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작’, 김빠진 청량음료에 환호할 시청자는 없다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진규의 옆구리tv] SBS 월화드라마 <조작>의 메시지는 태풍의 눈처럼 또렷하다. 대한민국은 거대 언론과 거대 권력의 협잡이 만든 조작된 가짜 뉴스의 먹구름 아래 놓여 있다는 것이다. 이 가짜 뉴스를 걷어내고 진짜 뉴스를 내놓는 정의로운 주인공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이 드라마의 목적이다. 물론 드라마에 등장하는 ‘기레기’의 모습이 늘 그러하듯 <조작>의 주인공인 한무영(남궁민) 역시 반은 양아치고 반은 정의의 사도다.

<조작>이 보여주고자 하는 바는 꽤 의미가 깊다. 누구나 믿다시피 대한민국은 <조작>에 등장하는 거대 언론사 대한일보가 상징하듯 권력과 결탁한 언론이 나라의 판세를 뒤흔드는 가짜뉴스의 세계다. 상황이 이러하기에 반대급부로 진실한 언론에 대한 대중들의 열망 또한 대단하다. 동시에 믿을 수 있는 언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불신이 확고한 것도 사실이다. 상황이 그렇다보니 발빠른 대중들은 알아서 팟캐스트 같은 대안들을 찾아내며 조작되지 않는 대한민국의 민얼굴을 들여다보려 애쓴다. 그렇기에 정보에 민감한 이들은 언론이나 권력의 조잡한 ‘조작’에 쉽게 넘어가지 않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드라마 <조작>은 A급이지만 형편없는 언론사 대한일보와 B급이지만 진실을 파헤치는 데 누구보다 앞장서는 타블로이드지 애국신문을 비교한다. 기자와 홍길동을 넘나드는 애국신문의 한무영을 따라 ‘가짜뉴스’의 세계를 털털 터는 <조작>은 시원한 사이다…… 한 잔을 주긴 하는데……



안타깝게도 드라마 <조작>은 좀 김빠진 청량음료 같은 감이 있다. 아니면 냉장고에서 막 꺼낸 게 아니라 미지근해졌거나. 만약 <조작>이 2012년에 방영됐다면 이 드라마는 좀 더 맛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아니, 그렇게 오래 거슬러가지 않고 작년에만 방영됐더라도 드라마와 현실이 오버랩 되면서 꽤 큰 시너지를 발휘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 <조작>이 보여주는 서사들은 이미 대중들에게 익숙한 것들로 구성되어 있다. 영화 <내부자들>이 한바탕 휩쓸고 가고 OCN <38사기동대>에서 날고뛰는 사기꾼 남자주인공이 사랑 받았던 지금 <조작>은 소재부터 주인공의 성격까지 모든 것이 굼떠 보인다. 더구나 어마어마한 스펙터클의 대한민국 현실판 드라마 ‘503’이 정점을 찍고 아직도 현재진행중인 상황에서 드라마 <조작>이 충격적일 리가 없다.

드라마의 만듦새 역시 썩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다. <조작>은 분명 수많은 자료조사와 수많은 사례들로 판을 짠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만약 그 판을 문자언어인 소설로 읽는다면 큰 무리가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영상 텍스트로 볼 때 <조작>은 많은 양의 대사,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정신없는 구성, 욱하고 욱하고 또 욱하는 수많은 인물들의 괴성이 등장하는 향연으로 느껴진다. 그를 통해 느껴지는 것은 짜릿함이 아니라 약간의 피로감과 지루함이다.

더구나 <조작>에는 수많은 잘난 인물들이 잘난 명대사를 만들기 위해 자연스럽지 않은 대사를 남발하는 경향이 있다. 그에 반해 사건의 진행과 주요한 반전들은 익숙해서 덤덤하거나 다소 조잡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 결과 애국뉴스가 보여주는 통쾌한 게릴라전은 아직까지는 그다지 통쾌하지 않고 그냥 아유 쟤가 왜 저럴까, 싶은 면들이 있는 것이다.



이렇듯 드라마 자체의 힘이 탄탄하지 않으니 주연배우들의 연기 역시 아쉬운 감이 있다. 배우가 지닌 특유의 캐릭터가 너무 도드라지거나 산만하게 전개되는 이야기 속에 섞이지 못하고 연기 역시 다소 붕 뜬 느낌이다.

<리멤버>로 악역의 방점을 찍고 <미녀 공심이>와 <김과장>을 통해 본인만의 코믹 캐릭터를 창조한 남궁민은 한무영으로 너무 빨리 돌아온 감이 있다. 그다지 도드라지지 않는 드라마의 캐릭터는 남궁민의 개성에 묻혀버린다. 그 바람에 어느 순간 김과장이 김기자로 변한 듯한 착시현상을 일으킨다. 유준상 역시 대한일보 내에서 고뇌하고 방황하는 이석민 기자를 제대로 캐치하지 못한 감이 있다. 물론 캐릭터 자체가 캐치하기조차 힘든 애매모호함이 있기도 하다. 강력부 검사 권소라를 연기하는 엄지원은 안정감 있는 연기를 보여주기는 한다. 다만 <조작>의 여검사가 김수현 작가의 주말극에서 여검사로 등장한들 아무런 변별점이 없는 느낌이다.

안타깝게도 <조작>은 대한민국의 가짜뉴스가 지닌 문제점을 보여주지 못한다. 반대로 좋은 메시지를 지닌 드라마가 낡은 방법으로 만들어질 때 얼마나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을 따름이다.

다만 한무영이 이끌어가는 애국신문이 품고 있는 에너지는 아직까지 기대되는 면이 있다. 또한 거대 언론 대한일보의 썩은 면면을 디테일하면서도 시원하게 다 보여준다면 의외의 재미를 보장할 수도 있겠다 싶다. 하지만 그건 드라마에 거는 모종의 기대일 뿐 이 드라마의 초반부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감정은 아니다.

칼럼니스트 박진규 pillgoo9@gmail.com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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