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과 정치의 접점, 유시민 작가가 선 자리

[엔터미디어=정덕현의 이슈공감] 바야흐로 유시민 작가의 전성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JTBC <썰전>으로 화제의 중심이 된 그는 최근 나영석 PD의 새 예능 프로그램 tvN <알쓸신잡(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의 주요 출연자로 자리했고, MBC <마이리틀텔레비전> 100회 특집에도 출연해 ‘토론과 글쓰기’를 주제로 방송을 진행할 예정이다. 그는 정치인에서 작가로 그리고 지금은 방송인으로서 웬만한 스타들보다 더 영향력을 가진 인물이 됐다.

사실 JTBC <썰전>에 출연하기 전까지만 해도 유시민이 이 정도로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이라고는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다. 정치인 시절 호불호가 갈린 스타일이었고 예능을 주로 소비하는 젊은층에게는 과거 <100분 토론>을 이끌던 명 진행자이자 패널의 이미지보다는 보건복지부 장관 시절의 이미지와 그 후 작가로서 활동하며 쌓은 식자로서의 이미지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썰전>의 자리에 앉으면서부터 유시민은 한 마디로 날개를 달았다. 강하게 목소리를 높이는 것 같지는 않은데 조곤조곤한 그 이야기에 시청자들은 조금씩 설득되었다. 상대적으로 강성으로 여겨졌던 전원책 변호사의 목소리는 갈수록 작아지는 느낌이었고 대신 그 조용히 할 말을 하는 유시민의 목소리가 더 커졌다.

유시민이 이렇게 갈수록 존재감이 높아진 건, 외교부터 군사 게다가 나아가 대중문화에 이르기까지 모르는 게 없는 해박한 지식이다. 자신만의 확고한 소신을 가진 지식인의 면모가 <썰전>에서는 느껴졌다. 하지만 해박한 지식만큼 중요했던 건 그가 가진 작가로서의 설득력이다. 그는 어렵게 느껴지는 시사 문제들을 특유의 비유를 들어 쉽게 시청자들에게 전해주었다. 물론 과거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내며 겪었던 정치인으로서의 경험은 이런 시사 문제의 겉모습이 아닌 진면목을 대중들에게 알려주기에 충분했다.

물론 이것은 <썰전>이라는 그에게 최적화된 프로그램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최근 유시민이 이제 <썰전>의 틀에서 확장되어 <알쓸신잡> 같은 대중들의 시선이 집중되는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다는 사실은 그 행보가 어떨 지에 대한 기대감을 자아내게 만든다. <썰전>은 물론 예능의 속성들을 활용하고는 있지만 실질적인 틀은 토론 프로그램에 가깝다. 하지만 <알쓸신잡>은 다르다. 여행 같은 일상을 보여주는 것이고, 그 안에서 지식 같은 정보는 물론이고 재미를 줄 수 있는 유머 같은 것들 또한 도외시할 수는 없다.



물론 나영석 PD는 그 특성상 웃음을 강요하는 법은 없다. 그저 일상적인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다는 걸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유시민 작가가 <알쓸신잡>에서 어떤 모습을 보였는가에 대해 묻는 필자의 질문에, 나영석 PD는 “굉장히 유머가 있는 분”이라면서 “무엇보다 아는 게 너무 많은 분”이라고 짤막하게 답한 바 있다. 사실 그 안에 다 들어 있을 것이다. 박학다식한 그 지식의 부분을 유머를 섞어 전하는 모습. 그것이 유시민 작가가 가진 매력이니 말이다.

유시민 작가의 전성시대가 말해주는 건, 한때는 우리와 유리된 어떤 것으로 여겨지던 정치나 시사 같은 사안들이 이제는 우리네 일상으로 성큼 들어오고 있다는 걸 말해준다. 그가 보여주는 것은 정치나 시사문제와 일상의 접점 같은 것들이다. 지금까지 완전히 분리되어 있는 것처럼 여겨져 왔으나 사실은 밀접하게 연결된 그 양자가 활짝 열려 연결되어지는 그 지점에 유시민 작가가 서 있다. 그러고 보면 유시민 작가의 전성시대는 시대가 요청한 면이 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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