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 수면이 어떻게 의식불명 상태로 변질 됐을까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탑이 “의식불명 상태”라는 언론의 보도는 대중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대마초를 피운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상태에서 벌인 자살시도가 아닌가 생각하게 만들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죄는 미워도 사람은 미워할 수 없다고 대중들은 “그래도 살아야지”라며 동정적인 시각을 보이기도 했다. 물론 그런 시도 자체도 잘못됐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아야지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하느냐는 목소리들이었다.

하지만 그 “의식불명 상태”라는 보도는 반나절도 지나지 않아 경찰의 공식 발표에 의해 뒤집어졌다. 경찰이 발표한 내용에 의하면 탑은 “평상시 복용하던 약이 과다복용 된 것 같다”는 추정을 하고 있으며 “위독한 상태가 아니라 약에 수면제 성분이 들어있어 잠을 자고 있는 상태로, 1~2일 정도 약성분이 빠지면 생활하는 데는 지장이 없다”는 것이었다.

경찰 보도에 따르면 응급실에 의식불명 상태로 실려 갔다는 이야기도 잘못 전달된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이날 오전 7시30분경 코를 골며 계속 자고 있어 조식을 위해 깨우자 잠시 눈을 떴다 자려고 하여 피곤할 것으로 생각해 계속 자게 했다. 탑이 12시경 땀을 흘리며 잠에서 깨지 못하자 이대 목동병원 응급실로 후송했다”고 했다. 탑은 이후 병원에서 혈액, 소변, CT 검사 등을 받았다고 한다.

탑은 신경안정제 계통의 처방약을 복용하고 그저 깊은 잠을 잔 것뿐이라는 설명이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언론은 이를 ‘약물 과다복용’에 의한 ‘의식불명’이라고 보도했다. 같은 사안도 다루기에 따라 이렇게 다른 뉘앙스를 만든다. 결국은 해프닝으로 끝나버렸지만 이 해프닝으로 인해 대중들의 여론은 오히려 더 악화되어버렸다.



마치 동정표라도 얻으려고 만들어진 해프닝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만들어진 해프닝’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부대에서 이런 일들이 벌어졌다는 것에 대해 ‘관리 소홀’의 문제 역시 불거졌다. 사실 신경안정제 같은 약을 복용하는 건 상황에 따라 할 수는 있는 일이지만, 일반인들에게는 그리 쉽게 허용되는 일은 아니라며 탑에게만 적용되는 특혜를 거론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탑의 어머니는 아들의 면회를 마치고 응급중환자실 앞에서 “아들은 심각한 상태다. 마치 잠을 자러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는 것처럼 알려졌다”며 “편향적인 오보 자제를 부탁드린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이 해프닝과 과장보도의 문제는 YG의 ‘언플’ 논란으로도 이어졌다. 동정표를 얻어 여론을 바꾸어보려는 시도가 아니냐는 것이다. 하지만 언플 논란으로까지 번진 이번 해프닝은 여론을 바꾸기는커녕 오히려 악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졌다. 소속사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까지 덧씌워지게 된 것이다.

사실 마약 관련 사안이 연예계에 터질 때마다 대중들이 질타한 것은 그것이 일반인들에게 미칠 영향이 적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잘못을 인정하고 제대로 처벌을 받으며 자숙하는 시간을 가진 후 다시 활동을 재개하면 그래도 대중들은 받아주는 편이었다. 실제로 예능 프로그램에서 과거 마약 관련 사안에 대해 이제는 농담처럼 이야기를 주고받는 연예인도 있고, 대중들은 그것을 웃음으로 받아주기도 한다.

하지만 사건이 터지고도 제대로 처벌받지 않거나 회피하려는 모습은 오히려 반감만 더 키울 뿐이다. 물론 언론의 잘못이 크지만, 그런 언론보도가 나왔을 때 소속사가 즉각적으로 이를 정정하지 않았다는 점은 여러모로 대중들에게는 실망스런 느낌을 줄 수밖에 없다. 이런 식의 대처방식으로는 등 돌린 여론을 되돌리기가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타짜2>스틸컷, YTN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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