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와이프’, 정재은 씨를 다시 만나고 싶은 이유

[엔터미디어=정석희의 TV 돋보기] 여행 프로그램 NO! 연예인 가족 NO! 요즘 시청자들의 솔직한 심정이다. 바야흐로 여행 프로그램 춘추전국시대, 아무 때나 틀면 어딘가에서 하고 있다. 짐작컨대 여행사나 휴대폰, 음료수 등 제작비에 도움이 되는 PPL이 용이하다는 게 여행 프로그램이 흔해진 이유이지 싶은데 많기로는 연예인 가족도 마찬가지다. 배우자와 자녀를 넘어 시부모, 처가 식구에 반려동물들까지, 슬슬 질리기 시작했다. 그러니 두 가지가 겹친 SBS 파일럿 프로그램 <싱글 와이프>를 어찌 선선히 반길 수 있었겠나. 게다가 포맷부터가 영상을 보며 이야기를 주고받는 일명 ‘액자식’ 구성, <미운 우리 새끼> 판박이가 아닌가. 이렇게 3부작 <싱글 와이프>는 선입견과 편견을 안고 출발했다.

그러다 ‘어랏’ 하고 TV 앞으로 바짝 다가앉게 된 건 배우 서현철의 아내 정재은 씨 때문이었다. 사실 나는 여행 프로그램이든 실제든 나이 고하를 막론하고 본인 짐 간수 못해 남 신세지는 상황이 질색인 사람이다. 누구나 제 한 몸 건사하기 힘겨운 여정이 아닌가. 나이 어리다고, 남자라고 도와줘야 할 까닭이 없다고 본다. 거기에 배려를 당연히 여겨 미안한 줄 모르고 고마운 줄 모른다면 밉상을 지나 진상 수준이지 뭔가.



정재은 씨는 낯선 일본 땅에서 피치 못할 사정으로 수차례 도움을 받아야 했지만 그때마다 진심으로 고마워했고 미안해했다. 무엇보다 난관이 닥쳐도 미소를 잃지 않는 긍정의 기운이 어찌나 신선하던지. 마치 우리가 최근 들어 ‘유쾌한 정숙 씨’의 함박웃음을 통해 얻는 위로와 비슷한 느낌이라고 할까? 어렵사리 숙소에 도착한 순간 그가 흘린 눈물. 험난한 하루가 서러워서인 줄 알았더니 중간 중간 만난 인연이 소중해서 흘리는 감격의 눈물이란다. 그가 늘 달고 사는 말이 있다. “감사합니다.” 잘 되면 내 덕, 못 되면 남 탓이 난무하는 세상에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 아닌 예능에서 설정이 아닌 진심을 보게 되다니.

정재은 씨는 이번 여행에서 10년 전 함께 공연했던 일본 배우들과 조우했다. 그 공연을 통해 서현철 씨를 만나 결혼에 이르렀다고 하니 특별한 인연이다. 정감이 가는 자그마한 식당에서 소탈한 옛 친구들과 함께 추억에 잠겼고 영상 통화로 예쁜 딸 은조를 소개했나 하면 생일 파티도 했고 남편이 몰래 남긴 카드도 공개됐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흔히 보는 장면들이다. 하지만 지루하기는커녕 오히려 신선했던 건 목적이 따로 있는, 이를테면 특정 장소 홍보라든지 PPL을 위한 구성이 아닌 ‘나 혼자만을 위한 여행’이라는 본래 취지에 맞는 구성이었기 때문이리라.



이렇게만 만든다면 여행 프로그램이든 먹방이든 연예인 가족이든 마다할 리가 없지 않나. 물론 핵심은 정재은 씨 고유의 매력이다. 자연스럽고, 따뜻하고, 배려 깊고, 친근하고, 허술한 구석은 있지만 그조차 매력으로 다가오는 정재은 씨. 혹여 기대치에 어긋난 시청률로 인해 다시 못 만나는 건 아닌지 슬며시 걱정이 된다. 부디 깜찍한 이유리 씨를 포함한 스튜디오 출연자들도 모두 다시 만나게 되길.

방송 칼럼니스트 정석희 soyow59@daum.net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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