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끼줍쇼’와 이효리의 특별한 만남, 무엇이 달랐나

[엔터미디어=정덕현] 이토록 쿨할 수가 있을까. JTBC 예능 프로그램 <한끼줍쇼>는 아무런 사전 고지 없이 어느 동네를 찾아가 문을 두드리는 프로그램. 제 아무리 프로그램의 일환이라고 해도 연예인들은 긴장할 수밖에 없다. 혹시나 자신을 몰라보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도 있고, 또 어떤 분들이 어떤 이야기를 할 것인가를 전혀 가늠할 수 없다는 데서 오는 긴장감도 있다. 그리고 바로 그 부분이 이 프로그램이 불러일으키는 흥미의 한 부분이기도 하다.

어느 집의 문을 두드리기 전 그 동네를 돌아다니며 동태를 살피는 과정에서 강호동이 쉴 새 없이 수다를 쏟아내고 지나는 주민이나 아이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려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어찌 보면 이 긴장되는 순간들을 풀어내기 위한 일종의 ‘시동(?)’ 같은 것일 게다. 그래서 함께 다니는 이경규는 그 끝없는 소통병에 질색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하지만 이효리가 슈와 함께 밥동무로 출격한 <한끼줍쇼>는 그 느낌이 사뭇 달랐다. 일단 강호동의 그 폭풍수다를 단 몇 마디로 꾹꾹 눌러버린 이효리는 게스트라기보다는 호스트에 가까운 모습으로 <한끼줍쇼>의 분위기를 주도했다. 그녀가 그렇게 앞에서 치고 나오자 늘 강호동의 그런 모습에 질색해하던 이경규는 “너무 좋다”고 반색하며 그녀에게 “고정하자”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초인종을 누르고 동네 주민들에게 한 끼를 청하는 모습 또한 여느 출연자들과는 완전히 달랐다. 한 끼가 힘들다는 이야기에 쿨하게 받아들이는 그녀에게 그래도 한번쯤 더 얘기해보라는 이경규에게, 자신은 그런 스타일이 아니라고 했다. 결국 그런 당당함과 시원시원함 때문이었는지 이효리는 몇 차례만에 한 동거커플의 집에 들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이효리가 진가를 드러낸 건 결혼과 육아 같은 문제에 대해 솔직하고 당당하게 자신의 소신을 드러내는 순간이었다. 사실 밥 동무로 함께 출연한 슈는 쌍둥이 맘으로 ‘육아예능’을 통해 자신의 존재감이 더 드러난 인물이다. 그러니 결혼했지만 아직까지 아이가 없는 이효리는 슈와는 사뭇 다른 입장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효리는 거침이 없었다. 오랜만에 만난 슈와 쌍둥이를 키우는 육아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아이를 갖는다는 것에 대해 그러고 싶을 때도 있지만 “꼭 그럴 필요가 있나”하는 자신만의 소신을 드러내기도 했다.

마침 문을 열어준 동거커플 역시 마찬가지였다. 처음 그들이 결혼한 부부가 아니라 동거하고 있는 사이라는 걸 알고 함께 했던 이경규는 적이 놀라는 모습이었지만, 이효리는 자신 역시 그랬다며 그것이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라는 걸 보여줬다. 동거커플과 나누는 대화 속에서 자신과 비슷한 공감대를 찾아가며 결혼과 육아에 대한 남다른 입장을 보여주는 그들과 너무나 잘 어우러질 수 있었던 건 이효리의 솔직 당당함이 있어서다.

<한끼줍쇼>는 낯선 곳에서 낯선 인물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핵심적인 재미요소다. 하지만 세상은 넓고 삶의 양태 또한 다양하다. 그 많은 다양한 삶들을 포용하는 것 자체가 이 프로그램이 가진 중요한 가치가 된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효리가 밥 동무로 출연한 <한끼줍쇼>는 그 재미와 가치를 제대로 보여준 한 회가 아니었나 싶다.

그리고 그것은 또한 우리가 왜 이효리에 열광하는가 하는 이유를 보여주기도 했다. 그녀의 소신 있는 삶과 매력적인 당당함이 각자의 다양한 삶의 방식을 쿨하게 인정하는 바로 그 지점에서 나온다는 것. 이 정도의 쿨함을 유지할 수 있다면 우리 사회는 또 얼마나 살만해질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 정도로.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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