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알’, 줄줄이 쏟아지는 영화 같은 사건들의 참담함

[엔터미디어=정덕현] 지난 11월 26일 방영된 <그것이 알고 싶다>의 제목은 ‘악의 연대기’였다. 알다시피 이 제목은 영화에서 따온 것이다. 악이 어떻게 악으로 이어지는가를 보여주는 영화. <그것이 알고 싶다>가 굳이 이 제목을 붙은 건 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현재 갑자기 벌어진 것이 아니고 그 연원이 박정희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 최순실의 부친인 최태민으로부터 이어 내려온 ‘악의 연대기’임을 극적으로 드러내기 위함이었다.

지난 17일 방영된 <그것이 알고 싶다>는 ‘죽거나 혹은 죽이거나’라는 제목을 달았다. 이 제목 역시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같은 영화 제목을 닮았다. 내용 역시 한 편의 조폭이 등장하는 느와르 영화 같았다. 박근혜 대통령 5촌간 살인사건. 대통령의 5촌 조카인 박용철씨가 칼에 무수히 찔리고 망치에 가격당한 참혹한 사체로 발견되고 그 인근 산 중턱에서 그와 술자리를 가졌던 사촌 형 박용수씨가 목이 멘 사체로 발견된다. 사건은 박용수씨가 박용철을 죽이고 그 죄책감에 자살한 것으로 마무리되지만 <그것이 알고 싶다>는 거기에 남겨진 의문점들이 너무 많다는 걸 하나하나 파고든다.

죽기 직전 설사약을 먹었던 정황이 말해주듯 전혀 자살할 의도가 없었던 듯 보이는 박용수씨의 자살이 그렇고 그가 남긴 “땅에 묻지 말고 화장해 달라”는 유서 역시 보통의 자살에서는 나타나지 않는 것이란 점이 의혹을 갖게 만들었다. 또한 참혹하게 사망한 거구의 박용철씨에게서 저항 흔적이 별로 보이지 않았다는 점, 또 그의 몸에서 상당량의 수면 유도제인 졸피뎀이 다량 검출됐다는 점 등등 의혹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이런 의혹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박용철씨의 가족들이 제작진에게 나타나고 그들은 그가 억울한 죽음을 맞았으며 거기에는 숨겨진 진실이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드디어 등장하는 것이 바로 육영재단에서 과거 박근령 이사장과 신동욱 공화당 총재의 약혼으로 빚어졌던 갈등과 그게 첨예화되면서 2007년 육영재단에서 벌어진 폭력사건이었다. 이 폭력사건의 중심에 섰던 인물이 바로 박용철씨. 이 사태로 육영재단은 박근혜 대통령의 묵인 하에 박지만의 손으로 넘어갔고 박용철 역시 감옥을 다녀온 후 어린이회관 관장이 된다.

이즈음 신동욱 회장은 살해 위협을 받으며 살아가는데 박근혜 대통령의 미니홈피에 그 사실을 올린 것 때문에 재판을 받게 된다. 그 때 마침 박용철 역시 토사구팽 당하는 입장에 서게 되고 자신이 신동욱 회장의 살해 지시가 담긴 녹음 파일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게 되면서 재판에 증인으로 서려던 참이었다. 바로 그 즈음에 그가 참혹한 사체로 발견된 것이었다...

<그것이 알고 싶다>가 추적한 이 의혹들은 그저 한 편의 영화라고 해도 될 만큼 극적이다. 그리고 그 이야기가 전하는 한 가지는 “배후가 존재 한다”는 것이다. ‘악의 연대기’가 그 배후로서 최태민이라는 인물로까지 거슬러 올라갔다면 이번 ‘죽거나 혹은 죽이거나’는 참혹하게 살해된 박용철이라는 인물에서부터 차츰 거슬러 올라가 그것이 육영재단까지 연결되어 있고 다시금 박근혜 대통령이라는 이름이 거론되는 단계까지 이어진다.



그러고 보면 지난 3일 방영됐던 ‘회장님의 시크릿 VIP’ 역시 한 편의 영화 같은 내용들이었다. 해운대에 들어서는 엘시티 건설의 비리를 추적하며 이영복 회장의 ‘비밀장부’에 무수한 정관계 그리고 검찰에까지 기록됐을 것이라는 의혹들. <그것이 알고 싶다>는 그 장부와 다시 연결고리를 의심하게 하는 대목으로 최순실 게이트가 터졌을 때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엘시티 사건을 엄정 수사하라고 지시한 사실을 들었다. 청와대가 검찰의 약점이 될 수 있는 장부를 입수했을 거라는 추측이 이어졌다.

어떻게 이토록 영화 같은 사건들이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대통령과 연결되어 있다는 의혹을 받게 된 걸까. <그것이 알고 싶다>는 스스로도 이런 의혹들이 너무나 영화 같다는 걸 인정하면서도 그것이 지금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현실임을 이런 이야기로 분명히 했다. “제3자가 개입했다는 것이 믿을 수 없는 이야기일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영화 같았던 이야기들이 사실로 밝혀졌다.” 너무나 영화 같아서 심지어 그러면 안 되는데도 불구하고 흥미진진하게까지 바라보게 되는 사건들의 연속. 거기에 참담함을 느끼게 되는 건 절대 있어서는 안 될 박근혜 대통령의 이름이 자꾸만 그 사건들 속에서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저작권자 ⓒ '대중문화컨텐츠 전문가그룹' 엔터미디어(www.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저작권자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