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후2' 고민구 PD “음원공개 현실적으로 어려워”[대담2]

[엔터미디어=TV남녀공감백서] 명곡은 세대를 나누지 않는다. KBS <자유선언 토요일> '불후의 명곡2: 전설을 노래하다' (이하 '불후2')는 40대 이상의 시청자들이 자신들에게 익숙한 노래를 요즘의 아이돌에게서 듣는 프로그램이다. ‘불후2’의 고민구PD와 함께 전설, 명곡, 아이돌이 함께 만드는 ‘불후2’의 이야기들을 나누어 보았다. (대담 고민구 PD, 정석희 칼럼니스트, 정덕현 칼럼니스트, 정리 최정은 기자)

정덕현: 저는 아이유가 아쉬웠습니다. 그런 조용조용한 목소리는 따로 묶어서 방송을 하는 것이 어떨까 싶었어요. 한데 모아 놓으면 피해를 볼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죠.

정석희: 맞아요. 아이유는 폭발적인 가창력이 필요한 큰 무대보다는 도란도란 둘러 앉아 조용히 귀를 기울이고 들어주는 소규모 무대에 더 잘 어울리는 가수지요.

고민구: 아이유의 목소리는 사실 경합용 목소리가 아니에요. 이를테면 효린은 우리나라 사람들 특유의 가창 보이스가 있잖아요? 조덕배나 조동진의 노래로 일등 하기가 힘들듯이 아이유도 내공은 굉장한데 많이 아쉽죠. 또 하나. 남자 보컬리스트 특집의 이정의 무대 역시 아쉬웠습니다. 정말 잘하는 가수인데 편곡이 경합용이 아니었죠. 이렇게 하면 불리하다고 했는데도 탈락을 감수하면서까지 자기가 해보고 싶은 음악으로 도전하더군요. 그런데 저는 편집을 하면서 계속 듣게 되잖아요? 그냥 묻어 두기에는 들을수록 아쉬운 노래에요. 음원을 풀 수도 없는 일이고 말이에요.

정덕현: 음원 공개를 안 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고민구: 이게 복잡합니다. 아이돌인지라 음반 시장에서 제살 깎아먹기가 될 수도 있어서죠. '나가수'와는 다른 부분입니다. 무료 다운로드도 생각해 봤는데요, 저작권자들이 있기에 그것 또한 어렵더군요. 음원 문제는 현실적으로 교집합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정덕현: 음원이 제공 되지 않는다는 점이 큰 걸림돌입니다. '나가수'만 봐도 주말이 지나면 어느 곳에서든 음악을 들을 수 있는데요, '불후2'는 그게 안 되니까 한 번 부르고 묻힐 수밖에 없죠. '불후2'의 브랜드가 넓혀지지 않는 이유도 음원에 있지 않을까 하는데요?

정석희: 제작진은 제작만 하고 마케팅은 따로 신경 써 접근해주는 부서가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KBS는 위성으로 전 세계에서 보는 방송이라 여러모로 유리할 텐데요?

고민구: 너무 아쉬움이 많아서요. 연말에 우승한 가수들에 한해서 음원 없이 음반만이라도 내볼까 계획하고 있습니다.

정덕현: '불후2'를 만들며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고민구: 일단은 섭외죠. 노래 잘하는 아이돌 섭외가 가장 어렵습니다. '나가수'처럼 온전히 라인업해서 쭉 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에 아이돌로서는 부담이죠. 스케줄이 우선 가장 큰 문제이고요. 음악이 원래 콘셉트 잡기가 어렵지 일단 잡고 나면 금방이잖아요. 그런데 아이들이 너무 바쁘다보니 시간이 워낙 없는 거예요. 오죽하면 이 프로그램 하며 지금껏 맥주 한 번을 같이 못 마셔 봤겠어요. 가수로서 보여 주고 싶은 열정은 어느 누구 못지않을 텐데 이래저래 많이 힘들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정석희: 전설들의 섭외는 어렵지 않나요? 지난번 주현미 씨 얘기를 듣자니 전설들끼리도 나갈까 말까 의논들을 하시는 모양이던데요.

고민구: 의외로 전설 분들은 대부분 흔쾌히 응해주세요. 그리고 녹화가 끝난 뒤에는 더 좋아하시며 고맙다고도 하세요. 영화의 오마주처럼 우리 프로그램에서 또 다른 의미의 오마주를 받는 느낌이라 하시더군요.

정석희: 한 자리에 모인 모든 사람들이 한 시간 넘게 온전히 자신의 노래만을 부르고 듣는 모습을 보게 되는 거니까요. 그것도 최선을 다해 만들고 부르는 시간이니 감격일 수밖에 없죠.

고민구: 우리의 목표는 40대 이상의 시청자 분들이 자신들에게 익숙한 노래를 요즘의 아이돌에게서 듣는 것입니다. 그러면 음악 프로그램간의 세대차도 좁혀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정덕현: 매주 경연을 하는 프로그램으로 60분은 호흡이 너무 빠른 느낌이 있는데요. 좀 더 길게 해서 리얼 버라이어티를 섞으면 더 재미있어질 것 같아요.

고민구: '자유선언 토요일'은 두 개의 코너로 이루어진 프로그램입니다. 사실 여름의 오후 5시 50분은 해가 아직 떠있는 시간이잖아요? 시끌벅적한 시간대라 조용히 음악에 몰입하기엔 무리가 있는 시간이라고 봐요. 노래가 아깝기에 제가 꿈꾸는 시간대는 사실 밤 열 시 정도입니다.

정덕현: 서바이벌 프로그램들이 질리는 이유는 경합, 심사의 반복이 주는 지루함 때문입니다. 또 나오는 사람들이 고정으로 움직이게 되면 지루해지고요. '불후2'는 이런 문제에서도 가장 자유로워 보이는데요, 그 변화의 틀을 어떻게 지고 가느냐가 관건이겠습니다.

고민구: '나가수' 전에도 사실 각종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존재해왔어요. '나가수'가 혁명적인 이유는 이걸 최고의 가수들에게 적용해 런칭했다는 점이에요. 그런 점에서 김영희PD를 존경합니다. 누구나 불가능하리라 여겼던 프로그램을 성공으로 이끌었으니까요. 그러나 '불후2'도 알고 보면 음악 프로그램에서 일등을 해 본 친구들이 오는 곳입니다. 적어도 지금까지의 섭외 기준은 그랬습니다. 음악 프로그램에서 일등을 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하지만 아쉬울 게 없는 친구들이다 보니 다독이며 끌고 나가기에 어려움이 꽤 많았습니다.

정덕현: 그런 것은 외부에서 해주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자기들끼리 긴장관계를 형성하기도 하고 풀기도 하면서 끌고 가야 하는데 20대 초반이라 예민해서 힘들어요. 그중에서 누가 총대를 메고 나선다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고요. 그래서 아이돌만으로는 어렵겠다고 하는 겁니다.

고민구: 긴장 관계를 만들고 희석시켜 나가면 프로그램에 더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긴장관계를 다져가는 힘이 부족합니다. 좀 더 솔직하게 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그러나 요즘은 시스템 안에서 길러진 아이들이 대부분이잖아요. 인력 풀은 넓어졌는데 1세대 아이돌처럼 설익은 듯해도 원석의 느낌이 나는 친구들은 얼마 없죠.



정석희: 저는 이홍기가 김희철과 함께 올라 우승을 했던 무대가 흥미로웠어요. 흔히들 판정단은 폭발력 있는 가창력에만 점수를 주리라 짐작하는데 함께 즐기며 한 바탕 놀아준 팀의 손을 들어줬다는 점이 재미있었습니다.

고민구: 그래서 격주로 가려고 하는 겁니다. 한 주는 변형이 가능한 주, 또 한 주는 전설의 노래로 경합 하는 주로 말이에요. 처음에는 전설 주에 비해 그 앞 주가 조금 헐거운 듯해 아쉬웠었는데 최근에는 그 비중이 비등해졌어요. 그 밸런스를 맞춰 가는 것이 과제인 듯합니다.

정석희: 아, 맞습니다. 라이벌 전 때 김민종 씨도 정말 좋았어요. 별 기대 없이 듣고 있다가 규현과 '더 블루'의 '그대와 함께'를 부르며 등장하는 순간 십 수 년의 세월을 훌쩍 뛰어 넘는 가슴을 울리는 감흥이 있더라고요. 괜한 농담이 아니라 두 사람은 듀엣을 결성해도 무리가 없겠더군요. 잘 어울렸어요.

고민구: 바로 그런 감동을 발견 하는 것이 우리의 숙제입니다. '더 블루'의 노래는 '불후2'시작 때부터 우리가 찾고 있었던, 딱 그 느낌이었어요. 노래는 분명 과거의 노랜데 새로운 맛이 나거든요.

정덕현: 지금은 가수들로만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지만 개그맨들을 섭외할 생각은 없는지요? MC 보조로도 좋고 웃음을 만드는 역할을 주어도 되고요. KBS에는 <개그콘서트>가 있으니 섭외하기도 쉬울 것 같은데요?

고민구: 지금도 사실 중간에 누군가가 꼭 필요한 부분이 있거든요. 무대에 올라가기 직전까지, 혹은 불 꺼진 무대에서 내려올 때 받아 줄 사람이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아직은 어려서 감정을 솔직하게 이야기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그 부담을 덜어 줄 사람이 필요한 거죠.

정덕현: '나가수'의 매니저 역할도 필요하지만 tvN <코리아 갓 탤런트>의 노홍철이나 신영일 같은 사람들도 필요하지 않을까 했습니다.

정석희: 그런데 사람마다 제 몫과 그릇이 있는 것 같아요. 대기실에서 현장까지 두루 아우를 딱 맞는 적임자를 찾기가 어렵죠?

고민구: 현장에서 늘 아쉬운 부분입니다. 프로그램을 3개월간 끌어 오며 어느 정도 목표치에는 다다른 것 같아요. 이제는 프로그램을 다지고 안정화 시키는 작업이 필요한 단계입니다. 지금으로 봐서는 '불후2'가 6개월 만에 문을 닫지는 않겠고, 그래서 이걸 어떻게 끌고 갈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지금부터가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지금까지는 예열 단계였고요. 남진 특집과 추석 특집 후,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줄 장치를 마련하려고 합니다. 즐겁게 볼 수 있는 장치들을 계획하고 있으니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Epilogue
"열심히 노력하는 어린 친구들에게 '나가수'처럼 음원으로 대박 나게 해 줄 수도 없고요. 우리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가수로서의 명예나 인지도 밖에 없으니 우리 프로그램을 기회로 CF라도 좀 찍었으면 좋겠어요." (고민구PD)


대담 : 칼럼니스트 정덕현, 정석희, 정리 : 최정은, 사진 : 포토그래퍼 임용기(스튜디오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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