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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체발광’, 과연 통쾌한 역주행 도모할 수 있을까
기사입력 :[ 2017-03-16 17:08 ]


‘자체발광 오피스’, 결국 은장도 삼인방 활약에 성패 달렸다

[엔터미디어=TV삼분지계] ◾편집자 주◾ 하나의 이슈, 세 개의 시선. 각자의 영역을 가지고 대중문화와 관련된 글을 쓰고 있는 정석희·김선영·이승한 세 명의 TV평론가가 뭉쳐 매주 한 가지 주제나 프로그램을 놓고 각자의 시선을 선보인다. 엔터미디어의 [TV삼분지계]를 통해 전문가 세 명의 서로 다른 견해가 엇갈리고 교차하고 때론 맞부딪히는 광경 속에서 오늘날의 TV 지형도를 그려볼 수 있는 단초를 찾으실 수 있기를.

갑질에 대한 을들의 반란, 2017년의 안방극장을 수놓는 키워드다. 회사의 부조리에 전문 사기꾼마저 혀를 내두르더니 급기야 사내 정의 구현에 나서고(KBS <김과장>), 팀내 유일한 여자 직원은 남자 직원들의 편견에 일침을 놓는가 하면(SBS <초인가족>), 회사 대표의 경호원은 대표에게 하는 일이 없다고 직언을 아끼지 않는다(JTBC <힘쎈 여자 도봉순>). KBS <직장의 신>과 JTBC <욱씨남정기>를 거쳐오며, 한국의 오피스 코미디물은 발칙한 상상으로 갑질에 저항하는 을들을 그리는 솜씨가 나날이 발전하는 중이다. 대놓고 ‘갑치는 을들의 오피스 반란기’를 표방한 MBC <자체발광 오피스>는 어떨까? <앵그리맘>과 <쇼핑왕 루이>에 이어 공모전 당선작 3연타석 안타를 칠 수 있을까? 어제 첫 방영된 <자체발광 오피스>를 [TV삼분지계]가 함께 살펴보았다.



◆ 첩첩산중, 통쾌한 역주행을 기대한다

2년째 증가일로인 청년실업률. 아예 구직 포기에 이른 젊은이들도 부지기수라나. 그러나 그 또래를 접하지 못하는 이들에게는 그저 남의 집 불구경에 불과하니 문제가 아니겠나. 위로와 격려는커녕 ‘우리 살던 어려웠던 과거’ 운운하며 심지어 남들보다 노력을 덜해서 겪는 일이라고 냉소를 보내는 이들조차 있다. 학점은 좋지만 대학 간판 때문에 수십 차례 고배를 마셨다는 청년에게 MBC <자체발광 오피스> 서우진 팀장(하석진)처럼 학점 말고는 장점이 없다며 면박을 주던가, 그런 노력을 미리 미리 했으면 대학이 달라졌을 거라며 굴욕감을 안겨주던가. 그처럼 공감대가 없으니 장학금을 받고자 잠을 줄여가며 미친 듯이 공부했고 먹고 살고자 안 해본 아르바이트가 없다는 취업준비생 은호원(고아성)의 절규는 그저 허공에 흩어질 뿐. 게다가 100번의 낙방 끝에 간신히 회사 문턱을 넘었으나 계약직. 첩첩산중이랄 밖에. 이젠 정규직을 위해 또 미친 듯이 달려야 한다. 살아남기 위해.



<자체발광 오피스>가 얼마나 이 시대 젊은이들의 애환을 제대로 담아낼지, 세대 간의 소통을 위한 가교 역할을 해줄지, ‘은장도 삼인방’(고아성, 이동휘, 이호원)이 청년들의 대변인 노릇을 잘 해낼지 아직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화려한 캐스팅으로 화제 만발인 동 시간대 타사 드라마들이 신경 쓰일 법도 한데 담백하고 적절한 캐스팅부터 직설적이고 현실을 아우르는 깔끔한 전개까지, 인기에 연연해하지 않는 정지인 감독을 비롯한 제작진의 뚝심을 믿어 보고 싶다. 자 이제 통쾌한 역주행을 기대해보자!

칼럼니스트 정석희 soyow59@daum.net



◆ 깊은 공감, 낯익은 인물과 덜컹이는 약점을 넘을 수 있을까

압박면접의 트라우마가 있는 이들은 이 작품을, 최소한 첫 화만큼은 멀리 하시라. <자체발광 오피스>의 첫 화는 취업을 준비하는 이들이 꿀 법한 악몽을 총집합한 회차였다. 무례한 질문을 던지며 면전에서 면접자를 비웃는 면접관, 요즘 젊은 애들의 근성부족을 탓하는 면접관, 기껏 온갖 굴욕적인 요구를 다 수행해가며 면접을 봤는데 탈락이라며 “함께 할 수 없음을 안타깝게 생각합니다”라는 말로 면피하려는 고용주, 기다리지 못하고 이별을 통보하는 연인, 너에게 투자한 게 얼마인데 왜 아직 취업을 못 하느냐며 화를 내는 부모님. <자체발광 오피스>는 밀레니얼 세대의 그늘을 대놓고 전시하며 시작한다. 은호원(고아성)이 괜히 트럭으로 사옥 1층을 박살내며 시작한 것이 아니다. 아마 누구라도 그렇게 박살을 내고 싶은 회사가 하나쯤은 있지 않을까?



<자체발광 오피스>의 첫 회가 마냥 공감만 하며 볼 수 있을 만큼 흠 없는 회차라고 말하긴 어렵다. 고아성이 연기하는 은호원은 상황 설정부터가 영화 <오피스>에서 고아성이 연기한 인턴 직원 미례를 닮았고, 무례하고 까칠한 성과제일주의자 서우진(하석진) 또한 tvN <혼술남녀>의 진정석(하석진)을 연상시킨다. 기택(이동휘)을 떠나는 여자친구 지나(한선화)가 전형적인 된장녀 클리셰로 묘사된 것도 적잖이 불안한 지점이다. 혹시 작품이 젊은 여성을 가난하지만 성실한 호원/사치스러운 지나라는 뻔한 스테레오타입 이분법으로 다루는 실수를 저지르지는 않을까 불안한 것이다. 물론 어디서 본 인물 같다는 말은 뒤집어 말하면 그만큼 한 차례 검증을 거쳐 더 수월하게 볼 수 있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제작진에게 지나를 충분히 다룰 시간이 주어진 것도 아니긴 하니까. 과연 제작진이 첫 회의 덜컹거림을 만회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칼럼니스트 이승한 tintin@iamtintin.net



◆ 발광하는 청춘, 연대의 미덕

99번의 구직 실패, 고된 아르바이트, 밀린 월세... 시작부터 은호원(고아성) 앞에 줄줄이 나열되는 사연들은 요즘 ‘흙수저 청춘’들에 대한 전형적인 극적 설정들이다. 면접과정의 모멸이나 엄마의 갑작스런 입원과 같은 진부한 수난 묘사가 계속해서 이어지는 도입부 안에서 호원의 캐릭터는 마치 뻔한 ‘자소서’를 읽는 것처럼 밋밋하게 다가온다. 하석진의 전작 <혼술남녀>의 ‘고쓰’를 연상시키는 독설전문가 서우진 캐릭터도 지루하긴 마찬가지다. 개성이 희미한 남녀 주인공과 이야기 속에서 별안간 끼어드는 상상신의 만화적 연출도 어색하기 짝이 없다.



그러나 드라마는 호원이 자신과 닮은 절망적 청춘 도기택(이동휘), 장강호(이호원)와 만나게 되면서 극적 전환을 맞는다. ‘만년 취준생이자 구제불능 저스펙 인생’ 기택이나 ‘대한민국 주입식 교육의 상징이자 수동의 아이콘’ 강호의 사연 역시 이 시대의 청년문제를 자로 재서 배분한 듯 하지만, 막상 이들이 모여 서로의 아픔을 공유하는 순간 뻔한 이야기는 현실에서도, 드라마에서도 드문 청춘 연대의 서사가 된다. 돈이 없어 응급실을 몰래 탈출하고 한강대교에서 프리스타일 랩이라도 하듯 불행배틀을 벌이다가 몰려든 취재진을 벗어나는 시끌벅적한 전개 속에서 ‘출구 없는 N포 세대’의 전형적 묘사를 뚫고나오는 역동성이 발산되는 것이다. 혼자서는 초라하지만 함께 모여 예측할 수 없는 ‘발광’ 에너지를 뿜어내는 청춘 서사가 거기에 있다. 남녀 셋이 만나 삼각관계에 빠지지 않고 동등한 연대를 결성하는 풍경도 신선하다. 이 ‘은장도’ 라인의 활약에 앞으로 이 드라마의 성패가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칼럼니스트 김선영 herland@naver.com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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