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원 논란, 침묵으로는 아무 것도 해결할 수 없다

[엔터미디어=정덕현의 이슈공감] 배우 강동원의 외증조부 이종만이 친일파였다는 게시글이 일파만파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애초에 그 글은 맥스무비 사이트에 3.1절을 기해 올라온 ‘친일파, 독립운동가 후손 배우’ 관련 글을 링크 형식으로 따온 것이었다. 하지만 강동원측이 그 게시글에 대한 삭제요청에 나서게 되면서 해당 네티즌은 이를 강하게 성토하는 글을 남겼고 이것이 논란을 더욱 증폭시켰다.

이렇게 논란이 커진 것에 대해서 강동원의 소속사인 YG엔터테인먼트측은 애초 맥스무비 사이트에 노출된 게시물 내용 중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아 맥스무비 측에 게시물 삭제 요청을 하게 됐고, 맥스무비측 역시 해당 게시물이 개인 회원이 제작해 매체 로그를 임의로 붙여 올린 글로서 맥스무비의 입장이 아님을 공식화했다. 또한 소속사측은 이를 링크한 게시글에 대해 삭제요청을 한 것은 강동원 자신이 아니라 소속사가 대리인 자격으로 대응하다 생긴 일이라며 사과의 글을 남겼다.

소속사측의 해명과 사과, 그리고 맥스무비측의 해명과 해당 게시물에 대한 삭제조치 등이 잇따랐지만 논란은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것은 강동원의 외증조부가 ‘친일부역자’였다는 사실이 주는 충격 그 자체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이런 과거사에 대해 소속사는 물론이고 강동원 본인의 대응이 너무나 실망스럽다는 것 때문이다.

강동원의 외증조부가 친일부역자라는 사실은 이미 지난 2009년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것으로서 확인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민족문제연구소가 내놓은 친일인명사전에 따르면 강동원의 외증조부인 이종만은 일제강점기 시절 ‘조선임전보국단 이사’라는 직책을 가진 사업가로서 평안북도에서 광산왕으로 유명한 거부였다. 그는 일본군을 위해 거금을 쾌척했고 디스패치의 보도에 따르면 이종만은 일제의 승전을 기원하며 지원병을 독려하는 시국광고에도 참여했다고 한다. 즉 민족문제연구소가 그를 친일부역자로 규정한 건 명확한 근거가 있다는 것.

하지만 외증조부가 친일부역자라는 사실이 강동원의 현재와 어떤 관련이 있다고 보긴 어렵다. 전대에 일어난 일들을 강동원이 후세라고 해서 책임져야 한다고 말하는 건 비상식적인 일이다. 그렇지만 이를 대하는 강동원의 입장이나 태도는 분명 해야 한다는 게 대중들이 생각하는 또 다른 상식이다.

이번 논란이 불거지면서 과거 강동원이 인터뷰 도중 했던 “할아버지는 예술”이었다는 발언은 또 다른 불씨가 되고 있다. 그건 그가 갖고 있는 외증조부의 행위들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드러낸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선조의 잘못된 행위 때문에 단지 후세라는 이유로 비난을 할 수는 없는 일이다. 하지만 선조의 잘못된 행위에 대해 “예술” 운운하는 태도는 비판의 소지가 다분한 일일 수밖에 없다.

현재 강동원은 논란에 대한 아무런 자신의 입장을 드러내지 않고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소속사가 전면에 나서서 이런 저런 해명을 내놓고 있지만 그것으로는 대중들이 납득하기가 쉽지 않다. 그가 진심으로 어떤 생각과 입장을 갖고 있는지를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지금 대중들에게 외증조부에 대한 그의 입장으로 유일하게 남아있는 건 저 “예술”이라는 표현밖에 없으니 말이다.

외증조부가 친일부역행위를 했다면 그것이 잘못이었다는 것을 강동원 스스로 명확히 인정하고 향후 활동을 통해 책임 있는 행동을 이어가는 것이 과거와 선을 긋고 배우 강동원이 앞으로 나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침묵으로는 아무 것도 해결되기 어려운 사안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영화 <가려진 시간>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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