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글의 법칙’, 김병만의 건강과 지속가능성 고민 필요한 시점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여름이 되면 <정글의 법칙>을 더욱 찾게 되는 것 같다. 실제 시청률도 높아진다. 이경규와 함께한 지난주 방송은 지지난주 자체최고시청률을 경신하며 16.4%를 거뒀다. 높은 시청률에 걸맞은 푸른 바다에서 펼치는 스펙터클한 볼거리가 있다거나 부족원간의 끈끈한 캐미스트리, 혹은 머드크랩과 같은 열대 진미를 맛보는 먹방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정글 생활이 너무나 안 어울리는 예능대부 이경규를 지켜보는 호기심이 앞에서 견인하고, 이 계절에 가장 잘 어울리는 <정글의 법칙>의 로망이 다시금 크게 부풀어 오른 까닭이다.

그런데 그 어느 때보다 김병만의 얼굴은 수척했고 퀭했다. 웃는 일도 별로 없고 김병만을 중심으로 하는 에피소드도 사라지다시피 했다. 출연 동료들을 이끌고 사냥을 나간다거나 이런저런 일거리를 진두지휘하는 모습은 찾기 힘들었다. 혼자 남아서 일을 하고 이리저리 살폈다. <슬램덩크> 변덕규의 말처럼 가자미가 되어 밑으로는 그를 의지하는 게스트들을 챙겨야 했고, 위로는 이경규를 모셔야 했다.



이경규는 예상과 달리 투덜거림이나 버럭 화를 내는 일은 별로 없었다. 그 대신 꼭 만들어야 하는 자신만의 확고한 그림이 있었다. 제작진, 출연진 모두가 3일째 장어 사냥이라는 겹치는 그림을 피하기 위해 노력을 했지만 최고 어른의 고집을 꺾을 순 없었다. 이번 촬영에 응한 이유이자 낚시인의 자존심에 상처가 난 이경규는 조명 스테프에게 역정을 내면서까지 결국 늦은 밤 장어 한 마리를 잡고 “내 몫을 다했다”고 만족하기까지 부족원들은 그 순간을 기다리다 늦은 식사를 했고, 하루 종일 빗속에서 진행한 장어 낚시 촬영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방송은 유쾌하고 우스꽝스럽게 포장했지만 자체최고시청률을 경신할 만한 재미라고는 절대로 생각지 않는다.

물론 김병만이 수척해진 것은 이경규 탓이 아니다. 이경규는 뉴질랜드 북섬 1000km 종단 여정의 가장 마지막 생존지에서 합류했다. 그전부터 화면 속 김병만의 얼굴은 이미 상해 있었다. 그리고 김병만은 이경규와 함께한 시간이 지난 6년간 족장으로 <정글의 법칙>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 중 하나였다고 말했다. 이경규는 김병만이 외롭게 촬영하고 있음을 간파했고, 김병만은 그동안 속으로 삼켰던 방송과 관련된 어려움과 부담감을 자신의 상황을 알아보는 대선배에게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았다. 제작진이 없는 곳에서 두 예능 선후배가 나눈 대화는 시청자들에게 늘 그 자리에 있을 거라 생각한, 늘 놀라운 퍼포먼스를 보여주길 기대하는 김병만을 다르게 바라보는 기회였다.



돌이켜보면 <정글의 법칙>은 얼마 전까지 ‘부족’의 개념이 존재했다. <김병만의 정글의 법칙>은 곧 병만족을 의미했다. 예능에서 추구하는 유사 가족 커뮤니티를 꾸리고, 각자의 역할을 나눠 갖고 생사고락을 함께했다. 초창기에는 리키 김과 같은 김병만의 역할을 일부 나눠가질 부족장이 있었고, 개그맨 후배들과는 애초에 가족과 같은 관계 형성을 가능했다. 추성훈을 비롯해 라이벌 관계를 갖는 게스트가 오더라도,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생존을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가족적인 끈끈한 관계를 보여줬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김병만 이외에 모든 부족원을 게스트로 구성해 진행 중이다. 뉴질랜드 북섬 종단 편에서 잘 드러나듯이 김병만과 강남을 제외하면 생존지 별로 새로운 게스트들이 합류하고 떠난다. 김병만은 정글에 익숙지 않은 게스트들 몫까지 계속해 일을 하고 강남을 축으로 한 게스트들은 웃음이나 볼거리를 만드는 이원화가 자리 잡았다. 그 때문에 김병만은 집에 남아 잔업을 하고, 일이 손에 익지 않은 게스트들끼리 탐험하러 나가는 일이 잦아졌다. 함께 서로에게 의지하며 생존한다는 문화와 이야기가 사라지면서 병만족을 상징하는 문패도 사라졌다.



김병만의 얼굴을 보면 네팔에서 히말라야 트레킹을 몇 주째 한 사람 같지만 생존의 가치는 땅에 떨어졌다. 계속해서 함께하는 멤버들이 2박 3일, 3박 4일 간격으로 교체되니 가르치면서 함께 성장하는 과정을 기대할 수도 없다. 김병만을 가이드로 한 야영 체험 요즘말로 부시캠프(bush camp) 체험이다.

그러다보니 김병만은 묵묵히 일만 하며 방송 볼거리 마련과 생존에 대한 책임감에 지치게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반복됐다. 정을 주고 일을 가르치는 것도 당연히 물리적으로 한계가 따르게 되는데, 여정이 끝으로 갈수록 김병만의 어깨에 내려앉는 근수는 계속해 늘어나고, 그를 쳐다보는 눈은 줄지 않는 것이다. 함께 생활하고 생존한다는 스토리의 실종은 게스트 수를 대폭 늘이고, 정글 체험 난이도를 낮추면서 나타난 필연적인 결과다. 최고시청률을 경신한 이 시점에서 게스트 확보에 대한 어려움만큼이나 김병만의 건강과 지속가능한 방송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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