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화극에 드러난 현 지상파 드라마의 색깔과 한계

[엔터미디어=정덕현] 현 지상파 월화드라마에서 최고 시청률을 내고 있는 SBS <조작>이 다루고 있는 언론과 검찰의 ‘적폐’다. 적폐청산이라는 단어에 한껏 민감해진 시점이니, 이 드라마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이 높은 건 당연한 일일 게다. 그래서 채널에 시선을 고정시키고는 있지만 어딘지 허전하고, 나아가 허술한 느낌마저 든다. 그 이야기 전개가 어떻게 될 것인지 뻔히 다 알고 보는 듯한 느낌. 어째서 이런 기분이 드는 걸까.

그 해답은 엉뚱하게도 최근 종영한 드라마 tvN <비밀의 숲> 같은 작품에서 비롯된다. <비밀의 숲> 역시 검찰 내부에 만연한 비리를 척결하는 검사와 형사들의 고군분투를 다뤘다. 하지만 <조작> 같은 지상파 장르 드라마와 달리, 드라마가 끝날 때까지 도대체 사건이 어떻게 진행되어갈지 종잡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종영하는 그 순간까지 긴장감을 늦출 수 없었고, 그 몰입감은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비밀의 숲> 같은 완성도 높은 장르물을 경험한 시청자들은 당연히 비슷한 소재를 가져온 <조작>에도 관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비밀의 숲>이 만들어낸 강한 몰입감의 경험은 <조작>에게는 후유증으로 남았다. <비밀의 숲>과 <조작>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이 미묘한 상관관계는 지금 현재 지상파 드라마들이 어째서 자꾸만 벽에 부딪치는가를 설명해준다.



지금 현재 방영되고 있는 지상파 3사의 월화드라마는 각 방송사의 색깔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조작>은 SBS가 그간 구축해온 현실을 반영한 장르물이고, <학교2017>은 KBS라는 공영방송이 꾸준히 만들어왔던 학교문제를 담아낸 청소년드라마다. <왕은 사랑한다>는 MBC가 저 <주몽> 같은 작품을 통해 쏠쏠한 재미를 봐왔던 퓨전사극이다. 어찌 보면 이 세 작품은 지금의 지상파 3사 드라마가 저마다의 색깔을 세우며 힘을 냈던 그 지점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런데 아쉽게도 새롭다기보다는 기존의 틀 안에서 반복되고 있다는 느낌이 더 강하다. <조작>이 <비밀의 숲>의 후유증을 겪는 것처럼, <학교2017>은 높은 시청률은 아니었어도 꾸준히 팬덤을 갖고 있는 ‘학교’ 시리즈임에도 불구하고 달라진 시청자들의 눈높이에는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 <왕은 사랑한다>는 사정이 더 좋지 않다. 퓨전사극이라고 가져왔지만 삼각멜로의 틀 안에서 전혀 새로운 이야기를 해내지 못하고 있다.

시청률이 전반적으로 떨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결과다. 그나마 <조작>이 12%(닐슨 코리아)의 두 자릿수 시청률로 지상파 드라마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지만, <왕은 사랑한다>는 6%대 시청률까지 떨어졌고 <학교2017>은 4%대 시청률에서 멈춰서 있다.

과거 같으면 지상파 3사의 드라마는 조금 어디서 본 듯한 설정이나 소재, 내용이 나온다고 해도 어느 정도의 관심을 이어갔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비밀의 숲>을 만든 tvN이나 <품위있는 그녀>가 방영되는 JTBC 같은 방송국들의 도전적인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 속에서 상대적으로 너무 안전한 선택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완성도 높은 좋은 드라마는 결국 시청자들의 눈높이도 높여놓는다. 그리고 시청자들은 채널에 상관없이 그 똑같은 눈높이로 방영되는 드라마를 평가하기 마련이다. 이런 변화에 지상파 드라마들이 좀 더 빠르게 대처해야 하는 이유다. 어디서 봤던 것 같은 비슷한 이야기의 반복으로는 이제 더 이상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끌기가 어렵게 됐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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