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추격전·풍자·기부...‘무도’의 모든 게 녹아 있네

[엔터미디어=정덕현] 시작은 <무한도전> 멤버들의 속내를 들여다보는 시간이었다. 거짓말 탐지기와 표정행동 분석가를 통해 미묘한 질문에 대한 답변의 진실과 거짓을 알아보는 시간. 속내를 들키지 않기 위해 거짓말을 했다가 ‘거짓’임이 밝혀지는 그 상황 속에서 바로 퇴근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툭툭 내뱉고 그것이 여지없이 ‘진실’로 밝혀지는 박명수의 거짓말 탐지기는 큰 웃음을 주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그건 말 그대로 이 특집의 시작일 뿐이었다.

일부 멤버가 바뀌었으면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유재석이 “예”라고 답하자 멤버들이 이른바 ‘블랙리스트’에 자신이 들어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장면은 역시 <무한도전>식의 풍자의식이 이 게임에 들어있을 거라는 심증을 갖게 했다. 그리고 이어진 추격전. 무작정 시작된 추격전에 거짓말을 할 때마다 출연자들 뒤에 한 사람씩 붙는 그림자는 지금의 대선 정국과 맞물려 독특한 풍자의 풍경을 만들어냈다.

누군가 술래가 있을 거라는 심증으로 서로를 믿지 못하고 추격전에 돌입한 출연자들은 저도 모르게 거짓말을 하다가 나중에는 상대방을 속이기 위해 거짓말을 일삼는 모습을 보여줬다. 흥미로운 건 거짓말에 의해 하나씩 그림자가 늘어나자 그만큼 책임의 무게도 커진다는 사실이었다. 무얼 먹으려고 해도 또 무얼 타려고 해도 그 그림자만큼의 비용을 치러야 했다. 그 장면은 <무한도전>식의 현실에 대한 풍자를 담아내기에 충분했다.



대선만 되면 후보자들이 나와 그토록 쏟아내는 무수한 공약들. 하지만 막상 당선되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실행되지 않고 사라지는 공약들은 사실 따지고 보면 당장 당선하기 위해 내놓은 거짓말들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 거짓말들은 당선되고 나서도 계속해서 무거운 책임으로 남는다는 걸 이 ‘진실게임’의 늘어나는 그림자들은 환기시켰다.

특히 박명수는 거짓말을 안 하는 것이 버거워지자 아예 대놓고 정준하가 술래라는 가짜뉴스를 퍼트리기 시작했고 그 가짜뉴스는 나비효과를 만들며 다른 멤버들에게도 전파되고 확산됐다. 하지만 사실 이 게임에 술래는 애초에 없었다. <무한도전>을 12년 간 이끌어 온 김태호 PD는 “오늘 사실이 아닌 추측, 의심, 선입견이 거짓말을 낳았다”며 이 실험적인 게임의 의도가 어디에 있었는가를 분명히 밝혀주었다.



그리고 300만원의 상금을 두고 벌어진 마지막 진실게임은 역시 <무한도전>다운 기부로 이어졌다. “상금을 기쁜 마음으로 기부하겠느냐”는 질문에 “예”, “아니오”로 답해야 하는 상황. 결국 이를 통과한 이는 평소 기부천사로 알려진 유재석과 대놓고 솔직한 속내를 드러내는 박명수 두 사람이었다. 아무런 거리낌 없이 “예”라고 답하고 그것이 진실로 밝혀진 유재석은 역시 평소 기부를 자주 해온 그 마음의 진정성을 읽을 수 있게 해주었다.

‘진실게임 특집’은 <무한도전>이 가진 다양한 재미의 결들을 하나로 잘 묶어낸 종합선물세트 같은 느낌을 주었다. 시작은 속내를 알아보는 게임에서 시작했지만 그것이 쫓고 쫓기는 <무한도전> 식의 추격전으로 이어졌고, 그 추격전은 자연스럽게 현실을 담아내는 풍자의 그림을 담아냈다. 그리고 마무리는 역시 훈훈한 기부. 실로 <무한도전>이 아니면 가능할까 싶은 버라이어티한 재미들을 이 한 특집이 모두 품고 있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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