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홀’, 이런 안이한 전개로는 어떤 시청자라도 떠난다

[엔터미디어=정덕현] 끝없는 장광설과 호들갑의 연속. 첫 방송된 KBS 수목드라마 <맨홀>은 주인공인 봉필 역할을 맡은 김재중의 원맨쇼에 가까웠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원맨쇼’는 긍정적인 의미가 아니다. 지나치게 혼자 독백을 반복하고 감정 과잉을 드러내고 과장된 액션을 거의 한 시간 내내 반복했기 때문에 괜스레 정신없기는 하지만 그 캐릭터의 매력은 전혀 느껴지기가 어려웠던, 그런 부정적인 의미로서의 원맨쇼다.

28년 간 함께 자라오며 혼자 수진(유이)을 짝사랑을 해온 봉필(김재중). 그런데 갑자기 결혼을 하겠다는 통보에 어쩔 줄 몰라 하며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려 하지만 번번이 실패하는 그 과정이 함잡이에서 행패를 부리는 것으로 시작해서 한 회가 끝날 때까지 지루하게 반복되었다. 그 와중에 봉필과 수진을 비롯한 그의 친구들이 한 명씩 소개되고(이것도 거의 설명에 가깝다) 마음을 전하지 못하는 봉필을 안타까워하는 모습이 담겼지만 그 친구들의 캐릭터들 또한 어떤 매력을 느끼게 하기는 역부족이었다.



이렇게 된 건 인상적인 사건을 통해 캐릭터가 자연스럽게 부각되게 하기 보다는 지나치게 설명적으로 인물들을 소개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첫 회의 사건이라고 해봐야 수진이 결혼하고 이에 발을 동동대며 괜스레 이리 뛰고 저리 뛰는 봉필의 이야기가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이것은 첫 회 마지막에 이르러 겨우 시간을 통과하는 맨홀에 빠져 과거로 회귀되는 봉필의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위한 전제일 것이다. 하지만 그 전제가 그저 한 회를 보낼 정도의 지루한 설명에 불과하다면 그 누가 다음 회를 기대할 수 있을까.

캐릭터에 대한 매력이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그 역할을 연기하는 인물들도 그다지 돋보이지 않는다. 가뜩이나 아이돌 출신이라는 꼬리표가 달려있는 김재중이나 유이 모두 이런 안이한 전개 속에서 보다 엄중한 연기력 검증의 도마 위에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봉필의 수진에 대한 절절한 짝사랑의 감정이 첫 회에 충분히 깔려줘야 향후 이야기에 대한 시청자들의 기대감이 생겨날 수 있었지만, 그런 부분이 잘 살아나지 않았다는 점은 이 캐릭터를 연기한 김재중에게 고스란히 부담으로 돌아온다.



시작부터 함잡이 하는 수진네 집 앞에서 술에 취해 고함을 지르고, 괜히 쓸데없이 물세례를 받고, 수진과 결혼하기로 한 상대에게 시비를 거는 모습도 봉필의 애절한 마음을 전하기보다는 행패에 가깝게 그려졌다. 충분히 이 인물에 대한 마음이 얹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행동이 먼저 앞서다보니 느껴질 수밖에 없는 불편함이고, 이로써 봉필에 대한 몰입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물론 이제 고교시절로 돌아간 봉필이 수진에 대해 짝사랑이 아닌 좀 더 적극적인 애정공세로 미래를 바꾸려는 모습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 향후 전개에 대한 궁금증이 남아 있지만, 첫 회의 지나치게 안이한 전개가 만들어놓은 지루함은 보려고 애쓴 시청자들마저 떠나게 할 판이다. 게다가 이제 타임리프라는 설정 또한 식상해질 정도로 많이 나왔다는 걸 두고보면 그 소재적 힘도 크다고 보기 어렵다. 심지어 시간이 아깝다는 이야기까지 내놓는 시청자들의 반응. <맨홀> 제작진은 경청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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