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램덩크’, 대박 낸 언니쓰 그 후가 문제다

[엔터미디어=정덕현] KBS <언니들의 슬램덩크>는 이른바 ‘걸 크러시’ 트렌드에 맞춰 기획된 예능 프로그램이다. 사실 예능가에서는 여성들이 서는 예능 프로그램이 생각만큼 좋은 반응을 얻지 못했었다. 그래서 남자들의 예능만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여성 예능인들이 설 자리가 점점 사라진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기도 했다. <언니들의 슬램덩크>는 어떤 면에서는 그 물꼬를 만든 프로그램으로서 의미가 있다 여겨진다.

하지만 처음부터 <언니들의 슬램덩크>가 어떤 화제를 일으켰던 건 아니다. 첫 번째 꿈 계주였던 김숙의 꿈 프로젝트로 시도됐던 운전면허 도전기는 그리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다. 시청률이 3%대까지 떨어지는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민효린의 꿈 프로젝트로 진행된 이른바 ‘언니쓰’라는 걸 그룹 도전기는 의외의 대박을 냈다.

음원이 발표되고 음악 프로그램에 서는 등 ‘언니쓰’라는 늦깎이 걸 그룹의 행보가 점점 화제가 되었고, 결국 음원으로 내놓은 ‘Shut up’이 차트 1위에 오르는 등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프로그램에도 불이 붙었다. 사실 이 ‘언니쓰’의 행보를 담는 <언니들의 슬램덩크>는 매 회 노래를 반복하고 또 춤 연습을 하며 녹음하는 과정 하나하나와 뮤직비디오 제작과정까지를 일일이 그려내면서 음원과 엄청난 시너지를 만들었다.

사실 프로그램을 보는 사람이라면 ‘Shut up’이라는 노래의 후크가 입에 붙을 수밖에 없다. 무수히 반복되면서 나오는 그 노래들은 프로그램이 끝나고 귓가에서 울리는 듯한 착각까지 일으킬 정도니까. 게다가 이 노래가 그저 프로젝트로 만들어졌다고 해도 의외로 ‘고퀄리티’라는 점은 대중들의 관심을 더욱 집중시키는 동력이 되어 주었다. 하긴 티파니나 제시 같은 실력자들이 함께 한 프로젝트니 그들의 음악 실력만으로도 충분히 괜찮은 음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특히 프로듀서로 작업한 박진영의 말대로 제시의 목소리는 이 노래를 한 차원 높은 퀄리티로 승급시킨 면이 분명히 있다.



즉 <언니들의 슬램덩크>가 이렇게 자리를 잡게 된 건 온전한 내부적인 힘에 의해서라기보다는 ‘언니쓰’라는 걸 그룹의 외부 활동이 프로그램과 공조한데서 나온 시너지라는 점이다. 이제 대단원의 막을 내린 ‘언니쓰’ 프로젝트는 그래서 <언니들의 슬램덩크>로서는 큰 숙제를 안긴 셈이 되었다. 이제 이 프로그램은 홀로 서야 하는 입장에 서게 됐다.

물론 ‘언니쓰’ 프로젝트가 <언니들의 슬램덩크>에 만들어놓은 아우라는 분명히 존재한다. 이제 거기 출연하는 출연진들, 민효린을 포함해 김숙, 라미란, 티파니, 제시, 홍진경이 훨씬 더 친숙하게 대중들에게 느껴지는 건 전적으로 ‘언니쓰’ 프로젝트가 이룬 성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음 주자로 나설 인물의 꿈계가 ‘언니쓰’ 만큼의 파괴력을 가져오지 못한다면 자칫 기대감은 더 큰 실망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껏 높아진 기대감만큼 부담감도 커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과연 <언니들의 슬램덩크>는 이 흐름을 계속 이어갈 수 있을까. 출연자 한 명 한 명에 대한 매력들을 새로운 프로젝트를 통해 녹여내는 일. 언니쓰 초대박 이후 <언니들의 슬램덩크>의 성패는 거기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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