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 깊은 이효리, ‘효리네 민박’ 특유의 훈훈함의 정체

[엔터미디어=정덕현] 청력을 잃었다는 정담이에게 조심스럽게 이효리가 묻는다. 어쩌다 그렇게 됐느냐고. 담이는 조심스러운 이효리보다 더 담담하게 아파서 치료를 받은 후 소리가 들리지 않게 됐다고 했다. 다시 들릴 거라고 해서 처음에는 괜찮았는데 6개월 정도가 지나 여전히 들리지 않아 굉장히 힘들었다고도 했다. 물론 지금은 익숙해졌다고 했지만.

뭐라 말을 잇지 못하는 이효리에게 정담이는 오히려 그녀를 배려해 “들리지 않아 좋은 점”도 있다고 말하며 웃었다. “듣고 싶지 않은 걸 듣지 않을 수 있다”는 것. 하지만 나쁜 점은 역시 “듣고 싶은 소리를 들을 수 없다”는 것이라고 그녀는 솔직히 말했다. 정담이의 담담함과 이효리의 침묵. 거기에는 서로에 대한 깊은 배려가 느껴졌다.

애월의 바다가 보이는 바위 위에 앉아 차를 마시며 이효리가 물었다. “파도소리를 들은 적 있냐”고. 정담이는 들은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러자 이효리는 자신이 한때 파도소리는 “철썩철썩”이라 생각했는데 실제 들어보니 그게 아니고 그 때 그 때 마다 다르다고 했다. 결국 소리란 그 때의 마음이 어떠냐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걸 말해주고 싶었을 게다. 그러면서 마음으로 듣는 파도소리에 대해 이야기했다. 정담이는 상상을 더해 듣는 파도소리에 대한 말로 그 말에 호응했다.



사실 정담이의 이런 모습이 어찌 예쁘지 않을 수 있을까. 멀쩡히 귀가 있어도 제대로 듣지 못하는 사람들 천지다. 하지만 들리지 않는 소리도 들을 수 있는 마음이 있다는 건 실로 귀한 일이라고 여겨졌다. 이 장면에서 정담이만큼 눈에 띈 건 바로 이효리였다. 상대방을 배려하면서도 그것이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보이지 않게 해 배려 받는 사람의 마음까지 편안하게 만드는 그녀의 모습.

그러고 보면 그녀가 지금껏 <효리네 민박>에 왔던 사람들과 했던 많은 대화와 일들 속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툭툭 한 말들이나 행동들 속에 얼마나 많은 배려가 있었는가를 확인할 수 있다. 민박집에 오는 날 갑자기 장염을 앓아 새벽에 응급실까지 갔다 왔던 황해군을 위해 다음 날 직접 그 배를 쓸어주고 보살피는 모습이나, 일찍 갖게 된 아기 때문에 신혼을 거의 느껴보지 못했다는 신혼부부에게 굳이 같이 목욕을 하라며 화사한 이벤트 조명에 아로마 오일까지 뿌려주는 그녀가 아니던가.



생각해보면 10대 소년에서부터 20대 소녀들, 30대 청년과 40대 중년 그리고 나이 지긋한 노부부에 이르기까지, 어느 세대 건 상관없이 금세 스스럼없이 친해지는 이효리였다. 젊은 소녀들에게 그들의 화장법을 함께 배우고, 중년들과는 그 나이에 할 만한 공감 가는 이야기를 나누며, 노부부에게는 마치 딸처럼 며느리처럼 살가운 모습의 그녀였다. 그 민박집을 찾는 누구든 편안하게 안아주는 넉넉함이 그녀에게서는 묻어났다.

그리고 이것은 아마도 <효리네 민박>이 주는 어떤 위로와 위안의 실체일 게다. 사실 우리들이 겪고 있는 현실이 <효리네 민박>처럼 훈훈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저 민박객들에게 빙의되어 잠시나마 이 집에 머물며 그 훈훈함을 얻는다. 그것은 작은 대리경험에 불과할 수 있지만 의외로 큰 위로와 위안으로 다가온다. 그래도 저런 사람 사는 풍경이 있다는 것과, 낯선 사람들도 마음을 열고 서로를 배려하며 훈훈하게 껴안아줄 수 있다는 걸 이 작은 민박은 확인시켜 준다. 어떤 사람이든 넉넉히 안아주는 그 넓은 가슴이 거기에서는 느껴진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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