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을 향해 가는 ‘추리의 여왕’, 새로 치고 올라오는 ‘군주’와 ‘수상한 파트너’

[엔터미디어=TV삼분지계] ◾편집자 주◾ 하나의 이슈, 세 개의 시선. 각자의 영역을 가지고 대중문화와 관련된 글을 쓰고 있는 정석희·김선영·이승한 세 명의 TV평론가가 뭉쳐 매주 한 가지 주제나 프로그램을 놓고 각자의 시선을 선보인다. 엔터미디어의 [TV삼분지계]를 통해 전문가 세 명의 서로 다른 견해가 엇갈리고 교차하고 때론 맞부딪히는 광경 속에서 오늘날의 TV 지형도를 그려볼 수 있는 단초를 찾으실 수 있기를.

뜨거운 몇 달이었다. 각 정당의 후보 선출부터 공식선거기간까지, 온 국민이 뜨거운 관심을 보였던 19대 대통령 선거가 끝났다. 흥분이 지나간 자리, 사람들의 뇌리에 자연스럽게 드는 궁금증이 있었다. 그러고보니 요즘 TV에서 뭐 하지? 그 어떤 프로그램보다 더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던 대선후보 토론회와 각종 정치시사 토크쇼들을 보느라, 요즘 어떤 드라마가 인기고 어떤 예능이 사랑받는지 그 흐름을 놓친 시청자가 어디 한 둘이어야지.

그래서 준비했다. 최강희와 권상우의 호흡이 돋보이는 KBS <추리의 여왕>이 서서히 종영을 향해 달려가는 와중에, MBC와 SBS가 새 수목드라마를 선보였다. 유승호와 김소현, 허준호의 연기로 이목을 끄는 퓨전사극 <군주 - 가면의 주인>와, 남지현과 지창욱이 선보이는 로맨틱 코미디 서스펜스 복합장르극 <수상한 파트너>가 그것이다. TV삼분지계의 세 평론가가 기꺼운 마음으로 요즘 수목드라마가 어떤지 알려드린다.



◆ <추리의 여왕>, ‘아줌마 탐정’의 매력 때문에 더 아쉬운

<추리의 여왕>은 강력계 형사들이 마약 밀매범들을 검거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체포하는 자들과 도주하려는 자들 사이에 살벌한 격투가 벌어진다. 긴박감이 고조될 무렵 화면은 갑자기 슈퍼마켓으로 전환된다. 절도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감을 못잡고 헤매는 와중에 물건을 사러 들렀던 주부가 단번에 사건을 해결한다. 전자의 마약범 검거 신이 일반적 수사물의 익숙한 장면이라면, 후자는 너무 소소해 보여 수사물은커녕 지역지도 별 관심 없을 사건이다. 체급이 달라 보이는 두 사건을 나란히 배치한 도입부는 <추리의 여왕>이 전달하려는 메시지를 압축해 드러낸다. 사회적 주목도에는 격차가 있는 사건도 중요도는 같다는 것이다. 슈퍼마켓 절도 뒤에 실은 학교폭력 문제가 숨어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는 대목에서 이는 한층 더 분명해진다.



<추리의 여왕>의 매력은 이처럼 사회적 격차가 뚜렷한 두 세계의 경계를 천연덕스럽게 무화시키는 탈권위적 태도에 있다. 자칭 타칭 ‘마약탐지견’인 베테랑 강력계 형사 한완승(권상우)이 ‘고졸의 동네 아줌마’ 유설옥(최강희)과의 추리 대결에서 늘 패배하고, 강력 범죄 수사의 긴장감은 설옥 시어머니 박경숙(박준금)의 닦달이 이끌어내는 긴장감과 동일하게 전개된다. 이를 통해 드라마는 사회적으로 폄하되던 전업 주부층과 소시민적 세계의 가치를 자연스럽게 재평가한다.

문제는 이러한 장점이 중반부부터 점점 심각한 범죄를 다루면서 희미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도시락 가게 단골 고객 살인사건 에피소드에서 용의자를 두고 추격하는 진지한 상황에 코믹한 배경음악이 깔리는 장면이나 설옥이 완승과 티격태격하는 장면 등은 이 작품의 발랄한 태도와 비극의 무게가 균형을 이루지 못한 대표적 사례다. 더구나 이 범인이 또 다른 미제 연쇄살인사건의 모방범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 사건의 피해자는 충분히 애도 받지도 못한 채 뒤로 밀려나고 만다. 설옥 캐릭터가 상징하는 소외된 세계가 피해자의 세계와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잊으면서 드라마 또한 다른 범죄수사물과의 차별점이 사라지고 있다.

칼럼니스트 김선영 herland@naver.com



◆ <군주-가면의 주인>, 매력적인 인물, 아직 보이지 않는 한 방

<군주 - 가면의 주인>을 보고 있자니 지난 해 방송된 판타지 사극 JTBC <마녀보감>이 생각났다. 자신을 감추고 살아가는 비운의 주인공들은 차치하더라도 악의 축이라 할 편수회 대목(허준호)에게서 대무녀 홍주(염정아)가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가하면 얼핏 SBS <달의 연인 - 보보경심 려>가 연상되는 부분도 있다. 또 궐 밖으로 나와 혼탁한 세상과 마주하고 분노하는 세자 이선(유승호)에게서 KBS2 <구르미 그린 달빛>의 이영 세자(박보검)이 보이기도 하고. 이것저것 섞어 놓은 느낌이라고 할까? 한 마디로 신선함이 아쉽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세자 이선과 가은(김소현)이 함께 담긴 장면은 채널을 고정하게 만든다. 연기력이며 조화, 무엇 하나 부족함이 없다. 그러나 어디 드라마 성공이 주인공 두 사람만으로 이뤄지는 것이던가. 개연성 있는 탄탄한 전개는 기본이겠고 무엇보다 몰입도를 높여줄 확실한 개성의 주변인물이 필요하다. 안타깝게도 <군주 - 가면의 주인>에서는 그러한 인물이 눈에 띄지 않는다. 왕손이지만 결핍이 있는 주인공을 통해 꿈 없이 살아가는 이 시대 청춘을 조명하고 싶었던 것일 게다. ‘조선 팔도의 물을 사유해 강력한 부와 권력을 얻은 조직 편수회와 맞서 싸우는 왕세자의 의로운 사투를 그린 드라마’라는 기획의도와 유승호, 김소현, 두 주인공, 거기에 오랜만에 복귀한 허준호. 그 외에는 마음을 잡아끄는 구석이 없다. 아직은.

칼럼니스트 정석희 soyow59@daum.net



◆ <수상한 파트너>, 뻔한 설정을 돌파하는 리듬감과 호연

요즘 드라마가 초반부 호흡을 빠르게 몰아쳐 시청자들을 사로잡는 게 트렌드라고는 하지만, 그걸 감안해도 <수상한 파트너>의 호흡은 빠르다. 방영 이틀 만에 여자 주인공 봉희(남지현)는 사법연수원 연수생에서 검찰시보, 다시 살인 용의자가 되었다가 무죄판결을 받고 풀려났다. 남자 주인공 지욱(지창욱) 또한 봉희에게 지하철 성추행범으로 몰렸다가 남자친구에게 배신당한 봉희를 구해주고, 자기 사무실로 들어온 봉희와 티격태격하다가 봉희의 사건 담당검사가 되며, 쫓겨날 걸 각오하며 봉희의 무죄를 밝혀 기소 취하를 선택하는 롤러코스터를 탔다. 로맨틱 코미디와 서스펜스 법정 드라마 사이를 빠르게 기어전환하는 <수상한 파트너>는, 그럼에도 난잡하다거나 따라가기 힘든 작품은 아니다. 어째서 그런 걸까?



뻔하지만 익숙한 코드들로 쌓아올린 캐릭터들은 빠른 몰입을 돕는 일등공신이다. 덤벙대지만 정의로운 여자 주인공과, 과거의 상처로 인해 시니컬해졌지만 사실 따뜻한 마음의 소유자인 남자 주인공이 서로의 빈자리를 채우며 더 좋은 사람으로 거듭난다는 공식은 이제 한국 드라마 속 로맨틱 코미디의 표준구도가 됐다. 자칫 너무 자주 본 구도라 지겨워 질 수도 있는 이 구도를, <수상한 파트너>는 남지현과 지창욱의 호연으로 돌파해 낸다. 카메라 앞에서 망가지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남지현의 뚝심과 지창욱의 리듬감 있는 연기는 잠시 비판을 유보시키는 힘을 지녔다.

지상파 방송시간 중간에 광고를 넣기 위해 도입된 회당 30분이라는 러닝타임 편법 편성의 공도 결코 작지 않다. 회당 60분-70분의 호흡으로 진행되던 기존의 한국드라마와 달리, 연속방영을 할지언정 중간에 들어간 광고 때문에라도 하루에 2회로 쪼개어 방영해야 하는 지금의 편성전략은 드라마에 전혀 다른 리듬감을 부여한다. 군더더기를 붙일 만큼 여유롭지 않은 것이다. 아직 40부 중 4부만 방영된 상황이지만, 출발의 예감이 좋다.

칼럼니스트 이승한 tintin@iamtintin.net

[사진=KBS, SBS,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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