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풀 마인드’ 조기종영, 4% 시청자들은 무시해도 되나

[엔터미디어=이만수의 누가 뭐래도] 우려한 대로 KBS 월화드라마 <뷰티풀 마인드>가 결국 조기종영 쪽으로 가닥을 잡는 모양이다. 축소 논의가 나왔고 결정된 건 없다는 입장이었지만 업계에서는 이미 조기종영이 일찌감치 정해져 있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유는 하계 올림픽 방송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그것이 결정적인 이유라 하긴 근거가 부족하다. 사실 올림픽 일정이야 이미 나와 있던 것 아닌가. 그러니 갑자기 올림픽 방송을 거론하는 건 하나의 핑계처럼 보일 수밖에 없다.

결국 이유는 시청률이다. <뷰티풀 마인드>는 애초에 굉장한 기대를 가졌던 작품이지만 시청률이 4%대에 머무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동시간대 같이 출격한 의학드라마 <닥터스>가 20%에 육박하는 시청률 고공행진을 하고 있어, 상대적 박탈감은 더더욱 클 수밖에. 이런 결과는 <태양의 후예> 이후 KBS 드라마가 어떤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려 했던 시점이라는 점에서 뼈아픈 결과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뷰티풀 마인드>가 시청률 난항을 겪고 있는 건 결코 작품의 완성도가 떨어져서가 아니다. 아니 오히려 어떤 면에서는 너무 촘촘한 스토리와 새로운 이야기가 시도되었기 때문에 생겨난 낯설음이 만든 결과라고도 말할 수 있다. 지금껏 의학드라마들은 많이 나왔지만 싸이코패스 의사가 주인공으로 등장해 오히려 싸이코패스 세상을 비판하는 드라마는 없었다. 신선함과 작품성에 있어서 결코 뒤지는 드라마가 아니었다는 것.

실제로 <뷰티풀 마인드>에 대한 평가는 나쁘지 않았다. 싸이코패스 의사 이영오 역할을 연기하는 장혁은 들쭉날쭉한 캐릭터의 심경 변화를 잘 소화해내는 연기력을 보이고 있고, 초반 캐릭터 논란을 일으켰던 계진성 역할의 박소담 역시 조금씩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의학드라마라는 너무 많이 시도되어 다소 진부해진 장르물 속에서도 독특한 이야기전개를 보여주는 김태희 작가의 필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그 가치가 충분하다 여겨지는 작품이다.



하지만 조기종영으로 가닥을 잡아가는 <뷰티풀 마인드>는 결국 제아무리 좋은 시도와 완성도라고 해도 시청률이 확보되지 않으면 받아들여지지 않는 냉엄한 드라마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도 이 드라마를 애청하며 보고 있는 시청자들로서는 씁쓸해질 수밖에 없는 일이다. 그리고 이것은 무언가 새로운 걸 시도하려는 작가들에게는 용기를 꺾는 일이기도 하다. 만일 대중성과 시청률만을 생각해 되는 코드들만 반복하고 새로움을 시도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좋은 드라마지만 시청률 때문에 끝까지 본래대로 시도되지 못한다는 현실은 드라마 제작업계에도 그리 좋은 영향이 아닐 것이다. KBS가 공영방송의 기치를 내걸고 있는 방송사라면, 다소 시청률에서 뒤진다고 해도 오히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드라마를 시도한다는 모습을 보이는 게 훨씬 방송사로서도 좋은 일이 아닐까.

4%에 해당하는 시청자들도 무시돼서는 안 되는 시청자들이다. 공영방송은 결국 이런 상업화된 방송 환경 속에서 사각지대로 버려지는 시청자들의 다양한 기호들까지를 끌어안는 것이 본연의 역할일 수 있다. 다소 시청률이 빠진다고 해도 <뷰티풀 마인드>가 추구하는 그 아름다운 마음과 노력을 끝까지 밀어주고 지지해줄 수는 없는 일일까.

칼럼니스트 이만수 leems@entermedia.co.kr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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