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투맨’, 긴박감도 달달함도 없는 진부한 첩보물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진규의 옆구리tv] JTBC 금토드라마 <맨투맨>의 문제점은 이 작품이 교과서적이고 착하다는 데 있다. 이 드라마는 스파이가 등장하는 첩보물에 약간의 로맨스와 약간의 유머코드를 믹스한 작품이다. 인기를 끌 법한 요소들을 흥미로운 볼거리와 함께 내놓겠다는 작전이다. 하나의 인기메뉴를 파고드는 맛집은 아니고 여러 요소들을 골고루 맛볼 수 있는 다양한 뷔페형 드라마인 셈이다.

<맨투맨>은 그 플롯에 충실하게 적절한 이야기들을 빼곡하게 집어넣는다. 문제는 그 적절함이 너무 빤하고 그러다보니 긴장감이 떨어져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김이 빠진다는 데 있다. 드라마의 메인 줄거리 역시 크게 흥미가 동하는 내용은 아니다.

고스트요원인 김설우(박해진)는 한류스타 여운광(박성웅)의 경호원으로 비밀 잠입한다. 그 이유는 김설우가 송산그룹 비자금 내역과 관련 있는 세 개의 목각상을 찾는 임무를 맡았기 때문이다. 물론 드라마를 봐도 그 임무가 절실하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그냥 설정이구나, 싶을 뿐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이야기는 아니라는 뜻이다.



그 사이사이 로맨스가 들어가지만 무언가 이 드라마는 책으로 연애를 배운 감성이 물씬 풍기는 감이 있다. 두 남녀주인공이 점점 가까워지는 것이 플롯의 진행 상 납득은 가나 감정적으로 확 몰입되지는 않는다. 더구나 로맨스물이라면 마땅히 지녀야 할 요소인 소소한 알콩달콩, 사랑스러운 투닥투닥을 찾아보기 힘든 점도 아쉽다. 뭐, 설정 상 만들어놓은 장면들이 있지만 거의 매회 키스신이 등장해도 썩 인상에 남지 않아서 없는 것과 큰 차이가 없다.

이야기의 흐름이 지지부진할 경우 승부는 톡톡 튀는 인물들에게 거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맨투맨>의 인물들은 대부분 착하고 악인들이 등장해도 그다지 사납게 느껴지지 않는다. 이 드라마에서 거대한 악의 축 송산그룹 사장 모승재 역의 연정훈의 연기가 밋밋해서만은 아니다. 어떤 드라마에서나 제 몫은 해내는 중견배우 천호진마저 이 드라마에서는 국정원 출신 3선 국회의원 특유의 야비함을 보여주지 못한다. 전반적으로 첩보물의 기둥인 악의 축 캐릭터들이 부실하다는 의미다. 배우의 분위기만으로 그 빈틈을 메우기가 버거운 부분들이 있다. 정, 재계 우두머리 남자들의 야비한 속물스러움을 드러내는 대사들에 묵직한 한방도 날렵한 잽도 없어서다.



악의 축이 부실하다면 드라마의 또 한 축을 이루는 천사표 인물들은 개성이 없다. 이 드라마에서 꽤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여주인공 차도하(김민정)나 한류스타 여운광(박성웅)의 캐릭터가 대표적인 천사들이다. 그들은 까다로운 연예계의 톱스타와 그를 관리하는 매니저라기보다 연애 한 본 못해본 이웃집 여동생이나 몸 좋은 동네 삼촌 같은 느낌이다. 대중이 쉽게 접하기 어려운 캐릭터에서 인간적인 매력을 끌어내는 것과 그런 인물들을 그냥 평범한 천사표로 만드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사실 <맨투맨>은 주변인물의 묘사에 별로 관심은 없는 것 같다. 오로지 국정원 고스트 요원 김설우(박해진)를 매력적인 인물로 만드는 데 모든 공력을 다 기울인다. 그는 완벽한 남자다. 잘생기고, 위기에서 여주인공을 구해내며, 여주인공을 설레게 하는 말을 무심히 내뱉는다. 거기에 고스트 요원이 지닌 특유의 미스터리함까지 그를 돋보이게 만든다.



“예측불가에 즉흥적이고 되게 부드럽다가 되게 거칠고 근데 오묘하게 사람을 끌어당겨. 이상해.” (차도하)

차도하의 말은 <맨투맨>이 보여주고 싶은 김설우의 매력을 정확하게 요약한다. 아마 <맨투맨> 역시 이런 김설우를 그리고 싶었을 것 같다. 하지만 정작 화면에서 드러나는 김설우는 제작진의 의도만큼 매력적이지는 않은 것 같다. 날고 기고 뻔뻔하고 능청스러운 액체괴물 같은 남주들이 판을 치는 상황에서 그저 멋있기만 한 김설우는 흥미진진한 주인공이 아니라 살아 있는 조각상 같다. 혹은 대벌레처럼 뻣뻣한 인상으로 다가온다. 그는 예상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멋있을 뿐 예측불가에 즉흥적인 매력이 넘치는 주인공은 아닌 것이다.

세상에는 수작은 아니지만 그럭저럭 보게 되는 드라마들이 많다. 그 중에는 엿과 같은 드라마와 껌과 같은 드라마가 있다. 보는 내내 한심하게 느껴져도 뇌리에 엿처럼 끈끈하게 들러붙는 답답한 상황들의 결말이 궁금해 다음 회를 챙겨볼 수밖에 없는 드라마다. 대표작으로는 최근에 높은 시청률을 올렸던 <피고인>을 들 수 있다. 반대로 껌과 같은 드라마는 편안한 마음으로 실실 웃으며 볼 수 있는 드라마들이다. 스트레스 받지 않고 적당히 시간을 즐기기에는 이만한 오락거리도 없다.

<맨투맨> 또한 첩보물이기는 하나 머리 쓰지 않고 편안하게 시각적인 즐거움을 느끼며 보는 재미는 있다. 다만 껌과 같은 드라마는 단물이 빠지면 금방 뱉고 싶어진다. 그 순간 아무리 볼거리가 풍성해도 모든 것들이 다 시시하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맨투맨>은 아직 달콤할까, 아니면 이미 단물 빠진 지 오래인 드라마일까? 어쩌면 <맨투맨>의 국정원 요원들만 알지 못하는 미스터리일지 모른다.

칼럼니스트 박진규 pillgoo9@gmail.com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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