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짓장' 한예슬, 지금부터가 더 중요하다

[서병기의 핫이슈] 한예슬이 ‘스파이 명월’ 촬영장에서 성실한 여배우로 바뀌었다. 자주 지각하던 한예슬이 촬영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하는 모범생이 됐다는 게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제 모든 게 해결된 것 같았는데 그게 아닌 것 같다.

드라마의 특정 장면이 한예슬을 ‘디스’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데이트 폭력 수준의 베드신이 한예슬을 골탕 먹이는 게 아니냐는 반응이 나오고, 강우(에릭 분)가 연예계 퇴출 위기에 놓이는 장면도 한예슬 사태와 연관지어 바라보는 시선도 존재한다.
 
드라마 촬영장 분위기는 좋아졌지만 한예슬 사태는 끝난 건 아니다. 이미 드라마가 바닥까지 간 상태이기 때문에 더이상 나빠질 게 없다. 드라마를 접지않는 한 뭘해도 전보다 낫게 돼있다.

이제 한예슬 사태를 두고 사고를 친 한예슬때문인가, 열악한 드라마 제작환경때문인가를 밝히는 건 별로 의미가 없다. 한예슬의 제작거부탓을 해도 열악한 드라마 제작환경은 엄연히 남는다.

오히려 한예슬이 앞으로 2주 남은 ‘스파이명월’을 끝내면 어떤 상황에 처할까가 더 궁금해진다. 본인이 스스로 연예계 은퇴 의사를 밝히지 않는다면 이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한예슬이 제작을 거부하고 미국에 있을 때만 해도 100억대의 줄소송이 예고돼 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하지만 드라마가 스톱되지 않았기 때문에 원 위치로 돌아간 것으로 봐서는 안된다.

이는 한예슬이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한예슬은 ‘액팅 스타’라기보다는 ‘모델 스타’다. 2003년부터 드라마에 본격 출연해온 그녀가 출연한 드라마중 성공한 드라마는 ‘환상의 커플’ 하나밖에 없다.
 
그녀는 나상실 캐릭터 하나로 100억원에 육박하는 CF 매출을 올리고 있다. 김태희 못지않다. 만약 한예슬의 제작거부로 드라마가 조기 종영됐다면 광고계 등의 소송 제기에 의해 한예슬은 연예활동을 하며 지금까지 번 돈보다 더 많은 돈을 위약금으로 물어내야 할 운명에 처했었다.

한예슬이 출연하는 화장품 CF와 커피 CF 등 유통업계의 광고주들은 이번 사태가 터지자마자 바로 광고 집행을 중단했다. 광고를 내봤자 돈만 날리기 때문이다. 드마라가 끝난 뒤에도 한예슬에 대한 이미지가 회복되지 않는다면 광고주들은 모종의 액션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 지금은 대중이 한예슬에게 어떤 반응으로 나올지 지켜보고 있다. 한예슬 이미지가 회복되는냐는 한예슬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다.

하나는 한예슬이 연기로 보여주는 부분이다. 한예슬은 ‘스파이명월’에서의 연기가 그리 나쁘지 않았다. 북한에서 내려온 첩보원이라는 캐릭터의 싱크로율이 높았다. 명월의 엉뚱함을 잘 표현하고 있었다. 오히려 코미디물에 적응하지 못한 에릭의 연기가 어색했다.
 
‘스파이명월’은 북한에도 한류붐이 일고있는 시점에 아이디어와 소재는 좋았다. 하지만 이를 코미디와 판타지로 풀어내기에는 제작진도 서툰 면이 있었고, 시청자들도 받아들인 준비나 여건이 아직 형성돼 있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스파이명월’의 추락한 시청률은 한예슬 때문이 아니다. 한예슬이 제작을 거부한 건 소통부재가 빚은 문화적 헤프닝 성격이 짙다.
 
시청률이 추락하자 여주인공인 한예슬은 민감해졌다. 스태프들은 모두 피했다. 피한 것이 아니라 피해준 것이다. 여주인공이 평정심을 잃으면 드라마 촬영이 안되기 때문이다. 예민해진 한예슬의 신경을 건드리지 않기 위한 배려였다.(이 점에서는 드라마 제작사인 이김프로덕션도 큰 책임이 있다. ‘쩐의 전쟁’ ‘대물’ 등 이김프로덕션의 작품에서는 계속 사고가 있었다.) 하지만 한예슬은 “이 사람들이 나한테 왜 이러지, 말도 안하고”라고 오해한 것이다. 한예슬은 불여우형이 아니라 백짓장 같은 솔직한 여배우다.

한예슬은 남은 기간 연기에 몰입해야 한다. 이 말 저 말에 휩쓸리거나 논란에 휘말리지 말고 연기로 뭔가를 보여주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전략을 짜고 포장을 하는 일보다 연기가 가장 중요하다. 그래서 에너지가 강한 배우구나, 연기자로서 몰입도가 있는 배우였구나 하는 인상을 남겨야 한다.
 
또 하나는 드라마가 끝나고 한예슬이 어떤 말을 하느냐다. 이는 앞으로 한예슬에게 형성되는 이미지에 매우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다.
 
한예슬은 드라마 복귀를 위해 인천공항에 도착한 직후 “모든 국민이 이 상황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옳은 일을 했다고 믿고 싶다”고 말하고 제작진에게 와서는 머리 숙이고 사죄했다. 이런 상황까지 이해하지만, 앞으로는 성숙된 모습으로 말하는 한예슬을 보고 싶다. 대중들은 그런 모습의 한예슬에 공감해줄 것이다. 잘못해 괜히 이상한 소리나 하는 ‘무개념녀’가 되면 정말 큰일 난다.
 

칼럼니스트 서병기 <헤럴드경제 기자 >wp@heraldm.com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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