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영 ‘하차’ 아닌 ‘휴식’? 과연 적절한 조치일까

[엔터미디어=이만수의 누가 뭐래도] 정준영이 결국 <1박2일>에 나오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표현이 이상하다. 하차가 아니라 ‘휴식’이다. 즉 정준영측은 이번 사건으로 인해 자진해서 ‘휴식을 취할’ 의사를 <1박2일>측에 전달했고, <1박2일>측은 이 의사를 존중해 하차 여부에 대한 판단을 유보한 채 ‘휴식을 주기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휴식’이라는 표현은 지금껏 그 많은 논란과 물의 연예인들에게서 한 번도 나오지 않았던 새로운 표현이다. 자숙이니 자진 하차니 하던 표현이 ‘잠정 은퇴’ 같은 애매모호한 표현으로까지 바뀌더니 이제는 휴식을 취하기 위해 방송을 나오지 않기로 했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잠시 쉬어가겠다는 것.

정준영의 이번 스캔들은 사실 여러모로 한 차례의 해프닝 성격이 강하긴 하다. 여자 친구와의 동의하에 ‘장난스런’ 2초 분량의 동영상 촬영을 했으나 즉시 삭제했고, 결별 후 상대여성이 우발적으로 고소했으나 후에는 오히려 그녀가 탄원서를 쓸 정도로 정준영의 입장을 대변해줬다는 점 등이 그런 추측을 가능하게 한다.

그래서 일부 대중들은 정준영에 대한 동정어린 시각을 던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라고 할 수는 없다. 중요한 건 이런 사생활이 어쨌든 노출이 됐다는 것이고, 그로 인해 그에게 어떤 것이든 ‘성적 이미지’가 덧붙여지게 됐다는 점이다. 그것은 정준영이 잘못 했거나 잘못 하지 않았거나 상관없이 방송에는 영향을 미치게 된다.

<1박2일>은 아이들도 즐겨 보는 이른바 ‘국민 예능’이라고도 불린다. 그래서 관심도 크고 작은 일에도 대중들의 시선은 더욱 집중된다. 출연자들은 어떤 면에서는 시청자들을 대리하는 위치에 서 있다. 시청자들이 가보지 못한 곳을 대신 가보고, 거기서 어떤 경험을 하는 걸 대리해준다. 따라서 그 출연자에 붙여진 이미지는 중요하게 된다. 안타깝게도 이번 스캔들로 인해 정준영은 적어도 시청자들에게는 <1박2일>의 이런 분위기를 편하게 즐기게 해주기 어려운 인물이 되었다.



결국 예능 프로그램이든 거기 출연하는 출연자든 최근 들어 가장 중요해진 건 대중에 대한 태도다. 그래서 어떤 식으로든 발표를 할 때는 그 표현이 중요하다. 하지만 이번 ‘휴식’이라는 표현은 자칫 잘못하면 지금의 동정적 시각을 보이는 이들마저 어떤 반감을 갖게 만들 수도 있다. ‘아’ 다르고 ‘어’ 다른 법이다. 사실 정준영에 대한 동정적 시선이 생겨나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어쨌든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장본인 스스로 ‘휴식’이라는 표현을 한다는 건 어딘지 진정성 면에서나 태도적으로 잘 맞지 않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정준영은 휴식을 취하겠다고 했고, <1박2일>은 휴식을 주기로 결정했다. 이것은 마치 최적의 결정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여기 빠진 부분이 있다. 바로 시청자들의 자리다. 시청자들은 이번 스캔들로 정준영에게 동정적 시각을 가지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과연 그의 휴식을 원하고 있을까. 만일 휴식이 아니라 깔끔하게 ‘하차’를 선언했다면 어땠을까. 오히려 어느 정도의 자숙기간을 거쳐 돌아올 수 있는 기회와 여지도 생겨나지 않았을까.

칼럼니스트 이만수 leems@entermedia.co.kr

[사진=KBS, Y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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