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가족의 방송출연에 대한 대중의 달라진 시선

[엔터미디어=정덕현] “사실 명수 오빠 부인으로 사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박명수의 아내 한수민이 SBS 예능 프로그램 <싱글와이프>에서 태국 배낭여행 중 털어놓은 이 말은 진심일 것이다. 연예인의 가족은 대중들의 시선을 집중적으로 받을 수밖에 없다. 일반적인 삶과는 달리, 모든 것들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고 행동에도 제약을 받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런 진심어린 말에도 불구하고 이를 방송으로 바라보는 시청자들의 시선은 그리 곱지 않다. 즉 그것은 그녀의 진심일 수는 있지만, 시청자들에게는 다른 시각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사실 힘들다고 하지만 그런 여행을 훌쩍 떠날 수 있는 것도, 또 그런 방송에 참여할 수 있는 것도 박명수가 남편이 아니었다면 가능할까 싶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실제 시청자들 중에는 이 폭염 속에서 해외는커녕 국내에서도 휴가조차 못가고 있는 형편을 토로하는 이들이 있었다.

즉 <싱글와이프>는 거기 출연하는 이들에게는 진심이고, 그 시간들 또한 뜻 깊은 것일 수 있다. 아내로 살아가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고 늘 괜찮은 듯 웃고 있는 그들의 속내는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잠시 현실을 벗어나게 해주고 그 곳에서 그 이야기를 듣는 일은 의미 있는 시간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보통 우리 같은 삶을 살아가는 일반인이 아니라 박명수의 아내 같은 연예인의 가족이 등장하는 것에는 이런 공감대가 생기기 어렵다. 이것은 대중들의 사랑을 받는 연예인이 그 힘을 통해 자신들의 가족을 챙기는 모습처럼 다가오기 때문이다. 이런 모습은 최근 벌어졌던 국정농단 사태 같은 정치적 이슈와 맞물려, 가진 자의 특혜처럼 불편함을 만든다.

연예인 가족의 방송 출연이 하나의 트렌드가 됐던 까닭은 관찰카메라로 불리는 리얼리티쇼가 국내에 정착해가면서 우리식의 변용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사생활을 들여다보는 리얼리티쇼가 갖는 불편함과 위험성을 그래도 방송을 아는 연예인이 그 가족과 함께 등장시키는 것으로 해결해보려는 시도였다. <아빠 어디가>나 <슈퍼맨이 돌아왔다> 같은 프로그램이나 <자기야-백년손님> 같은 프로그램은 모두 이 포인트를 가져와 성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연예인 가족의 방송 출연을 바라보는 시각은 달라졌다. 가족이라는 틀은 어찌 보면 ‘저들만의 세계’를 더욱 공고히 하는 것처럼 보여진다. 거기 일반 대중들이 설 자리가 없다는 것이다. 차라리 이럴 바에는 연예인의 리얼리티쇼를 보여주는 편이 더 거부감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래서 최근 관찰카메라의 대안으로 등장하는 건 연예인 가족이 아니라 연예인과 일반인의 접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런 대안으로서 성공한 것이 <윤식당>, <효리네 민박>, <비긴 어게인>, <한끼줍쇼> 같은 프로그램들이다. 거기에는 분명 연예인들이 중심에 서 있지만 동시에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일반인들의 자리가 마련되어 있다.

물론 <동상이몽2>처럼 연예인(유명인)의 가족이 등장한다고 해도 그것이 하려는 메시지가 분명하고 가족에 대한 특혜의 느낌이 없다면 시청자들은 선선히 받아들인다. 이를테면 추자현의 남편 우효광은 이 프로그램에서 우블리라 불릴 정도로 주목을 받고 있지만 이미 유명한 배우다. 게다가 그가 보여주는 건 이 프로그램의 메시지에 딱 맞는 동상이몽의 부부 사이에서도 도드라지는 극진한 사랑꾼의 면모다.

즉 <싱글와이프>처럼 출연자가 똑같이 진심어린 이야기를 해도 그것이 공감받기 보다 비난을 받게 되는 건, 거기에 일반인들이 정서적으로라도 공감할 틈이 없고, 그래서 그런 토로들이 배부른 이야기로 들리며, 나아가 일반인들과는 다른 저들만의 세계가 가진 특혜로까지 여겨지기 때문이다. 이 프로그램이 좀 더 대중들의 마음속으로 들어오려면 이런 단점들을 시급히 보완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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