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리네 민박’, 이효리가 궁금했는데 이상순이 보이네

[엔터미디어=정덕현] “오빠 하루에 20번만 불러. 하루에 200번은 부르는 거 같아.” 오빠 오빠 하며 부르고 무언가를 시키는 이효리에게 이상순은 허허 웃으며 그렇게 말한다. 이효리의 이상순을 부르는 모습은 거의 습관적이다. 하지만 잘 들여다보면 그 습관이 이상순도 그리 싫은 것만은 아닌 듯하다. 그녀가 자신을 부르고 무언가를 해달라고 하거나, 호응을 원하거나 하는 그 모든 것들에서조차 어떤 행복감 같은 것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JTBC에서 새로 시작한 <효리네 민박>이 시작 전부터 주목을 끌게 했던 건 다름 아닌 이효리의 일상에 대한 궁금증이었다. 무대에 서면 섹시 아이콘이지만 예능에서는 그 누구보다 털털한 모습을 보여왔던 이효리. 하지만 결혼 후 제주에 정착해 살아가면서 도시인들과는 사뭇 거리가 먼 친자연적이고 채우기보다는 비워가는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며 살고 있다는 소식은, 그 삶을 더욱 궁금하게 만들었다. 답답하고 복잡하며 쉴 새 없이 돌아가는 경쟁적인 삶을 살아가는 우리네 보통 사람들에게는 그들의 일상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될 수 있으니.



실제로 <효리네 민박>이 본격적인 민박을 시작하기 전 보여준 이효리와 이상순의 삶은 그 자체로 보는 이들의 마음마저 설레게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그 안에서도 느껴지는 건 그들의 현실적인 삶이었다. 누군가는 힘든 집안일도 해야 하고, 하다못해 끼니때마다 밥을 챙겨야 한다. 제아무리 신혼이라도 현실은 일상적 노동을 요구한다. 신혼 때만 해도 꿀 떨어지는 시간들로 그 노동들은 잘 보이지 않지만, 차츰 시간이 지나면 그런 것들이 몸은 물론 마음도 지치게 만들기 마련이다.

그래서 <효리네 민박>에서 보인 건 이효리만큼 그녀를 자유롭게 살아가게 밑그림을 그려 넣는 이상순이라는 남편이었다. 새벽 같이 요가를 배우러 나간 아내를 기다리며 아침을 챙기고, 둘이 살며 해야 할 힘든 집안일들을 나서서 하며, 돌아온 아내가 부족한 수면을 낮잠으로 채울 때 그녀가 깨기를 기다리며 일을 한다. 아침 메뉴로 준비할 옥돔김밥을 함께 미리 만들어보고 그녀가 애써 만든 음식을 그렇게 대단히 맛있지는 않아도 맛있게 먹으며 호응해준다. 입만 열면 “오빠”를 부르는 게 거의 습관화되어 있는 이효리가 말해주는 건 그 부름에 언제나 호응해준 이상순의 일상이다.



민박집 오픈 하루 전, 부부는 다른 민박집도 찾아가보고 손님들을 위해 필요한 물건들도 사서 집으로 돌아온다. 돌아오는 길 뉘엿뉘엿 지기 시작하는 해가 만들어내는 비현실적인 풍경들. 그 석양을 바라보며 마음을 사로잡는 노래가 깔리자 부부는 새삼 자연과 음악이 주는 ‘순간의 행복’을 느낀다. 새삼 그 날 하루 그들이 너무 많은 일들을 했다는 게 느껴진다. 이상순은 “너는 아침 일찍 요가까지 했잖아”라며 아내를 챙기고, 아내는 “오빠는 운전했잖아”라며 남편을 챙긴다. 아마도 이런 ‘순간의 행복’과 서로를 배려하는 대화 하나만으로도 부부가 느끼는 하루의 피로는 쉽게 날아가지 않을까.

남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는 이효리. <효리네 민박>은 그녀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의 궁금증을 자극하며 시작했지만, 거기서 새삼 발견한 건 그녀의 남편 이상순이라는 존재였다. 사실 삶을 다르게 만드는 건 거창한 어떤 것이 아니다. 제주라는 남다른 풍경 속에서 남다른 삶을 산다고 모두가 행복해지는 건 아니다. 그것보다는 어떤 ‘순간의 행복’들을 가능하게 해주는 보이지 않는 노력들이 우리의 삶을 다르게 해준다. 200번을 불러도 허허 웃으며 받아주는 이상순에게서 발견한 건 바로 그것이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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