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극·개연성·연기력·캐스팅...‘크리미널 마인드’의 무수한 걸림돌들

[엔터미디어=정덕현] 원작 미드가 남기는 그림자 때문일까. 아니면 리메이크 작품 자체의 결함 때문일까. tvN 수목드라마 <크리미널 마인드>에 대해 시청자들이 호응을 보내지 못하는 이유가 처음에는 전자 때문인 듯싶었지만 갈수록 후자가 되어가는 듯싶다. 발목을 잡는 너무 많은 걸림돌들이 너무 많이 놓여 있어 폭풍 전개를 해도 생각만큼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 도대체 어떤 문제들이 있는 걸까.

리퍼(김원해) 살인사건은 어쩌면 <크리미널 마인드>가 본격적으로 보이는 회심의 일타였을 가능성이 높다. 리퍼로 인해 강기현 팀장(손현주)의 아내와 아들이 위기에 처하고 결국 아내가 살해당하는 이 이야기는 사실 자극의 수위가 높다. 가족이 보는 앞에서 애인이나 배우자 아니면 자식까지 살해하려는 그 리퍼의 행동은 TV드라마로 보기에 너무 끔찍한 장면들이다.

남자의 아킬레스건을 칼로 잘라버리고 움직이지 못하게 한 후 칼로 사정없이 찌르고, 그 남자의 숨이 끊어지기 전 그 남자가 보는 앞에서 여자를 살해하는 이 장면들은 19금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특히 그 살해 현장에 아이들도 들어가 있다는 건 제 아무리 감안하고 보려 해도 너무 자극적이다.



문제는 개연성이다. 이런 살인이 왜 강기현 팀장의 아내까지 희생자로 삼는가 하는 것. 물론 김원해의 발군의 연기가 그 살인자의 초상을 그려낸 건 사실이지만, 그가 왜 이토록 잔인한 살인을 저지르고 그 칼날을 팀장과 그 가족에게까지 드리웠는가는 잘 드러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그 개연성 부분이 좀 더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에 끔찍한 살인이라는 자극은 있었어도 어떤 공감이 부족했다는 점이다.

<크리미널 마인드>의 약점은 그러나 대본의 문제만이 아니다. 시작부터 나왔던 김무성 의원 아들 고윤 캐스팅은 화제보다는 논란이 더 많이 되었다. <아이리스2>로 데뷔한 그는 태원엔터테인먼트와 연달아 이번 작품까지 캐스팅된 것. 최근 김무성 의원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들이 겹쳐져 있는데다, 상대적으로 단 몇 작품만으로 중요배역을 캐스팅 받은 것에 대한 의심의 시선도 적지 않다.

특히 <크리미널 마인드>는 초기 함께 연출을 하기로 한 이정효 감독이 하차하면서 구설수에 올랐다. 즉 사실상 작품의 연출이나 기획 같은 선택들이 제작자에 의해 이뤄지기보다는, 태원엔터테인먼트 정태원 대표에 의해 좌지우지된다는 이야기가 일찌감치 나온 바 있다. 실제로 양윤호 감독은 제작발표회에서 캐스팅에 대해 이야기하며 “태원엔터테인먼트 정태원 대표가 배우들을 캐스팅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런데 그 캐스팅 문제 역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사실상 여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하선우 역할의 문채원의 연기력 논란이 그것이다. 멜로에서는 힘을 발휘할 수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액션 장르인 이 작품에서 그녀의 연기는 발성 자체부터가 너무나 어색하다. 살짝 미간을 찌푸리는 연기 정도를 보여주고 있지만 액션 연기는 사실 온 몸을 제대로 사용해야 하고 무엇보다 대사의 톤이 작품과 어울려야 한다. 하지만 그런 점에서 보면 문채원은 이 작품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결국 <크리미널 마인드>는 개연성 부족, 부적절한 캐스팅으로 인한 논란, 연기력 부족 같은 문제들이 전체적으로 드리워져 있다. 그러니 남는 건 자극뿐이다. 자극적인 살인 장면들이 시선을 끌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 원작이 가진 그 매력을 담보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원작 수입에 꽤 많은 돈을 들였지만, 외화 낭비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건 이런 총체적인 이유들 때문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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