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댄싱 위드 더 스타'의 임연상 PD[대담2]

[엔터미디어=TV남녀공감백서] 대중들에게 댄스 스포츠라는 새로운 세계를 열어놓은 '댄싱 위드 더 스타'. 이제 결선무대만 남았다. 해외에서 포맷을 가져와 만든다는 한계점에도 불구하고 얻은 것도 많은 프로그램이다. 이제 시즌1을 끝내는 마당에서 시즌2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건 그 때문이다. 임연상 PD와 그간의 이야기들과 앞으로 이어질 시즌2의 이야기를 들었다. (대담: 임연상 PD, 정석희 칼럼니스트, 정덕현 칼럼니스트, 정리: 최정은)

정석희: 파이널을 앞두고 있는데 프로그램이 원래 계획했던 제작진들의 그림대로 가고 있나요?

임연상: 사실은 이것보다 훨씬 팽팽하고 타이트하게 가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자진 하차하는 멤버들이 생기면서 그림이 틀어져 버렸죠.

정덕현: 다양한 이야기를 가진 사람들이 초반에 하차한 것이 아쉽겠더군요.

임연상: BBC 측에서도 그 부분 때문에 깜짝 놀라더군요. 세계 여러 나라에서 같은 프로그램이 만들어진 이래 처음으로 있는 일이래요. 어쩔 수 없는 하차가 있었다면 치명적인 부상이 그 이유라고 하더군요. 초반에는 '잘 하는 사람'과 '노력하는 사람'으로 그룹이 나뉘어 있었는데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박은지, 오상진, 이봉주 씨 같은 분들 사이에 '내가 아무리 열심히 연습을 해도 잘하는 사람들을 따라잡을 수 있을까' 하는 자포자기의 분위기가 만들어지더라고요. 나도 그만두고 싶다고 생각했던 분들, 계셨지 싶어요. 자진 하차가 연달아 나와 열심히 하고 있는 분들에게 미안 했습니다.

정석희: 자진 하차의 가장 큰 이유가 뭘까요?

임연상: 아무래도 체력적인 부분이 가장 큽니다. 특히나 김영철 씨는 건강도 안 좋았고 체력 소모가 남다른 사극 KBS2 <공주의 남자>를 시작하셔서 지방에 내내 머물어야 했으니 연습이 불가능한 상황이었죠. 다른 나라에서는 6-7주가 지나야 나오는 피로도를 2주 만에 벌써 호소하기 시작한 출연자들 얘기를 듣고 아연해 하던 BBC도 첫 방송과 두 번째 방송을 본 후 깜짝 놀라더군요. 이 정도 수준을 보이려면 초반부터 몰아쳤을 게 분명하다고 하더라고요. 안 쓰던 근육을 써가면서 죽기 살기로 연습한 터라 피로가 쌓인 거죠.

정석희: 파트너들 또한 경쟁이 치열했겠어요. 이름을 알릴 수 있는 모처럼의 기회잖아요?

임연상: 그렇죠. 이 프로그램을 무사히 마치고 나면 연예인들은 물론 파트너들 중에서도 스타가 나올 수 있잖아요? 그래서 그런지 연예인들 간의 경쟁 못지않게 파트너 간의 경쟁 또한 대단했습니다. 출연자가 힘들다며 주춤거리면 억지로라도 붙들고들 하더라고요.

정덕현: 황선우 감독님은 출연자들의 기량이 국가대표 급이라고 하시던데요.

임연상: 일취월장하는 기량과 노력에 놀란 거죠. 그러나 프로그램의 완성도로 볼 때 기술적인 측면도 중요하지만 전체적인 아름다움을 보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두 바퀴 돌 것을 한 바퀴 돌았다고 점수를 깍지 않는 것처럼 말입니다.

정석희: 하지만 그런 디테일한 부분을 제대로 파악한 분은 심사위원 중에 황선우 씨뿐이지 않나요? 안무를 짤 때 난이도 낮은 몇몇 동작만 가지고도 안정적으로, 얼마든지 잘 하는 것처럼 보이게 만들 수 있거든요. 경쟁에서 문희준 씨처럼 리드를 해야 하는 남자 도전자 쪽이 더 불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요. 문희준 씨는 일부러 난이도 높은 스텝을 많이 넣었다는 평가를 받았었죠.

임연상: 맞는 말이긴 한데, 어떤 장르든 유불리가 있을 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심사위원들에게 출연자들의 상황 중심으로 평가를 부탁했어요. 사실 알고 보면 파트너들 간에도 실력 차가 꽤 있거든요. 따지자면 박지우는 댄스 스포츠 계의 월드 스타입니다. 그렇다고 제시카 고메즈가 박지우와 짝이 된 덕분에 운이 좋아 세미파이널까지 올라갔던 것은 아닙니다. 혼신의 힘을 다해 노력하는 모습에 시청자들께서 많은 점수를 주신 것이죠.



정덕현: 실제 시청자들 정서가 그런 것 같아요. 기술이 뛰어난 점도 눈여겨보지만 노력하는 사람에게 표가 몰리는 경향이 있죠.

임연상: 그래서 이봉주가 4강까지 간 거죠. 우리는 포인트제를 쓰고 있기 때문에 심사위원들의 점수도 중요하지만 시청자들의 문자 투표도 중요하거든요.

정석희: 막바지에 달할수록 심사위원들의 점수 차이는 거의 없던데요, 점수는 어떤 방식으로 집계되고 있나요? 점수 집계 방식에 대한 궁금증도 꽤 큰데요.

임연상: 이것도 BBC 매뉴얼을 따릅니다. 포인트제이기 때문에 세미파이널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면 심사위원들의 점수가 제일 높은 팀부터 차례로 3,2,1 점을 받습니다. 또 문자 투표수로도 제일 많은 팀부터 3,2,1 점을 받습니다. 이 두 개를 합쳐 가장 많은 포인트를 받은 팀이 1등이 되는 것이죠. 심사위원의 점수와 문자 투표수의 점수는 5:5로 합산되며 만약 두 팀의 점수가 같다면 문자 투표수가 많은 팀이 이깁니다. 포인트로 계산하기 때문에 점수의 차이보다는 등수가 중요합니다.

정석희: 그래서 지난번에 문희준 씨가 1등이었는데 오상진 아나운서가 역전할 수 있었던 거로군요?

임연상: 처음 우리의 계획은 시청자 6대 심사위원 4였습니다. MBC <위대한 탄생>이 7:3을 썼었는데 의도하지 않는 경우가 생기더라고요. 문자 투표에 프로그램 전반이 끌려가는 결과를 초래했었죠. 그런데 이것 또한 매뉴얼에 어긋나는 일이기도 하고 BBC 측이 이 퍼센트 계산 방식을 통 이해를 못하더군요. 그래서 원래대로 5:5를 사용하기로 최종 결정을 했어요. 그런데 쭉 진행하다보니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정확하고 긴장감도 있고요, 엎치락뒤치락 하는 것이 재미있어요.

정덕현: 이덕화 씨의 MC 기용이 의외였는데요. 어떻게 캐스팅하게 되었나요?

임연상: 주 시청자 층이 40대 이상인 분들이라는 판단 하에 선택했습니다. 남녀 MC의 역할이 분리된 상황에서 여자 MC가 출연자들을 다독거리는 역할이라면 남자 MC는 프로그램을 진행시켜 나가야 하는 사람입니다.

정석희: 이덕화 씨는 현장을 아우르는 카리스마가 있더군요.

정덕현: 시계 유머는 어떻고요. (웃음)

임연상: 시계 유머를 위해 새로 시계를 사신 겁니다. (웃음) 그런데 열심히 준비를 해 왔는데 시계가 초기화 된 사고가 발생한 거죠. 당황한 순간 이소라 씨가 앞에 걸려 있는 시계를 보고, 신속하게 수습하더군요. 위험 요소를 줄이고자, 그리고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스페셜 게스트의 무대 등 난이도가 높은 장면은 미리 사전 녹화를 하기도 합니다. 때론 실수가 방송으로 나가야 생방송의 묘미도 있고 하지만 그런 실수들이 반복되다 보면 아마추어의 느낌으로 흐르기 때문에요.

정석희: 저는 세미파이널을 현장에서 봤는데요. 치열한 경쟁이고 생방송이기에 긴장감 넘치는 날이 선 분위기를 예상했는데 전체적으로 진행이 안정적이고 품위가 있어 좋았어요. 아마 관객으로 오셨던 분들은 다 느끼셨을 거예요. 출연자들끼리도 서로 격려하며 품어 안는 훈훈한 느낌이었고요. 관객들과의 소통, 특히 보기 좋더군요.

임연상: 모두가 체력이 거의 바닥이 난 상태라 예민해져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 사람들끼리 감정 공유가 있더군요. 서바이벌이라기보다는 같이 프로그램을 만들어 나간다는 느낌 같은 거죠. 탈락한 출연자끼리도 굉장히 친해졌더라고요. 이봉주 씨와 김동규 씨처럼 서로 전혀 다른 분야의 인사들이 격의 없이 어울리게 된 걸 보고 놀랐어요.

정덕현: 시즌 1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은 어떤 부분인가요?

임연상: 시즌 1에서는 '댄스 스포츠'를 가지고 어떻게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할지를 고민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모를 것이라는 전제 하에 접근했는데 의외로 관심 있는 분들이 많으시더군요.



정석희: 관심을 밖으로 드러내지 못했던 사람들이 많았던 거겠죠.

임연상: 다양한 장르의 춤을 섞으려 했던 점은 시행착오였던 것 같습니다. 다음에 하게 되면 퓨전 없이 정식 춤으로만 가려 합니다.

정덕현: 그렇다면 시즌2가 있다는 얘기네요. 시행착오를 수정하려면 이야기가 좀 더 있어야 할 것 같은데요.

임연상: <위대한 탄생 시즌2>를 마치고 내년 3월 정도에 다시 시작할 예정입니다. 시즌 2를 하게 되면 이번에는 BBC가 요구하는 틀에 좀 더 가까워 질 것 같습니다. MC부터 카메라, 조명에 이르기까지 다 매뉴얼과 비슷하게 만들려고요. 그래야 프로그램 수명이 늘어난다는 걸 이제는 알겠어요.

정덕현: 시간 여유가 좀 있네요. 음악, 춤, 출연진들의 이야기 등이 있어 제대로 하면 파괴력이 있는 프로그램이 될 듯합니다. 또 인물에 대한 부분도 중요할 것 같은데요. 여기에 매진할 수 있는 사람들을 섭외하는 것이 성공의 관건이 될 것 같습니다.

임연상: 캐스팅에는 안배가 중요하더군요. 다양해야 재미있어요. 배우나 스포츠 스타처럼 춤과 상관없는 사람들이 나오면 더 재미있겠죠. 파트너도 마찬가지에요. 시즌1을 진행하다 보니 의외로 여기저기에 숨은 실력자들이 많더군요. 이제 데이터도 충분히 생겼으니 다음에는 좀 더 다양한 자원을 활용해서 도전자든 파트너든 뽑을 계획입니다. 캐스팅도 중요하지만 파트너와의 궁합도 중요하거든요.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초반에는 불협화음도 꽤 있었어요.

정석희: 그렇겠죠. 신체 접촉이 있으니 거북한 사람하고는 같이 못하죠. (웃음) 어디서 배워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저도 춤을 배워보고 싶더라고요. 그런데 동호회는 주로 젊은 사람들이 활동을 하더군요.

임연상: 춤을 배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늘었다고 하더라고요. 라틴댄스 동호회도 많고요, 탱고도 동호회가 무척 크다고 하더군요.

정석희: 감독님은 춤 좀 추시나요?

임연상: 전혀요. 앞으로도 만드는 것에만 충실하겠습니다! (웃음)

Epilogue
“‘포맷’을 들여 와 만드는 프로그램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댄싱 위드 더 스타>를 제작하며 우리나라 현실에 맞는 보다 디테일한 ‘매뉴얼’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중에라도 더 나은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설정한 매뉴얼의 백업 작업이 뒤따라야함은 물론이고요. MBC <우리들의 일밤> ‘서바이벌 나는 가수다’처럼 잘 만든 프로그램은 포맷을 파는 단계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이것을 사업화 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일단 ‘바이블’이 되면 사업권에 대한 지분을 가질 수 있거든요. 포맷에 대한 로열티는 사실 크게 비싸지 않습니다. 사업권을 나누어 가졌는데 음원이라도 터졌다고 생각해 보세요. 대박입니다.” (임연상PD)


대담 : 칼럼니스트 정덕현, 정석희, 정리 : 최정은 기자, 사진 : 전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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