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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범자들’, 관객들은 실소를 터트리다 울 수밖에 없었다
기사입력 :[ 2017-08-23 17:54 ]


‘공범자들’, 돈키호테 최승호 PD가 준 통쾌함과 아픔

[엔터미디어=정덕현의 그래서 우리는] MBC <내조의 여왕>을 연출한 김민식 PD는 문득 이대로는 안되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한다. MBC의 경영진들이 그 많은 유능한 PD들을 한직으로 내몰고 결국 핍박에 못 이겨 회사를 떠나게 만들 때, 끝까지 버틴 MBC PD들을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이 너무나 차갑게 느껴졌다고 했다. 대중들은 그 잃어버린 10년을 마치 잘 살았던 것처럼 생각하지만 사실은 하루도 편할 날 없이 버티고 투쟁해온 10년이었다는 것. 하지만 그것을 혼자만 조용히 분노하고 외친다고 이해해주는 사람은 없더라는 것.

그래서 김민식 PD는 어느 날 MBC 상암동 신사옥의 구름다리에 올라 속으로만 외치던 목소리를 SNS에 담아 공개했다. “김장겸은 물러나라”라고 여러 차례 외치는 모습에는 여러 감정들이 뒤섞였다. 마치 대나무 숲에 가서 외치던 이발사의 외침처럼 속 시원함이 있던 반면, 아무도 알아주지 않을 수도 있는 그 외침에 담긴 외로움도 느껴졌다.



그날 그 영상을 SNS로 본 김민식 PD의 아내는 그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당신이 이렇게까지 외쳤는데 아무런 반응이 없다면 당신만 또라이 되는 것”이라고. 누군가의 외침이 아무런 메아리가 되지 못하고 돌아올 때 느껴질 그 외로움은 더 클 수밖에 없을 것이었다. 하지만 다음 날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 MBC 사옥의 로비에 일단의 사람들이 모두 나와 그와 같은 목소리로 “김장겸은 물러나라”는 외침을 SNS에 담아 올리는 장면. 결국 김민식 PD의 용기 있는 결단은 더 많은 메아리가 되어 울려 퍼졌다.

아마도 최승호 감독의 <공범자들>이 가진 힘은 바로 이런 것일 게다. 이명박 정권에서부터 시작되어 박근혜 정권으로까지 이어졌던 공영방송 파괴의 10년사를 최승호 PD는 그것을 주도하거나 참여했던 ‘공범자들’에게 다가가 마이크를 내미는 것으로 담아냈다. 어찌된 일인지 그토록 회사 내에서 무소불위의 칼날을 휘두르며 유능한 PD와 아나운서, 작가들을 하다못해 아이스링크 관리직으로 내몰았던 그들은 그 마이크 앞에서 도망치기에 급급했다. 김민식 PD의 외침이 더 큰 울림으로 다가왔듯이, <공범자들>의 최승호 PD가 마치 돈키호테처럼 그들에게 내미는 마이크가 그 어떤 설명보다 이 상황을 잘 설득시켜준다.



<공범자들>을 보며 관객들은 전직 대통령들이 나와 무슨 정견 발표를 할 때마다 실소를 터트렸다. 돌이켜 보면 그 말들이 얼마나 허망한 것들이었는가를 너무나 잘 알게 됐기 때문이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공범자들>은 그래서 그 공영방송의 잃어버린 10년의 아픔을 담는 다큐멘터리 영화이지만 마치 코미디를 보는 것처럼 끊임없이 웃음이 터져 나온다. 물론 그것은 허탈함이 담겨진 실소지만.

그래서인지 그 실소 끝에 담겨지는 깊은 슬픔과 분노가 가슴 깊숙이 묵직하게 드리워지는 걸 피할 수 없다. 겉으로 보면 MBC 안에서 무슨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잘 알 수 없어 거기 살아남은 자들이 마치 잘 살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들의 저항과 투쟁은 지금까지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는 걸 이 영화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최근 MBC 노조는 총파업이 임박했음을 알리고 있다. 거기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무한도전> 김태호 PD도 동참할 것이라고 한다. <공범자들>에는 김태호 PD가 지난 총파업 때 함께 만든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등장한다. 거기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아나운서들도 있었고 제작 PD들도 있었다.

<공범자들>은 지금 현재 MBC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어떤 맥락에서 생겼는가를 제대로 담아내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은 작품이다. 그리고 그것이 실제 현실이라는 점에서 그 어떤 액션이나 코미디나 비극 그리고 사회풍자극보다 더 생생하게 다가온다. 언론이 왜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설 수 있는가를 이토록 실제 현실을 통해 보여주는 작품이 있을까.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영화 <공범자들>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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