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우새’ 성공에 도취돼 자기 복제 반복하는 SBS 예능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올여름 예능의 대세가 뭐냐고 묻는다면 ‘가족’이라고 답할 수 있을 것 같다. 정확히 말하면 ‘연예인 가족’이다. 올 봄만 해도 욜로와 여행 예능의 시대가 오는듯했지만 대부분 성수기를 맞기 전 추락했다. 그사이 고리타분하게 느껴졌던 가족 관찰 예능이 꾸준한 생명력과 높은 타율을 기록하며 신흥 대세로 자리 잡았다. 여기에 기운이 빠져가던 <미우새>를 일요일 밤으로 옮긴 블록 편성 전략이 대성공을 거두면서 흐름은 더욱 본격화됐다.

역시나 가족 예능 바람의 진원지는 SBS다. 지난 10일 방송을 시작한 월요예능 <동상이몽2-너는 내 운명>은 중국의 별 추자현과 성남시장 이재명 부부를 앞세운 파격 캐스팅으로 화제몰이에 성공했다. 지난해 방영한 <동상이몽>은 원래 관찰 카메라를 활용해 사춘기 자식과 부모의 관계 회복을 돕는 솔루션 프로그램이었지만 시즌2부터는 관찰의 주제를 부부의 삶으로 바꾸고, 스튜디오에 있는 MC들과 함께 부부 생활을 관찰하면서 서로에 대해 잘 알지 못했던 점이나 오해들을 푸는 공감형 예능으로 변신해서 나타났다.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3회분 파일럿으로 주목을 받았던 <싱글와이프>도 수요일에 전격 포진한다. 이 프로그램의 주인공은 연예인의 아내다. 육아와 가사에 시달린 아내들을 위해 특별한 휴가를 선사한다는 콘셉트로, 남편들은 MC들과 스튜디오에서 아내들의 일탈 여행을 지켜보며 이야기를 나누는 익숙한 포맷이다. 방송 욕심이 있는 박명수의 아내 한수민 씨의 첫 고정 출연 방송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뿐 아니라 송일국네 가족과 함께 육아예능이 낳은 최고 스타인 추성훈 가족의 여행 리얼리티 프로그램도 대기 중이다. 이처럼 SBS는 맹렬히 노를 젓는 중이다.

SBS가 연예인 가족 예능으로 재미를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년 전 <아빠를 부탁해>로 관련 붐을 일으킨 바가 있다. 당시 관찰형 예능이 한창 팽창할 시기 나타난 이 프로그램은 금수저 논란을 낳기도 했지만 방영 초기 신선한 콘셉트로 굉장히 폭넓은 층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러다 발목을 잡은 것은 금수저 논란이 아니었다. 지속가능한 스토리텔링을 찾지 못하며 그 높았던 인기에도 불구하고 8개월 만에 단명했다.



그리고 1년 뒤 30∼50대 아들의 싱글 라이프를 관찰카메라를 통해 바라보는 60∼70대 엄마들의 이야기를 담은 <미우새>를 준비하면서 스튜디오 토크쇼라는 장치를 비중 있게 추가해 이전의 문제점을 보완했다. 이를 통해 연예인 가족 예능의 성공 공식과 지속가능한 가족 예능의 포맷을 정립했다. 관찰 영상도 영상이지만 장성한 아들의 철부지 같은 모습을 바라보며 고개를 가로젓거나, 한숨을 내쉬며 “왜 저러나 몰라”를 연발하는 특유의 상황과 리액션들이 중장년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것이다.

그런데 이런 <미우새>의 성공 공식은 사실 SBS 예능국의 터줏대감이자 목요예능의 제왕 <자기야-백년손님>에 모두 있던 것들이다. 연예인 사위가 장모님 혹은 장인어른과 함께 하루를 보내는 콘셉트의 이 예능은 현재 방송되고 있거나 준비 중인 SBS 가족 예능의 원형이다.



관찰이라기보다 이벤트, 그리고 어른이지만 가족 앞에서만큼은 귀엽고 개구진 모습들을 연출한다. 이만기는 장모님과 마을 할머니들에게 매번 당하면서 보통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수준을 벗어난 강도의 일을 해내며 감탄사를 자아내고, 마라도의 박 서방은 철없는 모습을, 김종진은 자기만의 철학과 잡학으로 무장한 잔소리로 그의 지론대로 ‘정말 남을 신경 쓰지 않는’ 투머치 토커의 엉뚱한 모습을 선보인다. 일종의 못 말리는 사람들의 난생 처음 보는 듣도 보도 못한 상황들을 스튜디오에 나와 있는 패널들과 함께 보면서 아내 대 남편과 같은 일정한 전선을 형성하고 각기 사정에 대해 공감 혹은 항변한다.

<미우새>도 같은 방식이다. 출연진의 관계만 다를 뿐, 거실에 거품물을 받아놓고 뮤직비디오를 찍는 다거나, 넓은 집에 편의점 앞에서나 볼 수 있는 간이테이블을 놓고 사는 엉뚱한 모습, 집을 아예 편의점처럼 인테리어하거나, 돈을 아낀다며 요코하마에 거의 하루를 걸러 찾아가는 이야기는 일상의 공감보다는 어머니들이 혀를 내두르는 엉뚱한 이벤트들을 경쟁적으로 벌여서 <세상에 이런 일이> 류의 방송용 볼거리를 마련한다. 그래서 <미우새>의 세대별 시청률을 보면, 30~40대 시청자들이 서서히 이탈하는 대신, TV 시청이 보다 일상화된 50대 이상 중장년층 시청자들의 충성도는 더욱 굳건해지고 있다. <자기야> 시청자층과 겹치는 셈이다.

<싱글와이프>, <동상이몽2> 그리고 최근 시작한 종편과 케이블의 여러 가족 예능들까지 모두 포맷과 재미를 만들어내는 양상이 비슷하다. 일상의 공감대에 천착한 실험은 어느 정도 선에서 일단락하고, 보통 사람들과는 차별화되는 보여주기에 집중한다. 따라서 새로운 실험과 시도는 사라지고, 중장년층 취향에 맞춘 익숙한 상황과 웃음 코드를 새것처럼 포장만 바꿔 두르고 나타나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유쾌한 삶을 사는 연예인 가족을 특별하게 보여주는 것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는지’, <자기야>의 자가 복제 혹은 스핀오프 같은 방송들이 줄을 잇는 것을 보면서 반문하게 된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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