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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위녀’ 김희선·김선아, 왕년의 톱스타가 명성 이어가는 법
기사입력 :[ 2017-07-15 16:29 ]


‘품위녀’ 김희선·김선아, 나이에 걸맞은 그럴 듯한 연기 변신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진규의 옆구리tv] JTBC 금토드라마 <품위 있는 그녀>가 첫 회부터 시청자의 마음을 뺏는 드라마는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품위녀>는 대중들에게 너무 익숙한 막장드라마의 코드를 담고 있기 때문이었다. KBS <사랑과 전쟁>에서나 등장할 법한 젊은 간병인이 돈 많은 노인을 유혹해 집안의 안주인 자리를 꿰차는 줄거리가 중심이다.

시청률을 위해 자극적으로 소비되는 아침드라마의 불륜 설정에서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품위녀>는 주인공 우아진(김희선)의 남편 안재석(정상훈)과 우아진이 후원하는 화가이자 딸의 미술 과외교사인 윤성희(이태임)의 불륜이 극에 큰 중심을 차지한다. 그와 동시에 상류층 부부들의 적나라한 불륜관계 역시 곳곳에 양념처럼 등장한다.

하지만 어느덧 중반부를 넘은 <품위녀>는 이제 뻔하고 뻔한 막장극이 아니라 나름의 독특한 품위를 유지하는 드라마로 꽤 순항중이다. 그건 자극적인 소재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가 가지고 있는 몇 가지 빼어난 장점들이 돋보여서다.



우선 <품위녀>는 기존의 막장극과는 달리 굉장히 드라이한 방식으로 흘러간다. 이야기를 바라보는 작가와 연출의 시선이 몇 걸음 더 떨어져 있다. 보통의 막장극은 극한의 감정을 요란하게 보여주면서 시청자의 이목을 끌기 마련이다. 시청자를 치정이든 재산이든 그것이 무엇이든 ‘개싸움’의 현장으로 재빨리 끌어오기 위해서다. 우리는 그렇게 막장드라마의 세계 속으로 머리채를 잡혀 질질 끌려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품위녀>는 시청자와 이야기 사이에 작은 창문을 만든다. 그렇기에 보는 이들은 <품위녀> 속의 자극적인 이야기들을 좀더 객관적인 시선에서 바라볼 여유를 얻게 된다. 마치 인간이란 탈을 쓰고 살아가는 상류층 동물들의 더티 서커스를 지켜보는 그런 심정으로 말이다.

그 덕에 이 드라마는 묘하게 뜯고 즐기는 재미만이 아니라 생각하는 재미가 있다. <품위녀>를 따라가다 보면 속물적인 상류층에 대한 냉소가 읽힌다. 그와 더불어 박복자(김선아)를 통해 인간이 지닌 끝없는 상승욕망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다. 우아진이 얽혀 있는 수많은 인간관계를 통해 뉴스에는 등장하지 않는 한국 사회 곳곳에 스며들어 있는 일상의 권력관계에 대한 지형도를 살펴볼 기회도 얻는다.



<품위녀>가 지닌 또하나의 매력은 이렇게 많은 조각조각들을 꽤 능숙하게 엮어가는 솜씨다. 생각보다 <품위녀>에는 자극적인 장면들이 많지 않다. 그럼에도 이 드라마는 흥미를 잃지 않는다. 그건 이야기의 플롯 자체가 꽤 탄탄하기 때문이다. 감정에 모든 걸 호소하지도 않고, 질질 끌거나, 뜬금없는 급전개가 이뤄지지도 않는다. 모든 것들이 정교하게 맞물려서 탄탄하다. 그리고 중반까지 그런 전개의 힘을 잃지 않았다. 매회 다음, 또 다음이 궁금해지는 것이다.

여기에 비록 바탕은 코미디지만 미스터리적 서스펜스의 재미를 잃지 않은 점도 크다. <품위녀>는 초반에 이미 박복자의 죽음을 까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렇기에 흙수저 간병인으로 들어와 재벌가의 노인을 꼬드겨 재벌가의 마님자리까지 차지하는 젊은 그녀가 어떻게 몰락하는가에 대한 흥미 역시 사라지지 않는다.



1990년대 MBC 드라마 <세상 끝까지>에서 불치병 여주인공과 쑥맥의 여주인공 친구로 만났던 김희선과 김선아의 나이에 어울리는 그럴 듯한 연기 변신 또한 볼 만하다. 각기 다른 방식으로 톱의 자리에 오른 두 여배우는 그 명성에 어울리는 장면들을 보여준다. 비단 연기를 잘해서만이 아니라 몰입감이나 이 스타들의 스타일까지 여러 면면들이 드라마를 보는 내내 빨려드는 부분들이 있다.

JTBC <품위녀>는 시청률을 자극적인 장면만을 공략하는 막장드라마나 한류 수출을 위해 거대 스타와 물량공세만으로 보기 좋은 장면만 만들어내는 비싼 깡통 드라마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 오직 이야기가 가지고 있는 힘, 그 힘 자체를 세련되고 깔끔하게 뽑아내면서 보는 이들을 잡아끄는 흔치 않은 작품이다. 더구나 소재는 좀 불쾌하지만 보는 내내 흥미진진하면서도 신선한 잔향을 남기는 드라마가 생각보다 그리 많은 건 아니다.

칼럼니스트 박진규 pillgoo9@gmail.com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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