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지 않는 캐릭터가 없다, ‘가오갤2’의 다양성 지향

[엔터미디어=정덕현의 그래서 우리는] 튀지 않는 캐릭터들이 없다. 아마도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2(이하 가오갤2)>를 설명하는데 이 만큼 적확한 표현을 찾긴 어려울 것이다. 이 ‘우주의 수호자들’의 리더인 스타로드(크리스 프랫)부터가 그렇다. 일반적인 슈퍼히어로의 진중한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고, 대신 허세만 가득한데다 워크맨으로 듣는 80년대 음악에 심취한 인물이다. 무언가 액션장르의 주인공처럼 등장해 멋진 액션을 보이지만, 그 속에서 이 인물은 끝없이 농담을 던지며 우리가 상상하던 액션 히어로의 예상을 깨는 재미를 준다.

절대 춤 같은 건 추지 않고 절대 웃지도 않을 것 같은 걸 크러시 가모라(조 샐다나) 역시 그렇다. 검을 쓰며 화려한 액션을 선보이는 그녀지만, 그녀 역시 진지함 속에서 유머가 묻어나는 인물이다. 지나치게 진지한 모습 속에서 툭툭 던져지는 무심한 듯한 말 한 마디 한 마디는 그래서 관객들을 미소 짓게 만든다. 지나치게 흥이 많고 흥분도 잘하고 대놓고 아무렇지도 않게 독설에 가까운 직설을 하는 드랙스(데이브 바티스타), 사고뭉치에 동료들과도 늘 툭탁대지만 속 깊은 곳에는 친구에 대한 정이 숨겨져 있는 너구리 로켓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이 수호자들의 마스코트 베이비 그루트. 뭐 하나 평범한 캐릭터가 없다.



전편보다 훨씬 존재감이 커진 욘두(마이클 루커)는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강력해진 화살로 엄청난 숫자의 적들을 모조리 해치우는 놀라운 괴력을 보이지만, 또한 동료애와 가족애를 지닌 따뜻한 인물이기도 하다. 그런가 하면 그들 앞에 갑자기 나타난 스타로드의 아버지 에고(커트 러셀) 역시 마찬가지다. <스타워즈>의 한 대목을 패러디한 것처럼 등장해 “내가 네 에비다”라고 말하는 에고의 모습은 유머러스하고 따뜻한 부성애를 가진 존재처럼 보이지만, 이 영화 속 인물들은 좀체 이러한 캐릭터에 대한 예상을 끝까지 가져갈 수 없을 만큼 변화무쌍하다.

캐릭터 하나하나도 하나로 규정지을 수 없을 만큼 다채로운 결을 보여주는 그들이 ‘수호자들’로서 팀을 이루고 있으니 이 팀은 결코 뭉쳐지지 않을 모래알들처럼 버석거리기 일쑤다. 그래서 함께 팀을 이뤄 적과 싸우는 와중에도 이들은 서로 으르렁 대곤 한다. 그런데 이러한 톡톡 튀는 개성들이 부딪치는 그 지점들이 이 영화가 깨알 같은 재미를 주는 지점들이다. 사실 이야기가 가진 개연성들을 찬찬히 따져보면 “말도 안 되는” 상황들이 전개되고 있지만, 관객들이 그런 것들은 아무 상관없다는 듯이 영화를 즐길 수 있는 건 이들 캐릭터들이 보이는 일종의 끝없는 농담과 코미디들 덕분이다.



그리고 그것이 다름 아닌 <가오갤2>가 진짜 전하는 주제의식이기도 하다. 아버지의 등장으로 이 영화의 이야기는 결국 수호자들의 리더인 스타로드의 ‘출생의 비밀’을 찾아가는 이야기가 된다. 그런데 그 끝 지점에 도달하면 의외로 가족은 멀리 있었던 게 아니라는 결말에 이른다. 통상적인 주제의식일 수 있지만 <가오갤2>가 추구하는 메시지는 이미 혼종적인 캐릭터들이 보여주는 ‘다양성 지향’에 있다.

핏줄과 피부색과 언어 심지어 인간만이 아니라 동물, 식물까지 전혀 이질적인 존재들이 모여 한 가족이 된다는 그 풍경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오갤2>의 재미와 의미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그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고 해치려는 자들이 우주를 위협하는 존재들이다. 그래서 이 ‘우주의 수호자들’은 그래서 ‘다양성의 수호자들’처럼 다가오는 면이 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2>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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