장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KBS,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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