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준금 “‘키앤크2’ 심사위원으로 출연 예정”[인터뷰]

[엔터미디어=정석희의 지금 만나러 갑니다] KBS2 <오작교 형제들>의 미워할 수 없는 허세녀 남여경과 와 SBS<당신이 잠든 사이> 의 장여사, SBS <일요일이 좋다> ‘김연아의 키스 & 크라이’ (이하 ‘키앤크’)의 피겨 스케이터 사이에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드라마와 예능, 시트콤을 오가며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배우 박준금을 만났다.

정석희: 1982년 KBS2 <순애>로 데뷔 한 이래 쭉 순수하고 청초한 주인공 역만 하셨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기나긴 공백 후 컴백하셨고 2006년 리메이크 작, SBS <사랑과 야망>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으셨는데요, 드라마 속 ‘홍조 엄마’ 역의 이미지가 강해서인지 그 뒤엔 비슷비슷한 독한 역할을 주로 맡게 되셨어요. 아쉬운 점은 없었는지요?

박준금: 다시 돌아왔을 때 사실 선택의 여지가 없었어요. 어릴 적 못 이룬 꿈들을 이루고 싶었지만 드라마 쪽 상황이 많이 바뀌어 있더군요. 배우라면 좋은 역할에 대한 바람이 왜 없겠어요. 그러나 일단 캐릭터가 그렇게 잡힌 이후에는 계속해서 독한 역할만 들어오더라고요. 아쉬움은 있습니다.

정석희: 독한 연기라 해도 살펴보면 디테일이 다 달라요. SBS <당신이 잠든 사이>에서는 술집 여자 출신의 천박한 속물연기지만 KBS2 <오작교 형제들>에서는 허세 가득하면서도 귀여운 속물 연기죠. SBS <시크릿 가든>에서는 같은 속물 연기여도 카리스마가 넘쳤고요. 얼마 전 <당신이 잠든 사이>에서 딸의 존재를 알게 되며 눈물을 흘리는 순간, 연기가 아닌 실제로 다가오더군요. 절로 솟아나는 눈물이었다고 할까요?

박준금: 저는 어찌 보면 연기의 시작이 우는 연기였어요. 지금껏 안약을 써 본 일이 없습니다. 다시 연기자로 돌아 왔을 때 악역과 눈물이라는 어찌 보면 상반된 두 가지를 가지고 연기할 수 있어서 행복했어요. 사실 드라마 제작 환경이라는 게 충분히 감정을 끌어 올린 상태에서 슛에 들어가게 기다려주는 상황이 아니라서 감정을 조절하기가 어렵거든요. 살아오며 겪었던 많은 아픔들이 재료가 되었는지도 몰라요.

정석희: 그래서 그런지 리메이크 작 <사랑과 야망>에서 다른 캐릭터들은 원작과 엇비슷했는데 ‘홍조 엄마’는 원작의 김애경 씨와 많이 달랐던 것 같습니다. 속물근성의 절정인데 뭔가 모를 귀여움이 있었어요.

박준금: 첫째는 대본이 워낙 탄탄 했고요. 아무리 독하게 해도 제 속에 있는 허당끼가 은연중에 드러났기 때문일 수도 있겠죠. 계산하고 연기했던 건 아닙니다. 그 역할 전에 12년을 쉰 상태였는데요. 방송을 떠날 때는 주인공으로 활동했었기 때문에 갑자기 돌아와 엄마 역할을 한다는 게 이래저래 부담이었어요. 엄마를 할 나이인 건 맞지만 세월을 체감하며 살지 않기 때문에 '내가 벌써 엄마 할 나이가 됐어?' 하는, 허탈한 기분이었던 것 같아요.

정석희: 중견 배우들 중에, 동시에 여러 편 겹치기 출연을 하면서도 역할 구별이 통 안 되는 연기자들이 꽤 많은데요. 비슷한 머리에 비슷한 옷차림에, 말투까지. 박준금 씨는 어떻게든 차별화 시키고자 노력하는 게 보여요. 의상부터 콘셉트까지, 연구를 많이 하시나요?

박준금: 이 역할 저 역할 구분이 안 되게 똑같이 보여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의상이며 헤어스타일 또한 세심하게 체크합니다. 물론 도와주는 친구들이 있지만 얼추 반 정도는 제가 다시 손을 봐요. 우리 코디네이터들이 아마 힘들 거예요. <당신이 잠든 사이>에서는 일부러 스팽글이 달린 화려한 드레스를 입는 식으로 과하게 가고 있어요. 왜냐면 <당신이 잠든 사이>의 장 여사는 과거에 술집 여자였으니 아무리 부유해도 재벌 부인들과는 격이 다르게 표현해야 옳다고 생각해서죠. 지금 이 머리 모양도 두 가지 캐릭터를 두루 다 소화하기 위해서 잡은 스타일이에요.

정석희: 그런 열정을 쉬는 동안 어떻게 누르셨어요? '박준금'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살다가 내 이름 없이 사는 건데 허망하지는 않으셨나요?

박준금: 쉬는 동안 좀 무료하긴 했죠. 12년을 ‘나’ 없이 살았으니까요. 그러나 저는 운명을 믿어요. 배우는 허락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거든요. 아무리 예쁘고 연기를 잘해도 민심은 천심이라고 하듯 그 시대가 원하는 상이 따로 있는 것 같아요.

정석희: 흘려보낸 세월이 아까울 만도 한데요. 왜 있잖아요. 어느 날 못 나와서 치워버린 옛날 사진을 우연히 발견했는데 들여다보니 지금보다 열 배는 예쁜 것처럼 말이에요.

박준금: 아깝다면 아까울 수도 있는 일인데 그 사이 지금 활동에 쓰일 좋은 경험들을 했다고 생각하면 오히려 고마운 일이에요. 잃는 게 있으면 얻는 것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크게 아쉽지는 않아요. 저는 잔 고민을 안 하는 성격이라서 포기도 빠르고 받아들이는 것도 빨라요. 뭘 잃어 버려도 '나랑 인연이 없나 보다' 해버리거든요. 다행히 다시 배우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즈음 김수현 작가님과 인연이 닿아 작품을 하게 됐죠. 처음에는 작가님도 '네가 주인공이던 시절과는 달라졌다. 상처가 있을 거다'라며 말리셨어요. 그러나 저는 쉬면서도 이 바닥을 떠났다고, 은퇴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어요.



정석희: 윤여정 씨도 미국에서 돌아와 다시 연기를 시작 했을 때 후배 연기자들에게 연기 지적을 받았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런 경우, 일종의 텃세 같은 건 없었나요?

박준금: 당연히 있었죠. 없을 수가 없어요. 대본 속에 답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무작정 대본을 붙잡고 통사정한 적도 많았는걸요. 캐릭터 문제로 감독님과 의견 충돌을 한 적도 있고요. 그러나 그 과정들이 힘들게 여겨지진 않았어요. 이 직업을 너무 사랑했기 때문에 다시 돌아왔을 때는 연기 잘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밖에 없었어요. 다만, 시청자들의 무관심, 관계자들의 무관심은 정말 견디기 힘들더군요. 나이는 먹었지만 다행히 대본 외우기는 그다지 어렵지 않더라고요. 대본을 외우는 건 타고 나는 건데 배우로서의 감성과 적당한 머리를 주신 것에 감사해요. (웃음)

정석희: 엄마 역할이 아닌 다른 역할을 하고 싶다는 생각, 종종 드시죠? <오작교 형제들>에서 남편 역의 김용건 씨와는 코믹의 느낌이 강한데 MBC <그대, 그리고 나>에서처럼 최불암, 박원숙 씨가 하셨던 그런 느낌의 멜로를 하시면 잘 어울리실 것 같아요.

박준금: 여배우의 로망은 죽을 때까지 멜로죠. <오작교 형제들>을 시작할 때도 사실 고민을 했었어요. 지금껏 해온 캐릭터와 많이 비슷해서죠. 그러나 제 캐릭터는 작품마다 조금씩 진화한다고 생각합니다. <시크릿 가든>이후 악역에서 코믹한 쪽으로 가려고 의도적으로 노력하는 중이에요. 제가 의외로 코믹이 잘 맞더라고요. <오작교 형제들> 또한 회가 진행될수록 깊은 이야기들이 나옵니다.

정석희: 로맨틱한 멜로를 같이 하고 싶은 배우가 있나요? 김수미 씨는 매번 조인성씨를 언급하시던데요, 상상은 자유잖아요.

박준금: 저는 배우의 감성이 있기는 한데 많이 보수적이에요. 후배는 후배일 뿐 상상이야 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것을 생각 하는 자체가 재미있는 일은 아니에요.

정석희: 어느새 박준금 씨만이 가능한 자리가 생겼다고 봐요. 이를테면 SBS <그대 웃어요>의 한세(이규한 분) 어머니 같은 역할이죠. 드라마는 주인공만 가지고는 성공하기 힘들잖아요. 잘 된 드라마는 뒤에 받쳐주는 중견 연기자들이 있는데요. <시크릿 가든>의 문분홍 여사 역으로 드라마 선택의 폭도 넓어졌을 것 같아요.

박준금: 원래 <그대 웃어요>는 처음 몇 회만 나오기로 하고 출연을 결정했어요. 갈등을 유발하고 바로 빠져 주는 역할이었는데 캐릭터가 독해서인지 끝까지 살아남았죠. (웃음) 저는 항상 뭘 하든 맡은 작품이나 역할에 대해서는 최선을 다 해요. 역량이 안 되는 건 어쩔 수 없어도 카메라 앞에서는 거짓을 말할 수 없거든요. 배우로 날개를 펴게 해 준 드라마가 <시크릿 가든>입니다. 매 작품 혼신을 다하지만 '내가 두 번 다시 이런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생각했을 정도로 문분홍은 매력 적이었지요.

정석희: 드라마 속에서 아들, 며느리가 많았는데요. 기억에 남는 연기자는 누구인가요?

박준금: 아무래도 현빈이죠. 현빈 엄마로 많은 사랑을 받았으니까요. 배우도 감정이 있어요. 자식 역할을 하는 배우가 유명, 무명을 떠나 피붙이 같은 느낌을 주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그럴 땐 조금 더 애정을 쏟게 되고 그 역할에 더 몰입하게 되는데요, 현빈은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 준 친구에요. 고맙죠. 눈빛이 살아 있고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는 자세가 좋았어요.

정석희: 쭉 독한 연기만 해 왔다면 시청자들에게 밉상으로 찍힐 수도 있었는데요, '키앤크'에서 어른으로서의 모습을 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첫 번째 탈락자가 발표 되는 순간에도 마냥 좋아 할 수만은 없다며 중심을 잡으셨죠.

박준금: '키앤크'를 하며 많은 보람을 느꼈습니다. 어린 학생들에게 우리 나이는 관심의 대상이 아니잖아요. 그런데 이젠 학생들이 먼저 알아봐 주기도 하고요. 사실 다른 예능 프로그램은 앞을 막아 놓고 시작하지는 않잖아요. 시청률이 떨어지면 저절로 종영하기 마련이고요. 그런데 '키앤크'는 드라마와 똑같이 시작과 끝이 있는 프로그램이었어요. 시도해 보지 않았던 것이기에 시작도 두려웠지만 대책 없이 사랑을 쏟아 붇다 보니 끝날 시간이 다가오는 것도 두려웠어요. 이 프로그램이 끝나면 그 끝을 어떻게 감당해야 하나 하는 마음이 들 정도로 말이죠. 후배들과 땀 흘리며 맞춰가는 성취감도 좋았고 색다른 우정과 사랑이 감동으로 다가와 행복했습니다.

정석희: 어렸을 때 스케이트를 타 보기도 했고 우리 아이에게 레슨을 시켜 본 적도 있어 잘 아는데요. 피겨 스케이트라는 게 실력이 늘기 참 힘든 운동이더라고요. 그래서 박준금씨의 도전 소식에 고개를 갸웃거렸던 게 사실입니다. 과연 될까? 싶었어요. 그러나 예술은 기술적인 요소뿐만이 아닌 감성이 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을 이번 박준금 씨의 도전을 통해 알 수 있었어요.

박준금: 저는 우리가 비전문가로서 짧은 시간 안에 완성도 있는 작품을 보여주기는 어려우리라고 판단했습니다. 더구나 젊은 친구들은 우리보다 흡수력이 몇 배나 뛰어나 기술로서는 이기기 힘들겠다는 생각도 했고요. 그렇다면 나만이 가진 장점이 뭘까 궁리해봤어요. 다행히 저는 배우로서의 감성이 있잖아요? 무용과 스케이트를 접목해서 감성적으로 보여 주면 승산이 있겠다는 계산을 했습니다.

정석희: 그 감성은 누구도 따라가기 힘들죠. 스케이트는 부상의 위험도 있는데 기술이 그 정도로 늘 때 까지는 우리가 모르는 연습 과정이 더 많았지 싶어요.



박준금: 그래서 정이 많이 들었어요. 스케줄이 끝나거나 자투리 시간이 생기면 무조건 달려가 연습을 했으니까요. 저는 나이가 있잖아요. 젊은 친구들을 쫓아가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을 투자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외골수라 한 번 시작한 일에는 빠져 버리는 경향이 있어요. (웃음)

정석희: 여배우들은 나이를 좀 낮추기도 하잖아요? '키앤크'에서 보니 만 나이로 하면 아직 40대라고 주장하실 법도 한데 당당하게 50이라고 밝히시더라고요.

박준금: 나이 먹는 게 창피한 일도 아니고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도 넓어지는 장점도 있어요. 안타까운 건 고정관념이죠. 엄마도 여잔데 엄마 역할이라고 해서 아줌마옷, 아줌마 머리를 꼭 해야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저는 틀을 깨고 싶어요. 한류도 타는 마당에 왜 엄마는 틀에 박힌 아줌마 차림이어야 하나 하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우리 나이가 되면 후배들한테 본보기가 되어야 하는 사명감도 가지게 되는데요, '나이 때문에 못했어'라는 말은 결코 하고 싶지 않습니다.

정석희: '키앤크'를 마치며 '이게 나한테 선물이었다.'는 말씀을 하셨잖아요? 그 말씀이 참 좋았어요. 인생의 기회를 잘 활용한 것 같습니다. '키앤크'의 파트너 김도환 선수와는 어땠나요?

박준금: 왜 자기도 젊은 파트너와 하고 싶지 않았겠어요? 그 친구에게도 특별한 기회였을 텐데요. 크리스탈처럼 어린 파트너와 했다면 더 나은 기술도 선보일 수 있었겠죠. 자신도 꿈이 있었을 텐데 끝까지 엄마 벌 되는 저와 최선을 다해줘서 고마웠어요.

정석희: 탈락하는 친구들을 보며 안쓰럽기도 하고, 엄마 같은 애틋한 마음도 들었을 것 같아요.

박준금: 항상 마음이 아팠어요. 매 주마다 알게 모르게 '저 팀 탈락 할 거야.' 싶은 팀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그런 팀들을 보며 아쉬워하고 안타까워했어요. 탈락의 유무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고요. 이 방송이 끝나면 다시 못 본다는 아쉬움이 더 컸죠. 저만 그런 게 아니에요. 작가, 음악, 의상, 정빙 등 '키앤크'에는 뒤에 수많은 스태프들이 있어요. 그 수많은 스태프들 모두가 탈락하는 팀 때문에 하루 종일 전전긍긍했는걸요.

정석희: '키앤크'의 김재혁 PD도 기대 이상 잘 해 주셔서 고마웠다고 하더군요.

박준금: 처음에는 가볍게 생각했어요. 듣자니 이규혁 선수도 저처럼 쉽게 생각했다고 하더라고요. 예능이라기에 연습 끝나면 같이 밥도 먹고 소풍도 갈 줄 알았는데 한 주 한 주 지나며 '노력하지 않으면 망신이겠다.'는 생각이 들더래요. 그래서 미친 듯이 열심히 했다고 하더라고요. 선수들 하나하나 그런 생각들이 도화선이 되어서 용광로처럼 달아 오른 것 같습니다.

정석희: 시즌2를 하게 되면 다시 하고 싶으신가요? 저는 아무래도 부상이 걱정이 되더군요.

박준금: 정말 또 하고 싶어요. 탈락하고 많이 울었거든요. 탈락이 아쉬워서 울었다기보다는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느낌 있잖아요. 제가 링크에 없어서 허전하다는 제작진의 문자를 받았는데 그 문자를 보니 또 눈물이 핑 도는 거예요. 내년에는 심사위원으로라도 출연할 예정입니다. 다행히 크게 다친 적은 없지만 멍을 달고 다녔었어요. 그나마 어릴 적 무용을 했기에 큰 부상이 없어서 다행이죠. 음악에 맞춰 동작을 표현하는 것은 비슷하지만 스케이트는 여기에 힘이 또 필요한 운동이어서 힘들었어요.

정석희: 동안을 유지하고 계신데, 나름의 비결이 있나요?

박준금: 직업이 직업이다 보니 노력을 안 할 수는 없어요. 요즘은 일이 바빠 별로 하는 게 없는데요. 제가 제일 신경이 쓰이는 점은 살이 찌는 거예요. 강박이 있는 편이어서 체중이 조금이라도 는 것 같으면 음식조절을 하죠. '키앤크'를 하면서 3-4kg이 빠졌어요. 그런데 스케이트가 유산소 운동이 되어서인지 오히려 스케줄이 많았는데도 피곤하지는 않더라고요.

정석희: 중견 배우가 영역을 확장하고 발전한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일 것 같아요. 누가 '키앤크'같은 험한 도전을 할 생각을 했겠어요? 비슷비슷, 안전주의로 가겠죠. 같이 나이든 사람 입장에서 가능성을 보여주셔서 감동이었어요.

박준금: 저는 도전이 재미있어요. 중견 배우란 주로 후배를 빛나게 하는 서포터 역할인데요. 저는 꼭 그 자리에 머물러 있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식상한 연기자가 되고 싶지도 않고요. 끊임없이 연구하는 연기자가 되고 싶어요. 항상 스튜디오나 카메라에 갇혀 있기 때문에 발전하고 있다는 사실을 피부로 느끼지는 못하지만 저는 아직도 하고 싶은 게 많고 연기로는 아직 반도 못 온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예술은 끝이 없어서 더 흥미롭죠? '키앤크'는 잠시잠깐의 외도였지만 연기 감성에 많은 도움이 됐어요. 하면 된다는 자신감도 생겼고요. 배우가 어릴 때는 촉촉한 감성이 풍성하다가도 나이 들면 무뎌질 수밖에 없는데 '키앤크'를 통해 마음이 많이 촉촉해져서 좋았습니다.



정석희: '키앤크' 중에 동료로부터 느꼈던 특별한 감성이 있나요?

박준금: 모두 열심히 했기에 모두에게 박수를 보내주고 싶어요. 아, 손담비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네요. 처음에는 담비가 그저 단순히 '비주얼이 좋아 성공한 친구다'라고만 생각 했는데 실제 겪어보니 솔직하고 거짓이 없는, 순수함이 좋았어요. 노력하는 자세는 두말 할 것도 없고요. 크리스탈도 마찬가지에요. 크리스탈은 가식 없는 태도 때문에 가끔 오해를 받는 게 안타까웠죠. 신체적으로 완벽하니까 어른 취급을 하는데 사실은 애기거든요. 그 또래라면 그런 반응을 보이는 게 극히 정상이죠. 오죽하면 제가 '뚱스타일'이라는 별명을 지어줬겠어요? (웃음) 이아현 씨도 저보다 어리긴 하지만 아이들까지 챙기며 연습을 해야 했으니 오죽 힘들었을까요. 그리고 유노윤호의 예의바른 태도에는 정말 놀랐어요. 열심히 하는 것뿐만 아니라 매너가 아예 몸에 배어 있더군요. 그 바쁜 중에도 저희들은 물론 스태프들 하나하나 챙기는 예의를 잊지 않는 모습, 잊을 수가 없습니다.

정석희: '키앤크'를 하면서 드라마와 시트콤을 함께 하셨는데, 얼마나 힘드셨어요?

박준금: 스케이트 연습을 하면서 남는 시간에는 대사도 외우고 촬영도 나가야 해서 몸이 고달팠죠. 로드 매니저가 병이 났을 정도였고요. 드라마 감독은 혹시라도 다칠까 걱정을 많이 하셨어요. 내심 빨리 떨어졌으면 하는 감독도 있었죠. 누구나 각자의 욕심이 있으니 내 작품에만 충실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을 것 같아요. 부상 없이 마무리 지은 것에 감사합니다. 스케이트는 정직한 운동이에요. 실력이 안 되면 넘어지게 되는데 빙판 위는 대리석 바닥만큼 위험하거든요. 거짓말을 할 수 없는 운동이 스케이트죠.

정석희: 배우로서 제일 많이 신경 쓰는 부분이 있다면 어떤 부분일까요?

박준금: 카메라 앞에서 부끄러운 사람이 되지 말자고 다짐합니다. 진정성을 가진 배우가 되는 것, 연기에는 정답이 없기에 뭐든 주어진 건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입니다. 보여 주는 직업이다 보니 요즘의 트렌드 또한 신경 써야 됨은 물론이고요. 의상도 신경 쓰고 요즘 유행하는 핫한 노래들도 놓치지 않고 찾아 듣습니다. 트위터는 시간이 부족해 하지 않지만 새로 나오는 IT나 스마트 폰 등 트렌드에 관심이 많습니다. 제가 잘 할 수 없는 것은 하지 않지만 최선을 다해 잘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절대 놓치고 싶지 않거든요.


Epilogue
정말 예쁘다!
하늘거리는 발레리나 풍 연보라색 치마에 꽃으로 장식된 허리끈을 맵시 있게 두르고 인터뷰 장소에 나온 박준금 씨. 배우의 자기관리라는 게 이런 것일까? 도무지 50대의 피부와 몸매가 아니다! 사랑스러운 소녀 감성으로 인터뷰 내내 유쾌했던 그 현장을 사진으로 남기지 못했다는 사실이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그냥 흘려보내기는 아쉬웠던 그 날의 예쁜 모습을 다행히 현장에 있던 일러스트레이터가 그림으로나마 전할 수 있어 기쁘게 생각한다.


칼럼니스트 정석희 soyow@entermedia.co.kr
그림 정덕주
정리 최정은

장소협조=갤러리 온리
사진=KBS,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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