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가 ‘여성부’를 방패로 삼는가

[엔터미디어=듀나의 영화낙서판] 곧 [스타워즈] 블루레이가 나온다. 2011년에 허겁지겁 나오는 건 조지 루카스가 2012년 지구가 멸망하기 전에 그의 대작을 마무리 짓고 싶어서라는 소문이 돈다. 팬들은 이번에도 고민이다. 오리지널 3부작만 살 것인가, 아니면 프리퀄까지 포함한 6부작을 모두 살 것인가.

나도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했는데, 아마 전집을 다 사게 될 것 같다. 블루레이로 바뀐 프리퀄의 모습이 살짝 궁금하기 때문이다. 아마 디지털 촬영 초창기의 실험작이었던 2편의 뿌연 화면은 교정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1편의 퍼펫 요다가 CG 캐릭터로 바뀐단다. 솔직히 난 퍼펫 요다가 더 좋지만, 루카스의 결정은 이해를 한다. 오리지널 시리즈처럼 세 편 모두 퍼펫이었다면 상관없지만, 프리퀄 3부작 중 1편만 퍼펫이라면 신경이 쓰일 만하다.

루카스는 지난 몇십 년 동안 [스타워즈] 시리즈를 꾸준히 수정해왔다. 팬들은 특별판 이후의 변화를 비판하지만, 사실 그 이전에도 수정은 있었다. 1편의 부제가 [새로운 희망]이 된 것도, 그것이 에피소드 4가 된 것도 모두 이후의 재개봉 때의 일이니 말이다. 그는 강박증이라도 걸린 것처럼 끊임없이 그의 영화들을 수정한다. 그래서 어떤 팬은 언젠가 [스타 워즈]는 테세우스의 배처럼 원래의 모습을 잃고 CG 애니메이션만 남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참, 테세우스의 배에 대해 기억하시는지? 학교에서 배운 걸 까먹은 분들을 위해 간단히 설명해보자. 테세우스의 배는 세월이 가면서 끊임없이 목재를 교체해가며 보수된다. 그렇다면 배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 사용된 목재가 모조리 사라질 날이 온다. 그렇다면 그 보수된 현재의 배는 테세우스의 배가 맞는가? 아니면 다른 무엇인가?

그리스인들의 공허한 말장난처럼 들리지만 그렇지 않다. 우리 모두는 테세우스의 배다. 생각해보라. 우리 몸을 이루는 단백질과 기타 물질들은 몇 개월 안에 거의 완벽하게 교체된다. 다시 말해 당신이 애인과 헤어졌다가 반 년 만에 다시 만났다면 이전에 당신이 만지고 키스하고 사랑을 나누었던 물질들은 단 하나도 남아 있지 않다는 말이 된다.

물론 여러분은 그 사람을 여전히 당신의 옛 애인으로 볼 것이다. 아무리 구성 물질이 바뀌어도 그 사람을 구성하는 이름과 외모와 정신과 정체성과 기억은 여전히 상당부분 남아 있을 테니까. 하지만 이것도 생각만큼 간단치 않다. 세월이 지나 너무나도 변해서 종종 이름과 외모를 제외하면 알아보기도 힘든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니까. 이것이 개인이 아니라 당신이 속했던 학교나 단체, 정당의 경우라면 더욱 혼란스러워진다. 세월이 흐르고 구성원들이 바뀌면 종종 그 단체가 같은 이름을 쓰는 것이 거짓말처럼 느껴질 때가 온다.

요새 동네북이 된 ‘여성부’에 대해 내가 불편해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일단 나는 그 곳에서 벌어지는 가요 사전검열 소동이 그냥 코미디라고 생각하고 그에 대해 맹렬히 반대한다. 하지만 그 소란 중 ‘여성부’라는 이름이 계속 쓰이는 방식이 계속 거슬린다.

교통정리를 하자. 지금 여기서 여성부라고 불리는 기관의 본래 이름은 ‘여성부’가 아니라 ‘여성가족부’다. 그리고 지금 술과 담배가 들어가는 가사를 몽땅 잘라내려 혈안이 되어 있는 청소년보호위원회는 원래 보건복지가족부에 속해 있던 기관이다. 이 기관이 여성부로 시작했다가 여성가족부가 되었다가 다시 여성부가 되었다가 또다시 여성가족부가 되었을 때, 가족, 청소년 관련 업무를 보건복지부로부터 이관 받은 것이다.

말이 이관 받은 것이지, ‘가족부’의 영역이 ‘여성가족부’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건 조금만 검색해도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명박 정권하의 여성가족부에서 ‘여성부’의 영역은 거의 티끌만큼도 남아 있지 않고, 그마저도 계속 줄어들고 있다. 의심난다면 지금의 여성가족부의 예산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를 보라. 예산은 그 기관의 성격을 보여준다. 과연 이명박 정권 하의 ‘여성가족부’가 ‘여성’이라는 단어를 달 자격이 있는지 확인해보시라.

그런데도 사람들은 지금의 소동을 참여정권 당시 반 여성부 감정과 연결시켜 생각한다. 미안하지만 계산착오도 그런 계산착오가 없다. 일단 지금 시대착오적인 소동을 벌이고 있는 음반심의위원회의 실질적인 책임자는 기독교 음반 서적 전문 라이트하우스의 대표인 강인중이다. 최근 그는 사퇴의사를 밝혔다. 이미 유명해진 곳이지만 그의 블로그(http://m.blog.naver.com/ikstudd)에 한 번 들어가보시라.

과연 여기서 여러분이 이전 정권 때 그렇게 증오했던 여성주의의 흔적을 찾을 수가 있는가? 그는 척 봐도 골수 기독교 우파다. 다시 말해 여성주의의 정반대에 서 있는 인물이다. 여성주의의 안티인 것이다. 이런 사람들이 주도권을 쥐고 목소리를 내고 있는 곳을 ‘여성부’라는 것이 과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이명박 정권 하에서 여성부의 변화는 이름과 얼굴만을 남겨놓은 철저한 파괴행위였다. 지금의 이 기관이 여성주의를 대표하고 있다고 믿는다면 당신은 정말 순진하게 속아 넘어간 것이다. 그들은 지금 ‘여성부’의 이름을 소모품 방패처럼 이용하고 있을 뿐이다. 차라리 노동부를 고용노동부로 바꾸고 은근슬쩍 고용부라고 부르는 무리들이 차라리 솔직하다. 물론 그렇다고 당신은 지금 고용부라고 불리는 기관이 없어져야 한다고 믿지는 않을 것이다.

다시 한 번 아주 간단히 정리를 해볼까? 당신들이 싸우고 있는 상대는 여성주의자들이 아니라 보수주의 기독교 우파다. 그들의 이름을 부르고 그들과 싸우고 그들을 욕해라. 왜 여성주의자들이 반여성주의 기독 우파 마초들이 저지른 일 때문에 대신 욕을 먹어야 하나. 그리고 왜 내가 이렇게 간단한 걸 하나하나 정리해주고 있어야 하나.


칼럼니스트 듀나 djuna01@empas.com


[사진=채널CG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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