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아걸, ‘아브라카다브라의 징크스’ 따윈 없다?

[서병기의 트렌드] 4인조 걸그룹 브라운아이드걸스(이하 브아걸)가 2년2개월 만에 4집으로 컴백했다. 브아걸은 대중음악계에서 보면 특이한 존재다. 소울 음악을 하는 실력파 보컬 걸그룹으로 출발해 아이돌 걸그룹으로 변했다.
 
완전히 아이돌이 됐다는 말은 아니다. 팀내 래퍼인 미료는 “브아걸이 아이돌로 분류될 때는 민망하다. 어중간하다”고 말하고, 메인 보컬인 제아는 “브아걸 음악을 관통하는 말을 한 단어로 설명할 수 없다. 한 분야에 국한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브아걸이 아이돌 음악과 스타일까지 포섭한 것은 맞다.

씨야, 가비앤제이처럼 꼿꼿하게 서서 노래를 부르던 팀이 3집 ‘아브라카다브라’에 오면 아이돌보다 더 강한 음악으로, 아이돌의 춤보다 더 강력한 일명 ‘시건방춤’의 퍼포먼스로 압도했으니, 그럴만도 했다.

브아걸은 핵심역량을 바꾼 것이다. 집 대문에 걸린 문패를 갈아치운 것이다. 이는 발라드 가수가 댄스 음악을 부른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성인식’에서 파격적인 춤을 추며 섹시 아이콘이 됐던 박지윤이 몇년을 쉬고 아티스트로 돌아온 것, 댄스가수였던 장윤정이 트로트 가수로 변신한 것과 같은 파격이었다.
 
브아걸의 변화에 대해 ‘킬러콘텐츠 승부사들’의 저자 정해승은 “브아걸의 변신은 일부 팬들이 생각하는 변절이 아니라 핵심역량 자체를 뒤바꿔 재탄생한 혁신 그 차제였다”면서 “브아걸의 성공을 경영학적 의미로 해석하면 환경변화를 감지하고 시장 포지셔닝을 재정립한 것이다. 이를 위해 기존의 핵심역량을 포기하는 대신 새로운 핵심역량을 보강했다”고 해석하고 있다.
 
과거에는 노래 잘하는 것만 갖추고 있었는데 이제는 가창력뿐만 아니라 외모, 안무, 섹시함까지도 비교우위에 있다는 것이다. 브아걸은 섹시함을 보여주는 퍼포먼스에서도 다른 걸그룹보다 결코 떨어지지 않았다.

최근 브아걸을 만나 인터뷰하면서 왜 변신하게 됐는지를 물어봤다. “2008년 1월 안무가 들어간 ‘LOVE’를 부를 때 저희도 생각하지 못했던 발견을 한 거예요. 생각보다 잘 어울렸다는 평가를 받았어요” 그래서인지 8개월 후에는 아이돌이 부르는 후크송보다 더 후크송 같은 ‘어쩌다’를 내놓았다.
 
하지만 ‘LOVE’와 ‘어쩌다’는 더 강력한 신무기이자 비밀병기를 선보이기 위한 전초전에 불과했다. 2009년 7월 내놓은 3집 ‘아브라카다브라’는 당시 걸그룹의 모든 노래들을 잠재울 수 있을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음악과 안무,뮤직비디오 등 모든 요소가 잘 어울린 데다 이를 비주얼적으로 표현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 때는 이미 소녀시대 등 1세대 걸그룹 외에도 2세대 걸그룹들이 아이돌 시장에 대거 들어와 웬만한 의상과 안무, 퍼포먼스로는 먹히지 않던 시기였다.
 
하지만 그 뒤가 문제였다. ‘아브라카다브라’가 큰 반향을 일으키는 바람에 큰 부담을 갖고 준비하다 공백 기간이 길어졌다. 4집 새 앨범의 노래들을 들어봤고, 타이틀곡인 ‘식스센스’는 5~6번 들어봤다. ‘아브라~’가 얼마나 큰 부담이었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냐르샤는 아예 “이번 음반이 ‘아브라카다브라’에 비해 대중성은 조금 떨어질지 몰라도 음악성은 더 있다”고 ‘쉴드’를 쳤다.

타이틀곡 ‘식스센스’는 음악으로 오감 이상을 채우겠다는 열정이 들어 있다. 음악과 이미지로 소통할 수 있는 모든 감각을 사로잡는 압도적 쾌감을 선사할 것이라고 한다. 현악기만 30종류가 동원됐다.

나르샤는 “‘식스센스’는 가장 스케일이 큰 곡이다. 악기와 보컬들의 음역대가 많아 듣는 사람을 제압할 정도로 버라이어티하다”면서 “일반적으로 스케일을 줄이는데 우리는 반대로 갔다. 보컬과 악기들이 서로 싸우는 느낌이다. 보컬이 악기와 싸워 이긴다. 치열하게 싸우는 게 포인트다. 그 속에는 억압에 대한 저항이 있고 자유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말한다.

‘식스센스’는 강한 첼로로 시작해 클래시컬한 진행에 솔(soul)풍의 보컬이 얹어지고, 흥겨운 브라스와 리듬감 좋은 미료의 강한 랩, 하이노트(새소리)까지 음악 감상의 최대치를 끌어내 마치 교향악을 듣는 듯한 만족도를 줄 것이라는 것이 제작진의 전언이다.

너무 과하다는 생각도 든다. 음악으로 무슨 전투를 벌이나 하는 생각이다. ‘아브라’의 강함을 이기기 위해 더 강함을 내세우는 전략, 이를 대중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매우 궁금하다.

‘아브라’를 뛰어넘는 또 한번의 혁신이 될 것인가, 아니면 ‘아브라의 징크스’가 될 것인가.
 

칼럼니스트 서병기 <헤럴드경제 기자 >wp@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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