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작에서 망작으로, ‘리얼’·‘미이라’·‘트랜스포머5’가 놓친 것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무려 200억의 대작이었지만 천하의 김수현도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숙였다. 영화 <리얼>은 평단과 관객들이 한 목소리로 내는 혹평에 박스오피스 5위로 주저앉았다. 멀티플렉스에 적지 않은 개봉관을 확보하고도 <리얼>은 6일 하루 5,900여 명 정도의 관객 수를 확보하는데 그쳤다. 반면 <옥자>는 넷플릭스 동시방영으로 멀티플렉스들이 모두 등을 돌린 가운데서도 6일 하루 무려 9,400여 명의 관객을 끌어 모았다. 역시 영화 흥행의 관건은 작품성에 있다는 걸 단적으로 알려준 사례다.

톰 크루즈가 출연함으로써 국내 관객들의 관심이 뜨거웠던 <미이라>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나마 국내 관객들이 특히 선호하는 톰 크루즈가 등장했다는 사실이 만들어낸 영향력은 적지 않았다. 누적 관객 수 366만 명을 동원하며 올해 개봉외화 흥행 2위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에 대한 반응은 그리 좋지 못했다. 그런 점에서 보면 <미이라>의 흥행을 과연 성공으로 볼 수 있을까가 미지수다. 만일 좀 더 완성도 높은 작품을 보였다면 훨씬 더 놀라운 결과가 나올 수도 있었을 테니 말이다. 톰 크루즈가 주연을 맡아 한국에서 개봉했던 영화들의 성적표를 보면 더욱 그렇다. 생각해보라. 톰 크루즈가 또 나오는 <미이라> 후속작이 나온다면 과연 관객들이 그 영화를 볼까. 고개가 갸웃해지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올해의 ‘망작’으로 기록될 영화는 역시 마이클 베이 감독의 <트랜스포머-최후의 기사>가 아닐까. 무려 3,000억 원의 제작비를 투입해 만든 영화지만 산으로 가는 스토리 때문에 그나마 팬들이 많은 국내에서도 냉소적인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트랜스포머>는 5일 현재 240만여 명의 관객 수를 기록하고 있지만, 이 영화가 거의 독과점에 가깝게 확보한 멀티플렉스의 스크린수를 감안해 보면 너무나 초라한 성적이다. <트랜스포머>는 전국 2,500여 개의 스크린 중 무려 1,700여 개의 스크린에서 상영됐지만, 거의 빈 채로 영화가 상영되는 결과를 맞았다.

결국 이런 결과가 나오게 된 건 작품들이 출연자, 제작자의 명성과 막대한 물량 투하를 통한 스펙터클을 보여줬을지 몰라도 기대 이하의 스토리가 이 모든 걸 무너뜨렸기 때문이다. 김수현이 1인2역의 연기를 보여준 <리얼>의 경우, 그가 연기에 혼신을 다했다는 사실은 분명히 보이지만 감독 스스로도 갈무리되지 않은 작품을 내놓음으로써 관객들에게는 ‘불편한’ 작품이 되었다. <미이라>는 사실 보석 하나를 깨뜨림으로써 모든 게 해결되는 마지막 상황을 보면 이야기가 너무나 허망해진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트랜스포머>는 너무 많은 걸 보여주려 한 결과 어느 하나도 집중시키지 못한 결과를 낳았다.



40억이라는 상대적으로 적은 제작비를 들인 <박열>이 간단히 150만 관객을 돌파함으로써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걸 보면 역시 현재의 영화 판도를 결정하는 건 오로지 작품성과 그로 인한 입소문이라는 걸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 출연자나 제작자의 이름값이나 그 이름에 기대 투입되는 막대한 물량은 오히려 리스크만 키우는 꼴이다. 물론 투자가 나쁜 건 아니지만, 그 투자가 오롯이 작품의 완성도를 위해 투입될 수 있어야 그 성공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 이제 더 이상 똑똑해진 관객들은 화려한 포장에 그리 휘둘리지 않는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영화 <리얼><미이라><트랜스포머>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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