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예능의 문제, 당장의 실적만 찾는 근시안

[엔터미디어=이만수의 누가 뭐래도] MBC <진짜사나이>가 남녀 동반입대를 추진 중이다? 추진 중이라는 말은 아직 확정된 건 아니라는 뜻이다. 하지만 이런 말이 나왔다는 건 물밑 섭외가 진행 중이라는 걸 말해준다. 남녀 동반입대라는 초강수를 추진하겠다는 생각이 나오게 된 건 역시 최근 뚝 떨어진 관심을 다시 끌어 모으겠다는 의도다. 남녀가 같이 동고동락하다보면 생겨나는 케미는 <진짜사나이>에 상대적으로 무관심한 여성 시청자들에게는 관심이 갈만한 대목이다.

하지만 제 아무리 군대 체험 프로그램이라고는 해도 남녀 동반입대를 하겠다는 발상에 대해 대중들의 반응은 차갑다. 그잖아도 군대를 너무 예능 프로그램화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마당에, 이런 시도는 너무나 방송을 위한 아이템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애초에 <진짜사나이>의 기획 의도는 군과 시청자들 사이의 소통에 있었다. 그런데 점점 이 소통의 의미는 퇴색되고 재미에 집중되는 그런 느낌을 준다는 점이다.

<진짜사나이>는 한 때 그래도 뜨거운 프로그램이었다. 시청률이 20%를 넘긴 적도 있었고 여군 특집 같은 경우에는 여성 시청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진짜사나이>에 대한 관심은 뚝 떨어졌다. 중년 특집, 동반입대 특집처럼 출연자 구성에 변화를 시도하고는 있지만 시청자들에게는 그 나물에 그 밥 같은 느낌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즉 새로운 이야기를 찾기가 어렵고 어떤 패턴이 그려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상황이면 사실 잠시 쉬어가는 게 정답이다. 이미 제작진도 지쳤고 시청자도 식상함을 느끼는 단계이니 어떤 변화를 줘도 효력을 발휘하기가 만무다. 이미 시즌제를 경험한 <진짜사나이>다. 그러니 시즌2를 잠시 접고 휴지기를 가진 후 시즌3를 준비해도 무리한 일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MBC의 선택은 요지부동이다. 시즌제를 통해 프로그램을 지속가능하게 이어가기보다는 당장의 수익이 더 중요하다는 선택이다.



이런 시즌제가 가능하려면 사전에 많은 새로운 프로그램들이 준비되어야 한다. 특히 주말 예능처럼 중요한 시간대에는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미 <복면가왕>도 <진짜사나이>도 조금씩 패턴이 읽히면서 식상해져가고 있는 건 누구나 다 공감하는 일이다. 이처럼 조금 지나면 뻔하게 보이는 결과를 왜 미리 준비하지 않을까.

새로운 시도에는 리스크가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기존 프로그램이 어느 정도 유지를 해준다면 그것에 약간의 변화를 주는 게 당장의 수익에는 좋아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예능처럼 방송사의 창의성을 가늠하게 하는 분야가 정체되어 그 때 그 때의 수익만을 따라가는 건 방송사의 미래를 위해서도 결코 좋은 전략이라고 말할 수 없다.

이것은 어쩌면 MBC가 처한 총체적인 문제일 수 있다. 언제부턴가 MBC는 새로운 도전을 하기 보다는 경영수지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무리한 선택을 해서는 안 되겠지만 그렇다고 창의적인 작업을 해야 하는 방송사에서 지나치게 수치에 휘둘리는 건 스스로의 잠재력을 억압하는 일이다.

그러고 보면 지금 현재 MBC에서 방영되고 있는 일련의 예능 프로그램들이 너무 소모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무한도전>이나 <라디오스타>처럼 그 와중에도 잘 버텨내고 있는 프로그램들이 있지만, 대부분은 그저 한 주 한 주를 그럭저럭 넘기고 있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인력의 유출은 어쩔 수 없는 일처럼 다가온다. 그리고 방송사처럼 인사가 만사인 조직에서 인력의 유출은 치명적인 결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칼럼니스트 이만수 leems@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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