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현무의 ‘자가발전’, 양준혁에게는 불행이다

[서병기의 트렌드] 요즘 KBS ‘해피선데이’를 보면 전현무 아나운서가 2시간 30분동안 나온다. ‘남자의 자격’에서는 정식 멤버라서 나오고, ‘1박2일’에서는 시청자투어 3탄의 영유아반 조장으로 아이들과 노느라 정신이 없다. 영화보다 더 긴 시간동안 전현무를 보게 된다.
 
전현무의 분량도 적지 않다. 홍길동처럼 방방 뜨면서 도와주는 사람이 없어도 스스로 최대치의 방송 분량을 뽑아낸다. 전현무는 요즘 전방위적으로 KBS 예능을 종횡무진 누비고 있다.

언제든 부르면 온다는 ‘저비용 고효율’ 전현무가 KBS 예능의 구원투수로 뛰는 사이 몇 가지 변화가 생겼다. 그가 맡았던 ‘생생정보통’이 과거만큼 재미있지 않다. 물론 ‘생생정보통’은 취재 현장을 담고있는 VCR이 가장 중요하다.

이 안에는 여성 작가가 복불복 돌림판을 돌려 목적지를 정하고 무작정 떠나는 ‘무식한 여행’과 기타 매고 전국의 맛집을 찾아 떠나며 음식을 먹고 즉석에서 푸드송을 불러주는 오군(오주환)이 진행하는 ‘너무나 솔직해서 오히려 낯선 우리나라의 숨겨진 진짜 맛 이야기’ 등 재밌는 코너들이 있다.
 
하지만 스튜디오에서 이뤄지는 진행과 정리를 맡는 MC의 역할도 중요하다. 지금 아나운서들의 MC진들이 진행을 잘 못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하지만 자신이 약간 망가지면서 남을 웃기고 분위기를 살리는 아나운서로는 전현무가 가장 잘 어울린다.
 
‘생생정보통’이라는 교양프로그램에 전현무의 예능적 요소가 가미되자 프로그램의 차별화가 이뤄졌다. 교양 프로그램에서도 다양한 감각과 재능을 지닌 진행자를 요구하는 요즘 추세에서 전현무는 꽤 쓸모있는 진행자다. 이지애 아나운서가 정보를 전달하고 정리해주면, 전현무 아나운서는 이를 재미있게 포장하거나 받아쳤다. 교양프로그램 하면 재미가 없다는 편견이 있는데, 전현무는 교양물을 예능물로 포장하는 능력을 지녔다.
 
연예시대라는 코너에서 가수 이상미와 거의 만담에 가깝게 진행하던 전현무 아나운서의 유쾌한 재치는 지금을 볼 수 없다. 티격태격 싸우는 듯하지만 유쾌하고 이상미에게 “가세요”라고 말할 때는 절로 웃음이 나왔다. 예능 초보였던 이상미도 이를 배워 전현무에게 “계세요”라고 맞장구쳤다.

또 하나, 전현무가 가져온 변화는 양준혁의 부진이다. 전현무가 양준혁을 방해한다는 말이 아니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에 두 사람이 ‘남격’에 투입된 건 양준혁에게는 불행이다. 더구나 요즘은 일반인이 주역인 청춘합창단을 내보내고 있어 양준혁은 ‘병풍’ 같은 존재가 됐다.



양준혁은 혼자, 또는 2인 정도의 예능에서는 분량이 나온다. 하지만 집단으로 이뤄지는 예능에서는 아직 쑥스러워하고 있다. 양준혁에게는 ‘나가수’에서 박정현에게 ‘요정’ 캐릭터를 만드는데 일조한 개그맨 김태현 같은 존재가 필요하다.
 
반면 전현무는 자가발전의 달인이다. 7명의 멤버가 있건, 2명의 멤버가 있건 별 관계가 없다. 혼자 북치고 장구칠 수 있는 캐릭터며 아무 데다 숟가락을 얹어놓을 수 있는 캐릭터다.
 
청춘합창단의 지휘자 김태원의 스승인 윤학원 씨가 윤형빈에게 윤씨 종가라며 서로 대화를 주고받는 와중에도 전현무는 “이 순간만큼은 윤현무이고 싶습니다”라고 두 귀를 귀에 대고 딸랑딸랑 하며 방송 분량을 확보한다.

때로는 싼티나며 펀(Fun)하고 뻔뻔하기도 한 전현무를 미워할 수 없다. 양준혁은 이런 것을 할 수 없다. 만약 한다면 어울리지도 않는다.
 
아나운서중 전현무 같은 MC는 없다. 약간 망가지는 개그적 캐릭터를 가지고 있는 현역 아나운서가 나와 예능에서 하나의 준거를 제공해준다. 예능인들 사이에는 전현무보다 못하면 예능MC로 성공하기 어렵다는 말들을 하곤 한다. 예능MC들이 여러모로 힘들어졌다.


칼럼니스트 서병기 <헤럴드경제 기자 >wp@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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