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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엔 숲으로’, ‘자연인이다’ 따라잡으려면 한참 멀었다
기사입력 :[ 2017-04-20 13:30 ]


욜로 외치는 ‘주말엔 숲으로’의 어두운 미래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일본 싱글 여성들이 가장 사랑하는 만화작가 마스다 미리의 동명 대표작에서 제목을 차용한 <주말엔 숲으로>는 ‘욜로 라이프스타일’을 본격적으로 내세운 프로그램이다. 2015년 otvN은 개국하면서 3060세대를 타깃으로 보다 풍요로운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내면을 치유하고 정보를 제공하는 힐링 엔터테인먼트, 신개념 라이프엔터테인먼트를 선보이겠다고 했으니 딱 그 지향에 부합한다.

욜로(YOLO). 이제는 다들 한번쯤 들어봤을 말이다. ‘한 번 뿐인 인생이니 즐거운 인생을 살자’라는 뜻으로 ‘You Only Live Once’의 앞 글자를 따서 만든 신조어다. 현존하는 최고의 힙합 슈퍼스타 드레이크가 쓰면서 유명해진 말로, 지난해 이맘때쯤 방영한 <꽃보다 청춘> 아프리카 편에서 한 젊은 외국 여행객이 류준열에게 인사 대신 욜로를 외치면서 우리나라 방송 콘텐츠에서도 알려지기 시작했다. 요약하자면 불확실한 미래에 투자하고, 남들에게 뒤처지지 않기 위해 눈치 보며 불안함 속에서 근심걱정을 안고 사는 대신 하루하루의 소중함을 깨닫고, 나만의 즐거움을 찾겠다는 생활태도이자 탈자본주의 가치관이다.

욜로 라이프를 체험하기 위해 모인 김용만, 주상욱, 손동운(에릭 남으로 곧 교체될)은 우리나라 욜로족들의 성지인 제주도로 내려갔다. 높은 연봉을 받던 은행원이 모든 걸 뒤로 한 채 제주도에 정착해 시골 생활을 즐기는 사람, 서울에서 웨딩플레너, 여행사 직원 등으로 바삐 일하다가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로망을 실현한 사람 등등 욜로족들과 만나 2박 3일간 함께 지낸다. 과거 유니콘으로 유명했던 <체험 삶의 현장>처럼 욜로 라이프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찾아가 그들의 삶을 체험한다.



욜로족이 사는 모습을 동경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고, 그렇게 살게 된 이야기를 듣고, 몇 가지 체험을 해본다. 그러면서 물질에 대한 욕심을 당장 버릴 순 없지만 언젠가는 이렇게 살 수도 있을 것 같다거나, 근래에 만나본 사람 중에서 가장 순수하고 행복한 사람들이라 적잖게 놀랐다고 고백한다. 각박한 세상, 갈수록 미래가 불안해지는 시기에 대안적 삶의 가능성은 그 존재만으로도 힐링의 가치가 있다. 때문에 욜로 라이프는 시청자들이 매우 높은 관심을 가질 시의 적절한 기획이다.

그런데 좀처럼 빠져들지 않는다. <윤식당>은 모든 것이 팝업스토어처럼 기획됐다는 걸 알면서도 욜로의 로망에 젖어들어 보고, 제작발표회에서 차별화하겠다며 선을 그었던 MBN의 <나는 자연인이다> <여행생활자 집시맨>은 물론 아류인 TV조선의 <자연애 산다>도 재밌게 보는데, 이 프로그램은 집중하기조차 힘들다. 접근 방식에서 갖는 한계가 큰 탓이다. 이 프로그램은 출연자들이 실제로 그렇게 살아보는 리얼리티쇼도 아니고, 다큐처럼 욜로 라이프를 집중해서 바라보지도 않는다. 욜로는 철학을 동반한 라이프스타일이고 누군가에겐 일상인데, <주말엔 숲으로>는 일종의 여행지 엑티비티를 소개하듯이 방송을 위한 소재로 가볍게 다가갈 뿐이다.

<나는 자연인이다>와 <집시맨>에도 윤택, 이승윤, 김C 등의 방송인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이들의 역할은 제한적이고 보조적이다. 카메라는 자연인과 집시맨을 주로 쫓고, 그들의 삶을 관찰한다. 그런데 <주말엔 숲으로>는 출연자가 중심인 일반적인 예능이다. 그러다보니 욜로족의 삶을 들여다보고 느낄 시간은 대폭 축소된다. 그 대문에 삼총사의 제주행은 수많은 예능 프로그램에서 만난 연예인들의 제주 여행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게 구성된다.



제주를 찬양하면서 해녀들이 직접 공수한 로컬 푸드를 먹고, 오름과 시골 동네를 구경한다. 김용만의 감탄사와 리액션은 <뭉쳐야 뜬다>에서 복사해온 것 같다. 구경하다 놀고, 미역 채취해 밥을 해먹고, 바다낚시, 스쿠터여행, 등상 등 로망 실현 체험들은 누군가의 철학과 삶의 태도를 엿보는 것이 아니라 게스트하우스 체험기에 더 가깝다. 제주의 풍광과 그곳 프로그램이 좋아 보일 순 있지만 대안적 라이프스타일로는 와 닿지는 않는다.

사실 우리 방송가에는 욜로라 불리지 않았을 뿐 이미 욜로 콘텐츠가 자리 잡고 있었다. 2012년 시작한 <나는 자연인이다>류의 프로그램이 그렇다. 역사적으로 따지면 욜로라기보다 화전민을 계승한 것에 가깝지만 지친 일상, 삶의 쉼표가 필요한 중년 시청자들의 탈출 로망을 자극하며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자연인들에겐 동경을 자아낼 힙한 인테리어나 패션, 식문화가 없다는 점이 오늘날 욜로 트렌드와 다를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볼거리와 토크를 버무린 예능식 접근으로 욜로를 시청자들에게 소개하고 그 진정성을 전하는 것은 퇴보다. 세미다큐 형식보다 훨씬 덜 직관적이기 때문이다. 본격적으로 욜로를 내세웠지만 일상의 버거움에서 비롯되는 현대인들의 로망에 다가가지 못하면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하는 이유다.

욜로는 떠들썩하게 주목받고 있지만 전체 맥주 시장에서 여전히 10분의 1 수준 정도를 점유하고 있는 크래프트 맥주로 비유할 수 있다. 수치상으로는 미미하지만 전혀 다른 접근 방식으로 자생한 문화가 성장하면서 주류 업계가 눈여겨보는 전 세계적인 흐름이자 문화가 됐다. 마찬가지로 자본주의가 우리 삶의 주류 방식이라면 욜로는 그 반대 지점에서 자생하다가 어느덧 주류에서 관심을 갖게 된 생활방식이다. 그래서 방송에서까지 본격적으로 다루기 시작했다만, <주말엔 숲으로>는 동경을 위한 볼거리가 아닌 정작 중요한 본질을 담아내지 못하면서 겉핥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o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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