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일 시작하는 정형돈, ‘무도’ 복귀 안 하나 못 하나

[엔터미디어=정덕현의 이슈공감] <무한도전> ‘무한상사’에 깜짝 출연한 이후 정형돈의 행보는 하루가 짧은 정도다. <무한도전>이 아닌 MBC 에브리원 <주간아이돌>로의 복귀를 선언했고, 연달아 100억대 규모의 한중 합작 웹 영화의 시나리오 작가로 데뷔한다는 소식을 전했다. 그리고 오는 22일 형돈이와 대준이의 신곡이 발매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 마디로 열일 하는 정형돈이다. 그런데 그럴수록 의구심이 드는 건 왜 다 돼도 <무한도전> 복귀는 피하고 있는 것인가 하는 점이다. 그것은 아무래도 <무한도전>이 주는 부담감이 여타의 행보들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가 심각한 공황장애로 갑자기 모든 행보를 접었던 것의 진원지에 <무한도전>이라는 큰 부담이 있었다는 것이다.

정형돈의 이런 행보는 <무한도전>이라는 이제는 국민예능이 되어버린 프로그램이 갖고 있는 특징을 이해한다면 쉽게 수긍할 수 있는 일이다. <무한도전>은 그 안과 밖이 투명한 프로그램이다. 즉 프로그램 바깥에서 일어난 일거수일투족이 프로그램 안에서도 그대로 캐릭터화되어 회자되고 심지어는 아이템이 되기도 한다. 이것은 거꾸로 <무한도전> 안에서의 캐릭터가 바깥으로 나와서도 그대로 유지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형돈이와 대준이라는 조합이 가능하게 된 건 역시 <무한도전> 가요제를 통해 만들어진 캐릭터와 이야기들이 있어서가 아닌가.

이 안과 밖이 투명한 <무한도전>의 구조는 출연자들이 부담을 갖게 되는 가장 큰 이유로 작용한다. 프로그램 바깥으로 나와서 일상으로 돌아가면 다른 삶을 살 수 있어야 하지만, <무한도전>의 출연자들은 그 안과 밖이 일치하기를 요구받는다. 그것을 온전히 받아내고 있는 건 다름 아닌 유재석이다. 그가 프로그램 안에서 보여주는 모습들은 연기가 아니라 실제다. 그는 일상에서도 똑같은 <무한도전>의 유재석 그대로의 모습을 드러내 대중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곤 했다.

이런 점에서 보면 박명수처럼 대놓고 버럭 대는 캐릭터나 정준하처럼 조금은 모자란 듯한 바보 캐릭터는 훨씬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 무언가 실제 잘못을 저지른다고 하더라도 캐릭터와의 차이가 상대적으로 적게 보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상꼬맹이 캐릭터를 가진 하하도 마찬가지다.



정형돈이 <무한도전>에서 가진 캐릭터는 보통의 미친 존재감이었다. 그는 보통이지만 항상 자신이 대단하다는 것을 드러내는 것으로 오히려 좌중을 압도시켰다. 그것이 단지 웃음을 주는 정도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정형돈이라는 인물을 미친 존재감으로 만들어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조금은 과장될 수밖에 없는 이런 캐릭터는 실제와의 괴리감도 클 수밖에 없다. 물론 다른 멤버들도 마찬가지의 부담을 가질 수 있지만, 정형돈은 아마도 그 부담감을 더 크게 느꼈었던 모양이다.

<무한도전>은 자타공인 국내 최고의 예능 프로그램이지만 그만큼 왕관을 짓누르는 무게도 클 수밖에 없다. 정형돈의 복귀와 그 행보를 보면 아직까지는 중심이 아닌 변방에서 조금씩 시작하려는 모습이 읽혀진다. 지상파도 아니고 케이블에서 방송을 하는 것이 그렇고, 카메라 앞이 아니라 작가로서 카메라 뒤에 서려는 모습이 그렇다. 물론 음악 활동은 그 성격상 본인이 원하는 만큼, 원하는 방식으로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아직까지 완전히 정신적인 부담을 털어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무한도전> 빼고 다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어찌 보면 조금씩 주변부부터 일을 시작하며 다시 방송에 적응해가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무엇보다 ‘무한상사’에서 그가 했던 대사들이 새삼 떠오른다. “빨리 회복하셔서 다 같이 웃으면서 꼭 꼭 다시 만나요.” 언젠가는.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FNC엔터테인먼트,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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