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스’ vs. ‘뷰티풀 마인드’, 세 사람의 선택은?
지상파 월화 메디컬드라마 대전, 첫 스타트는 누가 잘 끊었나

[엔터미디어=TV삼분지계] ◾편집자 주◾ 하나의 이슈, 세 개의 시선. 각자의 영역을 가지고 대중문화와 관련된 글을 쓰고 있는 정석희·김교석·이승한 세 명의 TV 평론가가 뭉쳐 매주 한 가지 주제로 각자의 시선을 선보인다. 엔터미디어가 선보이는 새 코너 [TV삼분지계]를 통해, 세 명의 서로 다른 견해가 엇갈리고 교차하고 때론 맞부딪히는 광경 속에서 오늘날의 TV 지형도를 그려볼 수 있는 단초를 찾으실 수 있기를.

하필이면 같은 날, 하필이면 같은 월화 밤 10시대, 하필이면 수많은 의과 중에서도 같은 신경외과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 두 편이 시작했다. KBS <뷰티풀 마인드>와 SBS <닥터스>다. 각각 미스터리 스릴러와 휴먼 드라마를 표방한 두 작품은 KBS <성균관 스캔들> 이후 소식이 뜸하던 김태희 작가와 <따뜻한 말 한 마디>, <상류사회>(이상 SBS)로 매니아 층을 모은 하명희 작가의 대결로도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각각 16부작과 20부작으로 1/4 지점과 1/5 지점을 통과한 두 드라마, [TV삼분지계]의 세 사람은 어느 쪽 손을 들었을까. 말하자면 이것은 누가누가 출발선을 잘 통과했는지에 대한 중반결산이다.



◆ 김영애가 열어주고 간 꽃길을 걷는 <닥터스>

비슷하면서도 서로 다른 월화극 KBS2 <뷰티풀 마인드>와 SBS <닥터스>. 둘 다 현실적인 드라마는 아니다. 반사회적 인격 장애를 지닌 천재 외과 의사가 주인공인 <뷰티풀 마인드>나 비행을 일삼던 불량소녀가 의사가 된다는 <닥터스>나 실제 주변에 있을 법한 일은 아니니까. 그러나 <닥터스>는 유혜정(박신혜)의 할머니 강말순(김영애)이라는 장치를 통해 3회 만에 시청자를 설득시켰다. “사람으로 태어났으면 특별하게 한번 살다 가야 하는 거 아니냐. 할미 죽기 전에 보여줘야 하는 거 아니냐.” 세상에서 제일 부러운 게 배운 여자라는 할머니 말씀을 따라 공부를 하기로 마음을 고쳐먹는 혜정.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무슨 일을 저질러도 편이 되어 도닥여주던 할머니의 의료 사고로 인한 애통 절통한 죽음이 혜정을 의대에 진학하게 한다는 전개인데 이렇게 글로 써놓고 보면 그저 ‘감성팔이’에 불과한 진부한 설정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중견배우 김영애 씨의 관록 있고 혼이 담긴 연기가 보태지는 순간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얘기가 된 것이다. 아무리 드라마라 해도 말이 돼? 아무리 IQ가 150이 넘어도 무슨 의대를? 처음엔 몰입을 방해하던 부분이 할머니와 손녀의 가슴 절절한 관계를 거치자 토를 달 필요가 없는 납득이 가는 설정으로 변화했지 뭔가. tvN <디어 마이 프렌즈>의 할머니들의 연기에 감탄하다가 <닥터스>의 김영애 씨의 민낯 연기에 또 한 번 감복한다. 이제 박신혜는 김영애 씨가 열어준 길을 따라 앞으로, 앞으로 달려가기만 하면 된다. 그렇다면 아직도 뿌연 안갯속인 <뷰티풀 마인드>의 박소담의 길은 누가 열어줄는지.

칼럼니스트 정석희 soyow59@daum.net



◆ <뷰티풀 마인드>에 드리워진 <성균관 스캔들>과 이대길의 그림자

<닥터스>가 엄청난 걸작이어서 초반 승기를 잡은 게 아니다. <뷰티풀 마인드>가 출발선을 통과하는 모습이 굉장히 아슬아슬해서 그렇다. <성균관 스캔들>의 김태희 작가의 복귀작이라는 점에서 사람들이 기대한 것은 전작에서 보여준 가능성의 확장이지 답보가 아니었다. 그러나 본의 아니게 낯선 세계 안으로 들어와 우여곡절을 겪으며 주변 사람들을 변화시키는 여주인공(<뷰티풀 마인드>의 계진성(박소담) 순경 vs. <성균관 스캔들>의 김윤희(박민영) 유생)을 그리는 솜씨는 퇴보했고, 차가운 마음을 지녔으나 여주인공의 존재로 조금씩 변화해가는 남주인공(<뷰티풀 마인드>의 이영오(장혁) 선생 vs. <성균관 스캔들>의 이선준(박유천) 유생)의 묘사 또한 더 전형적이 되어버렸다. 작중에서 일어나는 각종 사건과 음모들은 엘리트 의사들이 저지른 일이라기엔 그 수가 지나치게 단순해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의 쾌감을 느끼기 어렵다. 그리고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영오 선생은 사이코패스로 보이기보단 아직 그냥 흰 가운을 입은 <추노>위 대길이로 보인다.



그에 비하면 <닥터스>는 최소한 기본은 하는 중이다. 초반을 이끌어 준 김영애의 힘이나, 복잡한 감정 기복을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그려내는 박신혜의 연기, 뻔한 악역인 서우(이성경)에게도 조금은 이해와 공감의 가능성을 열어둔 하명희 작가의 대본은 썩 만족스럽다. 물론 본격적으로 진실을 밝혀나가는 과정이 나온 것은 아니라서 더 두고 봐야 알 일이지만, 적어도 출발신호에 맞춰 스타트를 끊은 자세만 보면 아직까지는 <닥터스>의 승이다.

칼럼니스트 이승한 tintin@iamtintin.net



◆ 병원에서 펼쳐지는 로맨스와 판타지

SBS <닥터스>는 고공행진 중인 시청률이 증명하듯 흥행 드라마의 여러 요소를 잘 갖추고 있다. 건강한 기운을 가진 로맨틱가이 김래원, 더욱 예뻐진 박신혜, 악녀 전문으로 자리매김한 이성경까지 배우들도 좋고, 청춘 성장물과 메디컬 드라마를 오가며 심장을 쿵쿵거리게 만드는 로맨스는 강력하다. 삼각과 사각의 트랙을 달리는 사랑의 이어달리기, 복수, 신데렐라 캐릭터 등 뻔한 설정과 뻔한 캐릭터가 왜 뻔해야 하고 뻔한 데 왜 또 들고 나오는지, 무엇이 중한지 아는 드라마다.



그런데 앞에 ‘휴먼’이란 애매모호한 말을 붙이긴 했지만 메디컬 드라마라고 했다. 공교롭게도 같은 의학물인 KBS2 <뷰티풀 마인드>와 맞붙으며 공중파에서 장르물이 동시 편성된 데 관심이 쏠렸다. 미스터리 서스펜스라는 <뷰티풀 마인드>는 타인에 공감을 할 수 없는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지닌 천재 의사 영오(장혁 분)를 내세운다. 마치 <하우스>의 괴팍한 닥터 하우스를 보는 듯하다. 의학물과 수사물의 결합을 노렸지만, 문제는 병원을 헤집고 다니는 계진성 순경(박소담)의 설득력 떨어지는 캐릭터다. 미스터리 서스펜스는 그녀의 존재로 인해 판타지가 된다.

그런데 이건 약과다. <닥터스>는 장현성과 김래원 정도를 제외하면 전문의를 포함 의사 역을 맡은 배우들의 나이대가 대부분 20대, 기껏해야 30대다. 병원은 순정만화와 같은 로맨스가 펼쳐지는 배경일 뿐, 의학물의 장르적 특성과는 거리가 멀다. 공중파에서도 <시그널><38사기동대>와 같은 웰메이드 장르물이 탄생하는 거냐는 기대는 2주 만에 깨끗이 접었다. 어차피 결국은 로맨스라는 공식이 증명된 또 하나의 예로 남을 것 같아 아쉽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KBS,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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