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우새’ 김제동 하차, 외압 아니라지만 남는 의구심

[엔터미디어=이만수의 누가 뭐래도] “세상에 바른 말 한다고 돌아다니는 것도 안했으면 좋겠다. 걱정이 된다.” SBS 예능 프로그램 <미운 우리 새끼>에서 김제동의 모친인 “손주가 이것만은 안 닮았으면 하는 것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답했다. 아무래도 김제동이 하는 현실에 대한 쓴 소리들이 어머니에게는 못내 불안하게 다가왔던 모양이다.

마침 이 프로그램에서 김제동이 하차한다는 소식은 외압설까지 불거지게 했다. 최근 사드 배치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하며 정부가 듣기에는 불편한 지적을 하고 있는 김제동의 행보 때문에 하차하게 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제작진은 이 외압설이 사실무근이고 밝혔다. 외압 같은 건 전혀 없었고 여건이 되면 다음에라도 출연했으면 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제작진은 하차라는 표현 자체도 맞지 않다고 말했다. 스케줄이 많아 녹화에 참여하지 못했을 뿐, 김제동의 출연은 언제든 열려 있으며 실제로 본인과도 촬영을 조율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정규로 편성되어 본방이 나간 후 2회까지 스튜디오에 그의 어머니는 앉아 다른 어머니들과 이야기를 나눴지만 그의 방송분량은 등장하지 않았다.

그리고 나온 3회에 드디어 김제동의 분량이 방영됐다. 그런데 그 분량 자체가 너무나 짧은 데다 어떤 완결성도 없었다. 자다 일어난 김제동이 몸을 단련하는 장면이 나왔고 집을 나서기 전 명상을 하는 모습, 그리고 차를 타고 가다가 동네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나왔을 뿐이었다. 이렇게 짧고 맥락 없는 분량을 굳이 내보낼 필요가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제작진의 말대로 김제동이 스케줄이 많아 방송 분량 자체를 찍기가 어려웠을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면 김제동의 어머니가 스튜디오에 나와 앉아 있는 건 어색한 일이 될 수밖에 없다. 분량 자체가 없는데 굳이 스튜디오에 나와 남의 아들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하는 건 방송의 특성상 이해가 잘 되지 않는 대목이다.

그 와중에 토니안과 그 어머니가 방송에 합류했고 그건 당연히 김제동이 빠져버린 분량을 채우는 역할이라고 볼 수 있다. 새로운 인물이 들어오고 기존의 인물이 빠져나가는(그것이 영원한 하차는 아니라고 해도) 일이 생겼다면 방송이 어떻게든 그것에 대한 납득 갈만한 설명을 해주는 게 맞다. 하지만 살짝 별 맥락도 없는 방송분량을 내놓고는 아무런 설명 없이 이 변화를 넘기는 모습은 당연히 시청자들로서는 이상하게 느껴질 대목이다.

외압이든 외압이 아니든, 제작진은 방송을 통해 김제동의 거취 이야기를 정확히 얘기해주는 게 상식이다. 그건 방송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김제동의 출연이든 하차든 향후에 어떤 변화가 있다면 그것 역시 김제동 스스로가 가능하면 방송을 통해 이야기하는 것이 맞다. 김제동의 거취에 대해 외압설이 나오고 의혹이 제기되는 건 이런 방송의 흐름 자체가 상식적으로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칼럼니스트 이만수 leems@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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