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철, ‘슈스케’보다 더 빨리 진화하는 이유

[서병기의 핫이슈] 이승철은 절대 봐주지 않는다. ‘슈퍼스타K3’에서 노래가 안되면 무조건 불합격이다. 이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공정함이 잘 지켜지고 있다는 의미다.
 
독설의 원조 이승철은 시즌1,2보다 더욱 막강해진 ‘슈스케3’를 앞둔 기자회견장에서 “독설의 시대는 갔다”고 선언했음에도 여전히 독설처럼 여겨질 때가 있다. 하지만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면 독설이 아니다. 필요한 것을 정확하게 뽑아내 지적해준다. 그것도 가장 빨리. 그러니 시원시원하다. 뒤끝 없고.

이승철은 거의 가장 먼저 심사평을 내놓는다. 심사순서를 미룬 적은 건들거리는 옐로우 보이즈의 모습에 짜증을 내며 싸이에게 “야, 니가 먼저 해라”고 한 정도다. 대개는 아무도 심사평을 내지 않은 상태에서 평가를 내리는데도 불구하고 그의 지적은 항상 장단점을 명확히 뽑아낸다. 이승철의 거침없는 지적은 신중하지 못하다고 여겨질 수도 있지만 참가자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짚어주는 촌철살인식이어서 예리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뉴욕 예선에서 이승철이 남자 고교생 유진 킴에게 “노래를 선천적으로 잘 하시는데 아무 생각 없이 부르시네요. 감정 처리가 잘 안되요”라고 말하고, 윤종신이 “에~에~에~”하고 갈등하는 모습을 보이자 “빨리 좀 해요. 고문하는 것도 아니고”라고 말한다.
 
이승철은 서부영화식으로 말하면 총을 가장 먼저 뽑는 건파이터, 즉 속사포다. 직관력이 매우 발달한 사람임을 알 수 있다. 가수에게 선천성과 노력성중 전자가 훨씬 더 중요하다고 믿는 사람이다. 오디션에서 100번이나 떨어진 경험이 있는 휘성과 윤미래, 김완선이 참가자들의 마음을 다치지 않게 하려고 상의하는 듯한 모습은 보였지만 이승철에게는 그런 모습이 없다.

MBC 아나운서 오디션 선발 프로그램 ‘신입사원’의 우승후보였지만 예상외로 일찍 탈락한 정다희씨의 노래에 대해서는 “회식에서 부르면 인기 좋을 것 같네요”라고 말했고 ‘1박2일’과 ‘방가방가’에 나온 칸 아사투르만 씨에게는 “성량은 좋지만 키를 못맞춘다”고 각각 불합격을 내렸다.

이처럼 이승철은 에둘러 말하지 않는다. 노래를 잘 못하는 후배에게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는 선배도 있지만 이승철은 잘 못한다고 바로 말해버리는 스타일이다. 그리고는 그 원인도 함께 이야기해준다.

물론 이승철의 직설적 평가에 상처를 받는 참가자도 생길 수 있다. 하지만 괜히 헛된 희망과 욕심을 가지게 하지 않고, 자신을 제대로 돌아볼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이승철의 지적과 조언이 오히려 더 큰 도움이 된다.
 
이승철이 장고와 숙고형이 아닌 직감에 의해 속사포처럼 빨리 판단을 내리는 것처럼 보이는데다 농담도 곁들이고 있어 가벼운 듯 하지만 노래 잘하는 참가자를 정확하게 가려낸다.
 
박창현을 두고 “웬만한 애들과 ‘맞짱’을 뜰 수 있고 오디션 우승을 넘볼 수 있는 실력”이라고 말하고, 기타를 치며 자작곡을 부른 최영태에게 “노래가 좋다”면서 “내가 이번에 11집 내는데 노래를 팔라”고 말한다.

이승철은 ‘슈스케2’때보다 훨씬 더 다양하고 활기차며 거침없는 심사를 보여주고 있다. 어떨 때는 클리닉의 의사고, 어떨 때는 방송심의위원장이다. “한 잔 술하고 담배밖에 없어. 가사가 지루하네요. 그것 심의에 다 걸려요.”(방송심의위원장) “연습 안하면 불안하죠? 노래 쉬세요. 목 혹사당했어요. 노래 편안하게 연습하세요. 일주일에 30분.”(이비인후과 전문의) “치명적인 단점이 약간 구강구조가 노래하는데 불리해요”(치과의사) “음색은 좋은데 다이어트 좀 하셔야 될 것 같아요.”(황제 다이어트 단식원)

그런가하면 뉴욕의 투개월 팀에게는 “노래를 잘 했는데 팀 외모가 촌스럽다”고 지적해준다. 얼핏 ‘외모 드립’ 논란이 일 수 있지만 맥락 속에서 이해하면 그 말은 요긴한 조언이 된다. 참가자나 시청자들도 이승철의 심사 스타일에 대해 “많은 도움이 됐다” “단점을 지적해주는 것이 심사위원의 역할이 아닐까요”라고 말한다.


 
이승철은 코믹하지 않음에도 재미가 있다. 심사위원중 최고참이면서도 괜히 무게를 잡거나 심각한 체 하지 않아 가볍게 보이는 듯 하지만 해야할 일은 확실하게 해내는 프로페셔널이다.

‘여자 조권’ 김유나가 잠옷 같은 반바지를 덧입고 춤을 추는 개인기를 선보이자 “이 프로 점점 스타킹돼간다”고 했다가 노래를 들어보고는 “보아 보는 것 같아”라고 말한다. 그리고는 합격한 김유나가 환호성을 지르며 나가자 “저런 애들 합숙 들어가면 말 잘 안듣는다”는 말을 덧붙인다.
 
이승철은 얼굴 표정만 봐도 호불호가 드러난다. 한국어를 잘 못하는 미국동포 옐로보이즈에게 “진짜 싫어하는 스타일이야”라며 짜증나는 반응을 보인다. 이게 그의 개성이다. 이 장면과 함께 싸이가 이들에게 매너를 지키라며 일장 훈계를 하는 장면은 그 자체가 심사의 스토리가 된다.

이승철의 표현법도 물이 완전히 올랐다. 임신 9개월차 예비 엄마 전성진씨가 박정현의 ‘하비샴의 왈츠’를 부르자 “소름 끼치는데. 폐활량 주머니가 따로 있는 거 같지 않아”라고 표현했다. 이승철은 이하늘이 없는 뉴욕에서 두 차례나 ‘우리 애나’ 하면서 합격 티셔츠를 나눠주는 서양 여성을 챙기기도 했다.
 
이처럼 이승철은 직설적이고 솔직하고 때로는 가볍다. 하지만 단점 지적 등 핵심은 정확히 잡아낸다.

 
칼럼니스트 서병기 <헤럴드경제 기자 >wp@heraldm.com 


[사진=Mnet]


저작권자 ⓒ '대중문화컨텐츠 전문가그룹' 엔터미디어(www.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저작권자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