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이 이걸 자꾸 문제다, 문제다, 라고 하셔서 그렇지. 아버님이 그렇다고 해서 집안에 큰일을 벌이고 계신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뿌리를 흔들고 계신 것도 아니잖아요. 제가 보기엔 이렇게 큰 돌을 가지고 올 수 있을 정도로 건강하시다는 걸 오히려 즐겁게 받아들이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아버님께도 한 말씀드리자면, 자연에서 생성된 건 집으로 가지고 오는 게 아니에요. 자연은 자연 그대로 거기 가서 즐기세요. 전국이 다 내꺼다. 다 내 정원이다 생각하시면 좋잖아요?”

- KBS2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에서 김태훈의 한 마디

[엔터미디어=정석희의 그 장면 그 대사] KBS2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이하 <안녕하세요>)는 시청자의 고민이 담긴 사연을 소개하고 그 주인공을 스튜디오로 직접 초대해 이야기를 나눠보는, 라디오 방송의 청취자 참여 코너를 차용한 프로그램이다. 그래서인지 한동안은 MC 컬투가 진행하는 라디오 <2시 탈출 컬투쇼>의 TV 버전이라는 느낌에서 벗어날 수 없었는데, 매주 다양한 사연의 시청자들이 고민을 털어 놓고 돌아갔지만 함께 공감하고, 걱정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분위기라기보다는 ‘세상에 이런 사람도 다 있네!’하며 웃고 즐기는 데에 머물고 말았던 것. 따라서 좋은 취지와는 별개로 시청자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했던 것이 사실이다.

라디오 청취율 1위에 빛나는 컬투에다가 한때 환상의 파트너십을 자랑하던 신동엽과 이영자가 이 프로그램을 위해 모처럼 뭉쳤으니 입담으로 치자면 가히 천하무적의 조합이 아니겠는가. 그럼에도 1년이 가깝도록 지지부진한 행보가 계속되는 터라 제작진 입장에서는 꽤나 답답했지 싶다.

그런데 다행히 몇 주 전부터 <안녕하세요>에는 변화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일단 우승 방식이 달라져 매 회 객석의 투표로 최고의 고민을 가리던 방식에서 연승제로 바뀌었는데 일명 ‘인간 라이언킹’, 엄청난 머리숱이 고민인 한 주부의 연승 가도를 ‘아기 목소리’를 지닌 여성이 저지하면서 그녀가 과연 5연승을 거두어 거액의 상금을 차지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그러나 바뀐 우승 방식 덕에 비로소 답답했던 출구가 트였다고 하기는 어렵다. 그보다는 지금까지의 출연자가 그저 SBS <세상에 이런 일이>나 tvN <화성인 바이러스>에 나올 법한 남다른 인물에 불과했다면 최근에는 누군가의 고민을 방청객과 진행자, 그리고 초대 손님들이 함께 나누는 쪽으로 분위기가 전환되었기 때문이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

지난주에는 특히나 출연자들의 사연에 온통 집중할 수 있어 좋았는데 그 공은 출연자들의 고민에 진심으로 귀기울여주고 마음에 와 닿는 조언을 적재적소에 던져준 그날의 초대 손님들에게 돌려야 옳겠다.



예를 들자면, 지인의 청천벽력 같은 배신에 상처 받아 사람 대신 돌에게 애정을 쏟게 되었다는 한 ‘돌 수집광’을 위한 김태훈의 조언은 요지부동이었던 한 출연자의 마음에 미세하나마 변화를 가져왔으니까. 끝없이 돌을 집안으로 끌어들이고 돌에 오일 마사지까지 해대며 가족보다 돌을 더 소중히 여기는 가장이 못마땅하여 출연을 결심했다는 아내와 자식들, 그리고 예술을 도무지 이해 못하는 그들이 오히려 답답하다는 가장이 팽팽히 맞섰는데 돌은 자연 그대로 즐기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 집으로 가져 오실 것이 아니라 자연 속에서 즐기는 것이 좋겠다는 김태훈의 설득에 가장의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 거기에 문천식이 ‘자식들과 시간을 더 많이 보내시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성시경이 ‘돌을 사랑하게 된 배경은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지금 상황은 너무 과한 것 같다’는 의견을 보태자 수긍이 가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돌 수집을 당장에 중단할 결심을 한건 아니지만 그래도 그간 돌로 인해 마음고생을 해온 가족으로서는 희망이 보이는 한 걸음이었으리라. 하지만 의학적 진단과 도움이 필요한 출연자를 위한 배려는 여전히 아쉽다. 초대 손님 중에 의료 전문가를 한 사람쯤 배치하면 좋지 않을까?

프로그램 마무리에 성시경이 남긴 말이 기억에 남는다. “사람들에게 세상의 고민을 다 모아놓고 하나씩 고르라고 하면 다 자기 고민을 고른대요. 그리고 기분 좋게 집으로 돌아간대요. 남들도 다 고민 많이 하고 있고 힘들구나, 하게 된다는 거죠. 전 처음 나왔을 때부터 이 프로그램이 좋았어요. 라디오 같고 같이 이야기할 수 있고 공감할 수 있어서 좋다고 생각했어요.” 취지도 좋고, 진행자 간의 호흡도 좋은 이 프로그램이 명품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인기 있는 아이돌이나 홍보를 위해 순회에 나선 연예인이 아닌, 폐부를 찌르는 조언을 해줄 맞춤 인재가 필요하다는 사실,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칼럼니스트 정석희 soyow@entermedia.co.kr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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