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톱밴드’, "시즌2는 좀 독하게 가렵니다" [대담]

[엔터미디어=TV남녀공감백서] “밴드 하는 사람들 기를 세워 주고 싶습니다.” KBS2 <밴드 서바이벌 TOP 밴드>(이하 <톱밴드>)에는 시기, 질투가 없다. 갈등은 음악적 견해 차이로 이해되고 대결의 승패는 격려와 축하로 마무리 된다. 주말 밤을 신나는 밴드 음악으로 채워주고 있는 <톱밴드>의 김광필 EP를 만나 밴드 무한 사랑의 이야기들을 나누어 보았다. (대담: 김광필 EP, 정석희 칼럼니스트, 정덕현 칼럼니스트)

정석희: 지금까지 어느 누구도 감히 엄두를 못 냈던 프로그램인데요. 어떻게 이런 대담한 기획이 이루어졌나요?

김광필: 제가 일산에 살고 있어요. 재작년 가을에 밴드를 하나 결성했습니다. 사실 일산이 알고 보면 밴드의 도시거든요. (웃음) 순전히 취미로 하는 팀도 있지만 발군의 실력을 갖춘 팀도 있지요. 그러다보니 밴드를 제대로 다뤄주는 프로그램이 없다는 푸념을 종종 듣게 되더군요. 명색이 방송국 사람이면서 뭐하느냐는 힐난이었죠. 그래서 처음에는 주경야음(晝耕夜音)하는 직장인 밴드를 염두에 두고 기획을 했었는데요. 그런데 실무 과정에서 일이 점점 커졌습니다. 인디 밴드와 같이 가야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프로와 아마추어의 기준을 어디까지로 해야 하는지, 그 점에서도 조금 흔들렸고요.

정덕현: 밴드라는 특성상 프로와 아마추어를 구분하는 것도 쉽지 않을 텐데요.

김광필: 직장인 밴드든 인디 밴드든 앞으로 음악을 위해 살겠다는 밴드가 있고 ‘S1’처럼 취미로 가는 밴드가 있어요. ‘S1'은 우승을 한다 해도 직장을 그만두지는 않죠. 어쨌든 시즌2를 하게 되면 프로와 아마추어의 경계를 없애야겠다는 생각입니다. ‘S1’에게 내년에도 또 나오겠냐고 했더니 내년에는 명함도 못 내밀겠지 않겠느냐고 하던데요? 기회를 얻지 못했던 강팀들이 많이 나올 것 같습니다. 프로와 아마추어, 모두 벽을 허물고 나오라고 할 예정입니다.

정석희: <톱밴드>의 주 시청자 층은 어떤가요?

김광필: 제가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는데요, 블로그 반응으로만 예상해보면 30대 여성이 제일 많아요. 그 다음 20대, 10대 순이에요.

정석희: 우리 세대가 대학마다 대표 밴드가 하나씩은 있던 세대잖아요? ‘샌드 페블즈’니 ‘블랙 테트라’니 ‘런웨이’니, 인기 있는 밴드들이 참 많았어요. 가요보다는 외국 밴드 음악을 즐겨 듣던 세대이기도 하고요. 그 익숙한 정취 때문인지 의외로 중년 여성들도 관심이 많습니다. KBS는 해외에서도 볼 수 있으니까 많이들 보고 있더라고요. 인터넷 상에 드러내지 않아서 표가 안 날 뿐이죠.

정덕현: 90년대 초반 ‘도어즈’같은 락 음악을 듣는 음악카페를 지나 온 세대들 또한 관심이 많아요. ‘홍대’에는 어울리지 못하던 사람들이 <톱밴드> 덕분에 밴드에 다시 관심을 갖게 되었다는 거죠.

정석희: <톱밴드>는 내내 훈훈한 분위기잖아요? 최근 들어 신해철 씨 일이 있긴 하지만 지나친 경쟁이라든가 좌절이 거의 드러나지 않는 편이던데 혹시 이게 다 편집의 힘인가요? ‘악마의 편집’의 반대 개념 말이에요.

김광필: 사실은 다음에는 ‘악마의 편집’을 집중 공부해서 우리도 한 번 써먹어 보려고 해요. (웃음) 660개 팀을 200팀으로, 또 24개 팀으로 줄이느라 시간을 다 허비했잖아요. 다른 건 몰라도 지루하지 않게 집중하게 만드는 법을 고민해 봐야 해요. 지나보니 아쉬운 점은 ‘엑시스’가 너무 빨리 떨어졌다는 겁니다. 여러모로 우리 프로그램에 필요했던 팀인데 말이에요.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자작곡이 좀 더 빨리 나와 주길 바랐어요. ‘게이트 플라워즈’는 어떤 곡으로 나올지, ‘톡식’은 자작곡이 가능할지도 궁금하잖아요. 그러나 실무진이 난색을 표하는데 억지로 할 수는 없지요. 사고 나면 안 되잖아요.



정석희: <톱밴드>가 기성세대들의 인식 또한 조금은 바꿔 놓은 것 같아요.

김광필: 인터넷 상의 글들을 읽다 보면 뭉클할 때가 많아요. 밴드가 좋고 <톱밴드>가 좋다는 글을 읽으면 책임감도 느끼게 되고요. 저도 재수할 때 음악을 하고 싶었거든요. 그때도 드럼에 관심이 많았어요. 하지만 용기가 없었죠. 요즘은 주부밴드도 있습니다. 사실 저희 팀도 이번 <톱밴드> 예선에 참가 했었습니다. 물론 예선 탈락했지만요.

정덕현: 밴드에 대한 열정 덕에 <톱밴드>가 가능했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김광필: 사명감으로 만드는 프로그램이기도 합니다. 사실은 토요일, 방송을 볼 때까지는 굉장히 기분이 업 되어 있어요. 만들면서 ‘이번에는!’ 하고 기대를 하는 부분이 있거든요. 그런데 일요일 아침, 여러 가지 자료 중에 꼭 시청률 낮다는 것만 강조한 기사를 보면 하루 종일 기분이 안 좋아지죠.

정석희: 그래도 처음보다는 관심도가 많이 높아진 거 아닌가요?

김광필: 초반에 안이하게 시작했다는 생각을 합니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도 하지만 좋은 소재를 가지고 좀 더 독하게 갔어야 했던 것 같아요.

정덕현: 맞습니다. 결국 많은 사람들이 봐줘야 밴드에 관한 관심이 더 높아질 테니 조금 독하게 간다고 해도 그 본질이 훼손 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실 <톱밴드>는 스토리가 약하거든요. 독하다는 것이 사람을 나쁘게 만들라는 것이 아니라 스토리를 많이 살려내야 한다는 뜻입니다.

김광필: 초반에 독하게 마음먹고 독하게 추려 내야 이야기가 들어갈 자리가 생깁니다. 너무 오랫동안 밴드 숫자에 치여 있었어요. 겨우 16강이 되어서야 캐릭터가 나오기 시작했으니까요. 캐릭터가 살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음악을 넣어도 사람들이 따라오지 않습니다. 얼마 전에 끝난 8강전 1라운드 결과 발표 때도 시청률이 완만하게 오르다 말더군요. 원래는 아슬아슬한 상황이니까 가파른 상승을 해야 맞거든요. 우리가 캐릭터를 시청자들의 마음속에 심는 것에 실패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덕현: 그렇다면 시즌 2는 언제쯤 시작 할 계획인가요? 편성은 기대하는 시간대가 있나요?

김광필: 5월에 시작하면 어떨까 하는데요, 이번에는 마지막 종착점을 국내 외 록페스티벌과 연계해 역순으로 시작점을 잡고 싶습니다. 이번에 우승한 팀을 데리고 외국에 가서 시즌2를 시작할 생각도 있는데요, 견문도 넓히고 그들의 평가도 듣고 싶습니다. 이제는 세계적인 밴드가 하나쯤은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지난 8강 1라운드 때 62,000명이 문자 투표에 참여했더라고요. MBC<위대한 탄생>이나 M.net <슈퍼스타 K3>와는 분명히 차이가 있겠지만 그래도 다들 놀랐습니다. 지금껏 경품 걸고 우승팀 알아맞히기를 했었는데 5000건에 불과했거든요. 걱정을 했었는데 안도했습니다. 결승에서는 20만 건을 기대합니다. 하하. 그리고 차라리 심야로 가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밤이 오히려 나은 게 양주예선에서도 밤에 연주한 팀이 대부분 붙었거든요. 오후 6-7시가 좋은 시간대이기는 하나 음악은 밤에 더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오후 10시는 드라마와 경쟁해야 하니 주말 밤 11시에서 12시 반까지가 좋지 싶어요. 회사 안에도 ‘탑빠’들이 많으니 부탁해 볼까요?



정석희: 그런데 어떻게 교양국에서 만들게 되었나요?

김광필: 기획한 사람들이 교양국 소속이라서 그래요. 이를테면 ‘속지주의’죠. (웃음) 그렇지만 예능이나 교양이나 별 차이 없어요. 단지 독한 편집만 못할 뿐이죠. 그래도 이번에는 너무 순둥이로 갔지 싶어요.

정석희: 사실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은 예선에서는 노래를 다 보여 주지도 않잖아요? 그런데 <톱밴드>는 연주를 거의 완곡 다 들려주니까 착한 프로그램, 맞네요.

김광필: 저희도 중간 간주 때 인터뷰를 넣자는 유혹을 많이 받았어요. 우리가 듣기에는 좋은 연주지만 집중도가 떨어져 채널이 휙휙 돌아가니 말이에요. 하지만 출발할 때 음악만큼은 건드리지 않겠다고 약속한 부분이 있으니까요. 그럴 수는 없죠. 아무리 시청률에 목말라도 그건 도리가 아니에요. 그러나 좋은 음악을 들려준다고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도 함께 깨달았습니다.

정덕현: 시청자에겐 비교적 생소한 밴드 음악이니까요. 예를 들어 기타는 어떤 구성이고, 연주 기법에 따라 어떻게 다르게 들리는지 특징을 짚어줘도 재미있을 것 같은데요, 가르치는 톤으로 하지 않고 어떻게 안 될까요?

김광필: 그런 아기자기한 요소들을 넣고 싶은 욕심이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시즌 2에는 방송 2-3회에 20팀으로 맞춰질 수 있도록 열심히 달려야겠네요.

정덕현: 코치들의 연주는 없나요? 역사에 남을 대단한 연주가 될 것 같은데요.

김광필: 지난주에 ‘국카스텐’이 나왔는데 이번 주에 ‘피아(Pia)’가 나오고, 장기하, ‘산울림’이 차례로 나올 예정입니다. 섭외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어요. 그래서 코치들이 연주할 시간이 있을지 모르겠네요.

정석희: 저는 무엇보다 <톱밴드>는 코치에게 어필할 수 있는, 소통이 되는 분위기라서 좋았어요.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은 멘토들 앞에서 입을 달싹할 생각을 못하고 쩔쩔 매잖아요.

김광필: 서로 대화를 통해 합의점을 찾아 나가는 거죠. 그 점, 코치들에게 특별히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정덕현: 콘서트 계획이 있나요?



김광필: 11월12,13일 양일간 ‘디시 갤러리’에서 자체적으로 공연을 준비한다고 하고, 12월에는 KBS 주관으로 올림픽 공원에서 공연이 있습니다. 지방 공연도 하고 싶은데 지금 당장은 비용 문제가 있어 힘들지만, 어차피 KBS가 밴드를 시작한 이상 KBS 미디어 쪽으로도 생각해볼만 하죠. 그리고 두 장 이상의 음반을 내고 싶습니다. 그러나 지금 마음이 내년 마음과 다르고 소속사가 생기면 또 서로의 입장 차이라는 게 생길 수도 있으니 장담할 수는 없겠지요. 개인적으로는 KBS 월드에 밴드 프로그램을 하나 만들어서 실력 있는 밴드들을 세계에 널리 소개하고 싶습니다. 활동할 수 있는 창구를 하나 만들어 두는 거죠. 밴드의 자생력을 키워줘야 하는데 실력 연마도 중요하지만 프로그램으로 키워줘야 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정덕현: EBS <스페이스 공감>에서 하는 걸 KBS에서 할 필요도 있습니다. KBS2 <다큐멘터리 3일>을 찍어도 좋을 것 같고요, KBS2 <라이브 음악창고>가 밴드를 소개하기 좋은 프로그램이었는데 종영되어 아쉽습니다.

정석희: 심사위원과 멘토를 분리하는 등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문제점으로 지적되어 온 요소들이 많이 개선되었는데요. 아이디어는 어떻게 결정 되나요?

김광필: PD와 작가, 음악 감독이 함께 모여 의논을 하고 마지막 결정은 제가 합니다. 밴드가 주제여야하고 밴드 하는 사람들이 주인공이어야 한다는 두 가지 원칙을 정해 놓고 논란이 생기면 우선 이 기준을 되돌아봅니다. 밴드는 결코 상품이 아니니까요. 서바이벌 오디션이라면 질색부터 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 틀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그릇이라 생각하기에 밴드야말로 그 덕을 좀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밴드 하는 사람들 기를 세워 주고 싶습니다.

Epilogue
“아내가 <톱밴드>의 동 시간 경쟁 프로그램인 SBS <여인의 향기>를 보고 싶어 했어요. 본방이야 어쩔 수 없이 <톱밴드>를 시청했지만 재방송도 못 보게 했더니 화를 내더라고요. 이틀간 삐져서 말을 안 했죠. 저도 김선아 씨 좋아 하지만 분위기 봐 가면서 해야 하지 않겠어요? 하하.”(김광필EP)


대담: 김광필 EP, 정석희 칼럼니스트, 정덕현 칼럼니스트, 정리: 최정은 기자, 사진: 정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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