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톱 예능MC 1순위 김희철의 현주소

[엔터미디어=TV삼분지계] ◾편집자 주◾ 하나의 이슈, 세 개의 시선. 각자의 영역을 가지고 대중문화와 관련된 글을 쓰고 있는 정석희·김선영·이승한 세 명의 TV평론가가 뭉쳐 매주 한 가지 주제나 프로그램을 놓고 각자의 시선을 선보인다. 엔터미디어의 [TV삼분지계]를 통해 전문가 세 명의 서로 다른 견해가 엇갈리고 교차하고 때론 맞부딪히는 광경 속에서 오늘날의 TV 지형도를 그려볼 수 있는 단초를 찾으실 수 있기를.

김희철에게 ‘예능 천재’라는 수식어는 더는 새롭지 않다. 올해 초 한 매체가 기자 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지금 최고의 예능인’ 설문조사에서 김희철은 공동1위 신동엽, 이수근, 공동 2위 유재석, 양세형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기라성 같은 선배들과 나란히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것도 눈에 띄지만, 유일한 비개그맨 출신이라는 점은 더 대단하다. 하지만 예능감에 대한 일관된 호평에도 불구하고 MC로서 평가는 극명하게 엇갈린다.

현재 김희철이 진행 중인 5개의 프로그램 가운데 <삼분지계>가 고른 세 예능은 각각 그의 장점과 단점, 그리고 가능성이 잘 드러나는 프로그램이다. <발칙한 동거>를 살펴본 정석희 평론가는 그의 ‘탁월한 친화력과 교감 능력’에 높은 점수를 준 반면, <인생술집>을 선택한 이승한 평론가는 웃음의 주도권을 쥐려는 과욕이 아쉽다 평했고, <냄비받침>을 본 김선영 평론가는 성장 가능성을 언급했다. 앞으로 그가 어떤 면을 더 발전시킬지 모르지만, 차세대 톱MC에 가장 근접한 인물로서 그의 현주소를 진단하는 일은 의미가 있다고 믿는다.



◆ <발칙한 동거>의 김희철, 방과 방 사이의 연결자

MBC <발칙한 동거-빈방 있음>이 달라졌다. 구성 자체는 그대로다. 그러나 이것저것 섞어 놓은 양 정체성이 모호하던 프로그램이 다음 회가 기다려지는 쪽으로 바뀌었으니 반갑달 밖에. 무엇보다 달라진 스튜디오 분위기가 눈길을 끈다. SBS <미운 우리 새끼>의 대성공 이후 영상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는 형식의 프로그램들이 우후죽순 등장하고 있는데 심지어 채널A <아빠본색>이나 <개밥 주는 남자 시즌2>의 경우 뜬금없이 토크 코너를 신설하기도 했다. 굳이 따지자면 MBC <우리 결혼했어요>가 원조라고 보지만. 어쨌거나 너나 할 것 없이 시청률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안고 스튜디오에 나와 수다들을 떨어 봐도 <미운 우리 새끼>와 같은 성과는 찾아보기 어렵다. 김건모 어머니 이선미 씨에 필적할 예측불허의 캐릭터가 없기 때문이리라.



​<발칙한 동거-빈방 있음>의 긍정적인 변화는 3기 멤버로 투입된 김희철이 주도한다. 참신한 인물은 아니나 특유의 정곡을 찌르는 돌발 발언과 친화력으로 단번에 스튜디오를 장악한 김희철. 누가 정해 놓은 건 아니어도 메인 MC로서 부족함이 없다. 오히려 큐카드에 적힌 내용이 아닌, 느끼는 대로 머리에 떠오르는 대로 던지는 질문과 반응인지라 시청자 입장에서는 새롭고 흥미롭다. 뿐만 아니라 탁월한 공감 능력을 기반으로 자신의 동거인인 그룹 ‘여자 친구’ 멤버들은 물론이고 다른 팀과의 교감에도 일사천리다. 지상렬, 오연아, 한은정, 피오, 이태환, 여자 친구. 개그맨에서 연기자, 아이돌까지. 연결점이 그다지 없는 사이임에도 한회 출연에 몇 년은 알고 지낸 사이 같아졌지 뭔가. 여러모로 준비된 진행자 김희철, 앞으로 그가 어떤 그림을 그려갈지 기대된다.

​칼럼니스트 정석희 soyow59@daum.net



◆ <인생술집>의 김희철, 끼어들 타이밍만큼 들을 타이밍도 중요하다

한 가지 확실히 해 두자. 김희철의 틈새를 확보하는 능력에 대해 의심하는 건 시간낭비다. 툭 치면 자판기처럼 튀어 나오는 8090 가요와 TV 프로그램 레퍼런스, 김구라조차 지치게 만들 수 있는 멘트 드리블 능력, 어떠한 구박에도 굴하지 않는 발랄함은 예능돌이 득시글거리는 슈퍼주니어 내부뿐 아니라 아이돌 중 최강이다. 아이돌 중 신정환(MBC <라디오스타>)과 정형돈(MBC 에브리원 <주간 아이돌>)의 빈자리를 모두 메울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

tvN <인생술집>이 시즌 2 MC군에 김희철을 섭외한 것도 아마 단순히 더 젊고 캐주얼한 콘셉트로 가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대화의 RPM을 높이려는 게 진짜 속내였을 것이다. 신동엽과 김준현이 상대의 말을 이끌어낼 때, 김희철은 잽싸게 남들이 미처 못 본 것들을 짚어낸다. 그는 김옥빈이 김현숙과 술잔을 바꿔치기 하는 순간을 놓치지 않고 포착하고, 이문식의 연애담을 듣다가 그가 “사실 결혼할 생각이 없었어.”라고 말하는 순간 말허리를 치고 들어가 “여기까지만 방송에 내보낼 게요. 저희가 자극적인 기사도 좀 필요해서요.”라고 상황을 비튼다.



문제는 자신이 주가 되어 웃음의 RPM을 높여야 한다는 욕심이 때로는 너무 과해 보인다는 점이다. 스스로 “어차피 쓰레기”라고 이야기하는 김희철의 이미지는, 그가 출연한 여자 게스트들과 빠짐없이 러브라인을 짜 넣으며 처제, 처형 등의 호칭을 남발할 때나, 홍석천에게 씌워진 고정된 성 역할 모델을 흉내 내는 식의 게으른 반복을 거치며 점점 신선함을 잃는다. 허무맹랑한 루머를 만들어 농담을 거는 것까지는 좋아도, 어느 순간 그 루머가 진짜인 줄 아는 사람이 생겼다는 점을 자랑하는 지경쯤 되면 왜 자꾸 조바심을 내느라 무리수를 거는지 고민하게 된다.

술잔을 기울이며 상대의 말에 귀 기울이는 순간이 조금은 더 많아도 좋다. 토크쇼 패널의 덕목은 끼어들 타이밍을 잘 재는 거지만, MC의 덕목은 상대의 말을 듣기 위해 내 말을 참을 타이밍도 함께 재는 것이다. 그의 나이 어느 덧 30대 중반, 이제 후자의 능력치를 키울 때도 된 게 아닐까?

칼럼니스트 이승한 tintin@iamtintin.net



◆ <냄비받침>의 김희철, 막말과 소통의 경계

<냄비받침>은 TV판 독립출판사를 표방하며 출연자들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콘텐츠로 만들어낸다. 독립, 자유에서 출발하다보니 안재욱의 건배사 모음이나 이경규의 대선 낙선자 인터뷰처럼 신선한 아이디어도 등장한다. 발상 전시에 그치지 않고 출판까지의 과정을 콘텐츠로 담아내는 과정에서 요즘 청춘들의 축제 술자리 문화나 낙선한 대선 주자의 소탈한 후일담 등 기존 예능의 뻔한 그림을 벗어난 풍경도 펼쳐진다. 하지만 이 신선하고 다양한 풍경이 맥락 없이 뒤섞인 점은 아쉽다. 정치토크쇼, 걸그룹 리얼리티, 신혼 및 육아일기, 술자리 풍속도 등 내용도, 장르도 다른 그림은 좀처럼 하나로 수렴되지 않는다. 다양한 콘텐츠를 아우르며 고유한 가치를 부여하는 큐레이팅 능력이 시급해 보인다.



<냄비받침>의 장단점과는 별개로, 이 프로그램의 김희철은 꽤 흥미롭다. 우선 ‘남들이 보든 말든 하고 싶은 걸 쓰자’는 기획의도는 ‘천상천하 희철독존’ 우주대스타에게 더없이 잘 어울린다. 아니나 다를까 김희철은 사전 미팅에서 본인이 직접 작가가 되어 책을 출판한다는 얘기에 ‘책을 읽어본 적이 없다’며 난감해하다가도, 곧 ‘걸그룹 역사’를 써보겠다며 ‘사심’을 마음껏 드러낸다. 온갖 서바이벌오디션을 거쳐 걸그룹 정상에 오른 트와이스를 바로 앞에 두고 ‘걸그룹 입문서’ 기획안을 뻔뻔하게 발표하는 장면은 압권이다.

그러나 3회에 이르자 또 다른 면도 드러난다. 처음엔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생각하던 김희철은 걸그룹 프리스틴과의 인터뷰에서 멤버들의 솔직한 발언들이 쏟아지자 의외로 진지한 청자가 된다. 특히 생리 기간의 고충을 털어놓는 한 멤버에게 너무나 자연스럽게 공감하며 평소 친한 걸그룹과 고민을 거리낌 없이 주고받는다고 이야기하는 장면은 인상적이었다. 앞으로 그의 걸그룹 입문서가 어떠한 결과물이 될지는 모르지만 지금과 같은 모습이 이어진다면 그동안 ‘막말’에 가려진 김희철의 소통 능력은 조금 더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칼럼니스트 김선영 herland@naver.com

[사진=MBC, tvN,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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