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이 오른 ‘불청’은 잘 나가는 중일까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국내 유일의 중년 리얼버라이어티 예능 <불타는 청춘>은 독특한 캐스팅 구조를 갖고 있다. 김국진, 강수지, 김광규, 이연수를 비롯한 고정 출연진과 김도균, 신효범, 양익준 등으로 대표되는 반 고정 출연진이라 부를 만한 너른 의미의 가족이 있고, 매 여행 때마다 ‘새 친구’라 부르는 게스트가 등장한다.

‘새 친구’는 <불타는 청춘>만의 고유한 캐스팅 방식이다. 새 친구는 게스트인 동시에 콜업을 기다리는 마이너리거가 된다. 시청자 혹은 제작진에게 인상적인 면을 알리면 몇 번의 출연기회를 더 얻는다. 이번 주 출연한 곽진영처럼 1년에 한 번씩 간헐적으로 출연하는 경우도 있지만, 류태준처럼 한방에 홈런을 치면 단박에 반고정이나 고정으로 올라설 수 있다.

지금은 프로그램을 이끌다시피 하는 최성국이나 비주얼 담당인 구본승, 류태준도 모두 그렇게 합류한 케이스다. 새 친구는 어떤 인물이 등장할지 지켜보는 설렘과 새로움을 쇼에 지속적으로 가져다준다. 리얼버라이어티의 근간인 유사 가족 커뮤니티를 이루는 캐릭터쇼의 장점과 자칫 멤버들간의 관계가 너무 익숙해지면 에너지레벨이 내려갈 수 있는 단점을 적절히 보완하는 일종의 팜시스템이다.

올해만 해도 류태준, 양수경, 박재홍, 서정희, 김부용, 임성은, 정유석 등이 줄을 잇고 등장했다. <불청>의 따뜻함은 새 친구에 대한 배려에서 느껴지는데, 제작진은 분량과 에피소드를 대폭 할애해 새 친구의 캐릭터를 잡아준다. 이번 주 정유석을 미소, 착한 남자로 꾸며주듯이 말이다. 멤버들도 먼저 다가가 질문을 던지고 시청자들에게 호감을 살 만한 장점을 자연스럽게 드러낼 수 있도록 돕는다.



그런데 새로운 캐릭터의 지속적인 등장은 긍정적인 영향도 주긴 하지만 과할 경우, 기존 커뮤니티에 대한 기대나 성장스토리가 웃자랄 수 있다. 멤버 변동이 잦아지고 매번 새롭게 등장하는 새 친구에게 집중하다보니 함께 만들어가는 이야기는 축소되거나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불청>은 시청자 입장에서 가장 활기가 넘치는 예능이었다. 출연자들이 정말로 촬영을 기다렸고 즐기고 있다는 것이 시청자 입장에서도 느껴질 정도로 분위기가 좋았는데, 새 친구에 집중하는 방식으로만 풀어가는 요즘은 그때만큼 ‘함께한다’는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다.

작년의 경우, 홍콩이나 괌 특집 전후로 한 단계씩 더 서로 친해지고 가까워지는 과정이 있었다. 함께 어우러지는 에너지는 리얼버라이어티의 핵심인 캐릭터쇼, 유사 가족 커뮤니티의 매력인 소속감을 시청자들에게 전했다. 하지만, 계속된 새 친구의 등장과 그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엇비슷한 이야기들은 <불청>이 품고 있던 가족 같은 관계나 에피소드를 발전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나름 이벤트였던 울릉도 편은 서정희에게 할애했고, 지난번 여행에서처럼 임성은과 구본승, 이번 주는 이연수와 정유석 등 매번 새 친구와 러브라인을 만들거나 김국진 특유의 드라마 재연 제안 같은 상황들이 반복된다. 그 때문에 오랜만에 등장한 김도균의 엉뚱함을 만날 분량이 줄어들었다.

임성은과 추억의 경양식 데이트를 보여준 느끼한 최성국, 곽진영과 천적 관계로 맞물린 재간둥이 김광규, 이 다이나믹 듀오가 <불청>에 웃음을 불어넣으며 진행을 이끌어가고 있지만 구심점이 되는 치와와 커플과 이연수가 너무 안정되어 버렸다. 기본적으로 캐릭터의 매력과 관계망에서 오는 재미를 뽑아내야 하는 리얼리티 쇼인데, 중심인물들이 역할에 변화를 주거나 섞이지 않고 뒤로 물러나 있다.



그 자리를 새 친구들의 매력으로 메우는데, 양수경, 서정희 때처럼 잘 안 통하는 빈도가 늘어나고 있다. 게다가 로맨스를 넘어서는 밝은 에너지를 담당하는 인기 출연자 김완선의 얼굴을 보기 힘들어지면서 함께하는 것이 너무 즐거워 보이던 그 시절의 에너지가 좀처럼 나타나지 않는다. 이연수의 말대로 실제로 즐거워하는 것이 시청자들에게 다 보이고 느껴지는데 말이다.

물론, 시청률만 생각하면 나쁘지 않다. 이번 주는 오랜만에 7%대로 올라왔다. 그런데 매번 새로운 여행은 늘 어느 정도 시청률이 오르는 편이고, 동시간대 공중파 경쟁작이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출연한 <냄비받침>일 정도로 빈 성이다. 경쟁상대는 JTBC의 <뭉쳐야 뜬다>가 유일하다.

벌써 마흔 번째 여행이다. 시청률에 관심을 갖는다면 여행이 진행될수록 수치가 떨어지는 경향의 고착화에 주목해야 한다. 이 사이클이 보다 지속되면 전체적으로 관심이 떨어지는 사이클로 번져간다. 새 친구의 등장도, 본연의 재미인 로맨스도 좋지만 지금 <불청>은 현 멤버들의 끈끈한 관계를 한 번 다질 필요가 있는 타이밍인 듯하다. 막내 양익준 감독의 <불청> 영화도 좋지만 그런 큰 특집이 아니더라도 잠시 새 친구 휴지기를 가져보는 건 어떨까도 싶다. 그간 쉼 없이 너무 많은 유입이 끊이질 않으면서 기존 멤버들의 매력과 그들의 커뮤니티가 갖는 에너지가 떨어지고 있다. 그릇이 예뻐야 올리는 음식도 더욱 돋보이는 법이다. 한창 물오른 최성국 같은 멤버를 이번 주처럼 보다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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