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정현은 우리에게 영원한 국민요정이다
 
[서병기의 핫이슈] 지난 6개월동안 박정현이 노래를 부르는 것을 보면서 사람들은 행복함을 느꼈다. 박정현은 뭘 불러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박정현이 불러 전국민적인 히트곡이 된 조용필의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는 이제 ‘나가수’의 박정현을 추억할 수 있는 소중한 노래가 됐다. ‘나가거든’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해석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고, 대중성이 떨어지는데다 단순한 음이 여러번 반복되는 이정선의 ‘우연히’를 직접 선택해 노래의 느낌을 한껏 살려냈다.  

박정현은 김범수, YB와 함께 자신에게 딱 맞아떨어질 것 같은 노래에 한정하지 않고 새로운 시도와 변신, 실험을 거듭함으로써 ‘나가수’의 질적 성장을 이뤄내는데 큰 발판을 마련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7차례의 경연을 잘 이겨낸 박정현의 명예졸업을 축하하면서도 막상 보내려고 하니 아쉬움을 느끼고 있다. 

박정현의 노래는 파워풀하면서도 부드러움도 동시에 갖추고 있다. 박정현에게 노래가 가면 힘도 있지만 노래가 고와진다. 들국화의 ‘그것만이 내세상’도 박정현만의 힘과 부드러움을 느낄 수 있었다. 폭발적인 성량을 자랑하지만 이를 과잉으로 흐르게 하지 않는다. 박정현은 어릴 때 목사 아버지를 둔 덕에 교회에서 마음껏 노래를 부르며 자랐다. 그런데 ‘무릎팍도사’에서 이야기한 걸 들어보니 가정이 순탄하지는 않았다. 아버지의 사업 실패가 있었고 보수적인 아버지 밑에서 답답함을 느끼며 성장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뜻한 바를 이루기 위해서는 성실함과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중고교까지 성적이 B를 딱 한번 받은 걸 제외하면 올A였다. 음악도 마찬가지다. 노래를 잘해 무대에 오르기를 즐겼지만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지난 14년간의 음악 행보가 이를 잘 말해준다.  

그녀는 천재성과 성실함까지 갖췄다. 여기에다 겸손함을 아는 인간성도 지녔다. 박정현은 ‘무릎팍도사’에서 R&B발라드의 요정이 아닌 외모와 관련된 요정이라는 말을 듣는 게 부담스러웠다며 자신은 완전 못난이였다고 말했다.  

노래에 대해서는 자신감은 강하다. 잘난 체 하는 것과 자신감은 다르다. 이런 박정현을 14년동안 그냥 노래 잘하는 가수 정도로 취급해왔다. 뒤늦게나마 자신의 실력과 노력이 인정받고 보상받는 건 당연한 이치다. 

노래 잘 부르는 가수는 박정현 외에도 여럿 있다. 하지만 박정현은 청자의 마음을 움직인다. 감동을 주고 온몸에 전율이 오르게 하며 소름이 끼치게 한다. 노래와 작곡ㆍ프로듀싱까지 1인3역에 끊임없이 창법의 변화를 추구하며 혼자서도 꽉 차는 무대를 만드는 법을 익혔다. 연륜이 쌓여가면서 호소력과 감성 전달력은 원숙해졌다. 그간 쌓아온 물오른 내공이 잔뜩 응집돼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그녀가 나이가 들면서 점점 더 귀여워지고 사랑스러워지는 이유다.  



박정현의 노래를 들으면 즐겁고 재미 있고 감동적이라고 한다. 이는 박정현이 음악으로 대중과의 소통을 이뤄내기 위해 수많은 노력를 해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7집 가수 박정현은 2002년 정석원이 작사 작곡한 4집 ‘꿈에’로 데뷔 4년 만에 정점을 찍었다. 너무 일찍 찾아왔지만 그녀는 자신의 틀에 안주하지 않고 자신과 어울리는 범위 내에서 변화와 발전을 모색해나갔다.

그 결과 박정현에게는 R&B 창법이 주는 애절한 호소력만이 있는 게 아니라 귀여움과 감미로움, 조근조근함, 가벼운 투정 같은 것들도 담겨있다. 박정현의 노래가 한 편의 뮤지컬이나 드라마를 감상하는 느낌이 드는 것도 이런 점과 연관이 있다.  14일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으며‘그것만이 내세상’을 부르고 1위를 하며 명예졸업을 하게 된 박정현은 “평생 죽을 때까지 영광으로 생각하겠다”고 말하고는 결국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작은 체구에서 폭발적 가창력을 뿜어내는 박정현은 ‘위탄2’의 멘토로 시청자를 계속 만나겠지만 음악적으로는 주로 공연장에서 관객과 만날 것이다. 박정현은 우리에게 영원한 요정이다.


칼럼니스트 서병기 <헤럴드경제 기자 >wp@heraldm.com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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